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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버그 Jul 10. 2024

두 달 동안 인스타를 끊어보았다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

인스타 끊기의 계기가 된건

20대 초반에 같이 인턴십을 하며 무척 친하게 지냈던 H언니와의 만남.


칼같이 인스타를 끊은지 어언 1년이 됐다는 언니.


그때까지만해도 매일같이 인스타를 들여다 보는 헤비유저였기에 당시에는 언니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언니랑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우연히 한강을 산책하다가였다.

그래, 사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내가 굳이 인스타를 하는 이유가 뭐지?

돌이켜보게 되었지만 바로 끊어버리기는 어려웠다.


바로 인스타를 끊기 어려웠던 이유

실시간으로 업뎃되는 친구들의 소식을 놓쳐서는 안 될 것만 같고

아가가 너~무 귀여운 울 때는 남들한테도 보여주고 싶고

모처럼 좋은 장소에 방문하면 인증도 하고 싶고

인스타로만 소통하는 친구들도 꽤 있어서


인스타를 끊는 순간 그들과의 연결고리도 끊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끊고 싶다는 생각

인스타를 끊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어느 순간 친구들의 좋아요나 DM을 신경쓰게 되고(왜 이번엔 하트를 안 눌렀을까?)

하루에도 수없이 인스타를 열어 새로운 스토리를 클릭해보는 내가 한심해 보일 때도 많고

한국에 발목잡혀있는 나의 현실과 대비해 세계 곳곳을 누비는 친구들의 일상이 부럽기도 하고


등등


정신적인 피로감이 커져서 였다.


결정적인 계기

그러다 본격적으로 인스타를 끊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아기의 돌잔치날.


전 날 밤부터 39도 고열이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당일 아침에는 토와 설사를 번갈아가면서 하고

아무튼 컨디션 최악의 상태.

오래 전 예약해 둔 예쁜 야외 돌잔치.

비까지 와서 심난했지만 실내에서 겨우겨우 강행.

돌잔치인지 사진 찍는 잔치인지 헷갈릴 정도 촬영 중심의 행사였다.

아기는 99% 울고 있었다ㅎㅎㅎ


저녁에 버릇처럼 인스타로 그나마 아기 컨디션이 조금 좋았을 때 찍힌 사진을 올리는데...


제대로 현타가 왔다.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지?


결국 돌잔치를 한 이유도 인스타를 위해서였나?


아픈 아기를 두고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바로 스토리를 지우고 본계정을 로그인 페이지에서 삭제해 버렸다.

그게 4월 말이니까 어언 세 달째 인스타 중단 상태다.


인스타 끊기의 이로움

내가 '인스타를 하지 않는다'는 건 본계정으로 지인, 친구들과 소통을 안 한다는 거다.


원래 부계정으로 인사이트를 주는 계정이나 좋아하는 유명인들을 여럿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거기에만 종종 들어가본다.


어떻게 보면 거기에서도 시간 소모 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이것저것 비교하고 신경쓰는 데 들어가는 정신적인 소모는 훨씬 덜 하다.


복직을 하고 안 그래도 신경쓸 게 많은 상황에서 인스타 본계정까지 들여다보고 있었다면 알게 모르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컸을 것 같다.


가장 우려했던 친구, 지인들과의 관계?

그런 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연락할 사람은 카톡이나 전화가 있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난다!


내가 인스타를 안 하니까 매일 하트를 주던 친구들이 혹여나 서운해하지는 않을까? 했는데 전혀 ㅋㅋㅋ

내가 인스타를 더이상 안 한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ㅋㅋ


번외 - 카톡 생일 알림 끄기


올해부터는 카톡 생일 알림도 꺼버렸다. 나와 친구꺼 모두~

6월에 있던 내 생일에는 가족들과 소소하게 축하를 했고.

오랜 친구들을 중심으로 연락이 왔다. 그 인연들에 새삼 더 고마워졌다.


나도 머릿 속에 각인되어있는 생일들은 이전 기록을 보고 축하를 보낸다.



물론 이를 통해 오히려 애매했던 관계들이 정리(?)도 됐다.

이게 내가 진짜 바랐던 것 같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내 인생의 한 챕터도 같이 정리된 것 같다.


가족에 더 집중하는 시기.


천천히 새로운 챕터를 또 꾸려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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