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편지
어떤 모임의 마지막 순간, 그가 나에게 수줍게 편지를 건넸다. 주섬주섬 꺼내 읽다가 편지의 말미에 적힌 이 문장에 눈이 머물렀다.
"선생님은 제가 본 사람 중에 눈이 가장 맑은 사람이었어요."
내 마음도 한참을 여기에 머물렀다. 상대에게는 내 눈이 이렇게 보였구나. 어여삐 봐준 그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 뿌듯하기도 황송하기도 한 마음. 이 문장이 나에겐 살아갈 힘이 될 것 같아서 사진도 찍어놓고 여기에도 옮겨본다. 편지를 읽자마자 고맙다고 나름 긴 장문의 카톡을 보냈는데, 집에 돌아와 다시 편지를 읽어보니 상대가 보내준 마음에 한참을 못 미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내어놓고 이런 말을 적어줄 수 있는 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본다.
"고마웠어요. 행복하세요."
#물결
저녁에 산책하는 길, 한강이 바람을 따라 조용히 출렁이는 장면을 오래 눈에 담고 싶었다. 그러다 고개를 드니 바람과 노을과 달빛이 내 눈에 담겼다. 물결으로부터 바람을 거쳐 노을을 담은 달빛을 본 날, 행복함이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