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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ka Dec 24. 2022

동이 트기 전

“무슨 일 있어?”


남편이 밥을 먹다 말고 물었다. 


“아니. 왜?”


“표정이 안 좋아서. 어디 몸이라도 아픈 것 아냐?”


 걱정하는 내용이었지만 U는 전혀 고맙지 않았다. 남편의 말이 ‘아침부터 왜 죽상을 하고 앉아있냐’는 핀잔으로 들렸다. 남편의 입술에 붙은 김 찌꺼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그냥 어제 잠을 잘 못자서 그런가봐.”


U는 휴지로 남편의 입술에서 김 찌꺼기를 떼어내며 말했다. 


“오늘은 집에서 좀 쉬어.”


 남편이 숟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이제 다섯살이 된 딸애가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U가 방으로 뛰듯이 걸어가는 사이 등뒤로 ‘다녀올게’라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찰칵’하는 문소리가 뒤따라 들린 후 집안에는 U 혼자만 남게 됐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U는 고독감을 느끼며 딸의 등을 토닥였다. 일말의 감정도 담기지 않은 손길이었지만 딸애는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편안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U는 남편이 오기 전까지 혼자 시간을 보낼 생각에 답답함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렇다고 남편이 있다고 해서 그 답답함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었다. U는 요즘 들어 사는 것에 재미가 없었다.  


 U는 홍대를 나왔다. 그녀가 한창 학교를 다닐 무렵 홍대 앞은 젊은이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매일 어느 가게를 가서 술을 마셔도 늘 신선하고 즐거웠다. 색색의 소품들로 가득찬 인테리어와 가게마다 특색있는 안주들, 무엇보다 또래의 무리와 함께라는 사실이 U는 좋았다. 새벽 늦은 시간이라도 주변 테이블에는 시간을 잊은 젊은 남녀들이 가득했다. 서로 말을 섞고 술잔을 부딪히는 것이 아니어도 단지 같은 공간안에 젊은 사람들이 함께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없던 에너지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U는 ‘그래, 이게 사람 사는거지.’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하지만 U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딸 아이를 낳은 후로는 그때의 ‘살아있음’을 느낀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U가 남편을 만난 것은 졸업 전 인턴으로 들어간 회사에서였다. 자그마한 광고회사였지만 U는 그 작은 회사의 정규직이 되는 것도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기였고, 남편은 그 회사의 대리였다. 자세하게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뻔하게 가까워진 둘은 2년의 연애끝에 결혼했다. 남편이 프로포즈를 하던 날, U는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 발렌타인 데이에 남산 꼭대기에 있는 레스토랑, 그날따라 자꾸만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는 어색한 손까지, 의도가 뻔히 보이는 남편의 행동이 그날따라 더욱 귀엽게 느껴졌다. 코스 마지막에 나온 셔벗을 앞에 두고 남편이 어색한 손으로 반지함을 열고 자기와 결혼해달라고 말했다. 


“내가 어디가 좋은데?”


U는 대답대신 질문으로 남편의 말에 답했다. 진담 반 농담 반인 질문이었다. 남편은 수줍게 웃으며 ‘네가 웃는게 좋아’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주저리 주저리 덧붙였지만 U는 자신이 웃는 모습이 좋다는 남편의 말에 눈물이 왈칵했다. 느닷없이 U가 울음을 터뜨리자 당황한 남편은 엉거주춤하며 일어나다만 자세로 냅킨을 건넸다. 그 모습에 U는 눈꼬리에 눈물을 매단채 웃었고 U는 남편과 6개월 뒤에 결혼식을 올렸다. 


 딸애를 재우고 방을 나서는 U의 얼굴에 남편이 사랑했던 웃음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남편 역시 생기를 잃은지 오래다. 집과 회사만을 반복해서 이동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허락된 삶을 하루하루 살아낼 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일상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남편은 불편한 티를 냈다. 오늘 아침 U의 얼굴을 보고 지은 표정처럼. 그렇다고 해도 U 역시 할 말이 있다. U에게는 딸애를 키우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다들 자식 키우는 것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U에게는 특히 더 힘겨웠다. 배가 불러오기 시작할 쯤 기분이 이상하더니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이상한 기분이 더 심하게 느껴졌다. 무엇인가 제 멋대로 U의 몸을 헤집고 다니다가 멋대로 나가버린 기분.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자, 친구는 산모가 흔히 겪는 우울증이라며 병원에 가보는 것을 권유했다. U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런 곳에 가는 것은 평범하게 살아온 U에게는 너무도 낯선 행위였다. 


 남편이 출근하고 딸애가 잠시 낮잠을 자는 시간이 되면 U는 참을 수 없이 외로움을 느꼈다. 빛도 들지 않을만큼 커다란 구덩이에 홀로 앉아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U의 몸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런 기분이 들때면 U는 한번도 쓰지 않은 캠핑의자를 베란다에 놓고 창밖을 내다봤다. 조난당한 사람이 구조 신호가 올때까지 기다리는 것처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띠링’


 휴대폰 알람과 함께 메시지가 도착했다. 옆라인에 사는 T였다. ‘점심먹고 라운지에서 만나’라는 내용이었다. U는 T에게 ‘알겠다’고 답장한 후 부엌으로 가서 점심 준비를 했다. 30분 정도 뒤에 딸애를 깨워 밥을 먹이고 라운지로 내려가면 시간이 얼추 맞을 것 같았다. U는 후라이팬에 계란을 올리며 들뜬 기분을 이리저리 뒤집었다. 얼마 전 어린이집 하원시간에 만난 T를 통해 ‘라운지 클럽’에 들어간 U는 매 모임이 새로웠다. 말이 클럽이지 사실 전업주부들 간의 수다모임이었다. 


 ‘라운지 클럽’에서는 별의 별 이야기가 오갔다. 시댁 이야기부터 옆 집 남편의 벌이, 아랫집이 일주일에 몇 번 싸우는지, 한 달에 관계는 몇 번 가지는지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아는 사람이 주식투자로 몇 억을 벌었다더라, 앞으로는 영등포 집 값이 뛴다더라 같은 재테크 이야기, 문화, 공연, 정치 등 아줌마들이 다루지 못하는 주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U는 사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거대 권력이나 암흑가가 아니라 ‘라운지 클럽’ 같은 평범한 주부들이 아닐까 하는 웃기는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클럽 멤버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는 동안 아이들은 말없이 아줌마들의 휴대폰을 하나씩 붙잡고 집중한다. 비슷한 또래지만 딱히 함께 활동하는 것은 없다. 각 자의 엄마들이 고사리 손에 쥐어 준 휴대폰의 사각 액정에 담긴 세상 속으로 빠져들 뿐이다. 처음 모임에 방문했을 때 U는 이런 모습들이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져 매스꺼움을 느꼈다. 아직 사람같이 걷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풀린 눈으로 ‘아기상어’나 ‘젤리 먹방’ 같은 것들을 보는 모습은 살아있는 생명체보다는 인형 같았다. 그에 비해 옆자리서 활발하게 떠드는 엄마들은 누가 더 자극적인 소재로 시선을 사로잡는지 경쟁하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었다. U가 머뭇거리며 불편한 티를 내자 T가 괜찮다며 U의 손에서 휴대폰을 뺏어 능숙하게 조작하더니 딸애에게 쥐어주며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렇게 U의 딸은 생전 처음으로 스마트폰과 ‘아기 상어’를 접하게 됐다. 


 “자, 이렇게 꾸물거릴 시간없어. 다들 바쁜 사람들이라고.”


 T가 U의 등을 떠밀며 말했다. U는 그렇게 얼떨결에 그들의 무리에 끼게 되었다. 그렇지만 모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U는 두번째 모임부터 적응을 하기 시작했고, 세번째 모임부터는 딸애에게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쥐어주었다. 딸애의 눈동자가 점점 초점을 잃어갔지만 요즘 시대에 아이들이 다 그렇다는 말에 불편했던 마음이 싹 가셨다. 매일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라운지 클럽’은 그나마 숨통을 트이는 시간이었다. U는 가십거리를 제공하거나 대화를 주도하지는 않았지만 멤버들에게 제법 호의적인 대접을 받았다. 누군가 이야기를 꺼낼때마다 눈을 끔뻑이며 기대어린 표정을 하는 U의 얼굴은 말하는 상대로 하여금 흥이 나게 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이야기에도 재밌다며 손뼉을 치는 U의 반응은 그들에게 뿌듯함마저 느끼게 했다. 정작 당사자인 U는 그들의 호의적인 감정에 무관심했다. U의 관심은 오로지 그들이 제공하는 새로운 이야기들뿐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 순간만이 U에게 있어서 답답한 일상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U는 점점 클럽에 집착했고 딸애의 눈은 점점 흐려졌다. 


 “오늘은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T가 물었다. U와 T가 도착했을때는 이미 열띤 대화의 장이 한창이었다. 


 “치킨 이야기 하고 있었지.”


 멤버 중 한 명이 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도 치킨 이야기야?”


T가 묻자 O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참, 요즘은 꿈에도 나오는걸.”


O의 대답에 다들 깔깔거리며 웃었다. 

요즘 클럽에서는 ‘또모치킨’ 알바생 이야기가 제일 화제였다. ‘또모치킨’은 아파트 상가에 꽤 오래 전 생긴 치킨집으로 처음 이사 왔을 때 남편과 몇 번 시켜 먹은 적이 있었다. 맛은 특별하지 않았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치킨이었다. 그 평범한 치킨을 파는 치킨집이 라운지 클럽에서 매일 이야기거리가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주 전이었다. 


“어제 진짜 대박이었다니까.”


O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여기 아래 치킨집, 오랜만에 남편이랑 같이 먹으려고 시켰거든. 남편이 그 집 사장이랑 친하잖아 왜. 단골이라. 맨 가서 술이나 먹고 어휴. 나는 다른데서 시키고 싶었는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힘들다고 굳이 거기를 시키더라고. 툴툴거리면서 기다리는데 벨이 울리더라고. 나는 당연히 치킨집 사장인줄 알고 그냥 편하게 나갔지. 근데 왠 잘생긴 청년이 눈꼬리를 귀엽게 구부리면서 있는거야. 내가 놀래서 서 있으니까, ‘치킨이요’ 라고 하는데, 아유 참!”


 O의 말에 라운지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누구 닮았느냐, 몇 살처럼 보이냐, 새로 뽑은 알바냐 하는 질문들이 정신없이 서로 다른 목소리로 쏟아졌다. O는 침착하게 하나의 질문도 놓치지 않고 대답했다. 


 “조금 과장하면 정우성? 나이는 앳돼 보이긴 하는데 서른 초반 정도 되는 것 같아. 물어보니까 알바라고 하더라고? 치킨 받고 세상에 가슴이 콩닥, 콩닥하고 뛰는데, 고등학생때 교생 선생님 얼굴이 떠오르더라니까.”


 O의 말에 라운지는 또 한 번 뒤집어졌다. U가 온 이래로 클럽이 이렇게 핑크빛으로 물든 것은 처음이다. 그 날 이후로 클럽 멤버들은 돌아가면서 또모치킨을 시켰다. 그들이 치킨을 시킬 때마다 새로운 정보들이 조금씩 조금씩 모였다. 굵직한 소식은 치킨집 사장과 친한 O의 남편을 통해 업데이트되었다. O가 입을 열때면 클럽 멤버들은 의자를 바싹 땡겨 앉았다. 지금까지 모은 알바에 대한 정보는 이렇다. 


*서른 두 살이다

*체육관을 운영한다

*치킨집 사장과는 군대 선후임 관계다

*미혼이며 교제중인 여자친구도 없다


“무슨 체육관? 근데 왜 치킨집에서 알바 같은 걸 하는거야?”


 “아이 참. 요즘 코로나 때문에 다 문 닫았잖아. 복싱 체육관이라는데, 문 닫아서 장사를 못하니까 배달이라도 해야지 싶었나봐. 요즘은 앱만 다운받으면 배달 알바가 쉽대. 자기 차로 하니깐. 그러다 우연히 여기 치킨집 배달 오더가 떨어져서 오게 된거래.”


 O가 자기 일처럼 신이 나서 말했다. 배달 앱으로 연결된 치킨집이 군대에서 1년간 함께 지낸 선임의 가게일 확률이 얼마나될까? U는 인터넷이 다시 연결해준 인연이 신기했다. 치킨집 사장은 옛 후임의 사정을 듣고 그럼 자신의 가게에서 전속으로 배달 알바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친했던 후임도 돕고 치킨집 사장 입장에서도 배달앱 수수료를 아끼니 지금보다 훨씬 그림이 좋았다. 치킨집 사장의 배려에 훈남은(라운지 클럽 멤버들이 알바를 부르는 별명이다) 고맙다며 추가로 가게에 보탬이 되는 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사장은 그럼 남는 시간에 전단지나 몇 장 붙여달라고 말했고 훈남은 꽤나 열심히 전단지를 뿌리고 다녔다. 


집으로 돌아온 U는 전단지를 손에 쥔 채 고민에 빠졌다. 분리수거를 하러 잠시 나갔다 온 사이 문 앞에 붙어있던 전단지는 노르스름하게 튀긴 치킨을 먹음직스럽게 담고 있었다. U는 그 날 저녁 남편이 오기 전까지 휴대폰 버튼을 눌렀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U가 훈남 알바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을 때였다. 그 날도 어김없이 라운지에 모인 이들은 치킨 이야기에 한창이었다. 


 “그 훈남 있지. 이름이 I래. 어쩜 이름도 낭만스럽지 않아?”


O의 능청에 다들 깔깔거리며 웃었다. U는 머리통을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I라고? 라운지에 모여 종일 떠들던 인물의 정체가 I?

 U는 동명이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확실히 I라는 이름이 흔치 않은 이름은 아니었다. 하지만 U가 아는 I도 치킨집 알바처럼 키가 컸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정우성은 몰라도 꽤나 잘생겨서 U와 함께 다닐때면 지나가는 여자들이 흘끔거리며 쳐다보고는 했다. 그런 일 때문에 몇 번 다투기도 했다. 그런데 복싱이라니. I는 그런 마초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U는 I가 자신이 아는 I가 아닐지라도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었다. 그 날 라운지 클럽이 해산하기까지 U의 머릿속에는 엊그제 본 전단지의 노르스름한 후라이드 치킨이 가득했다. 


 “네, 치킨집입니다.”


U의 휴대폰 너머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예의 그 I라는 청년이라는 생각에 U는 떨리는 목소리로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고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U는 벽에 걸린 시계를 봤다. 여섯시. 남편이 오기까지 아직 한 시간 반 정도 남았다. 치킨 조리가 빠르기로 소문난 집이니 50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것이다. U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려 졸린 눈을 한 딸애에게 인형놀이를 하자며 억지로 바닥에 앉혔다. 딸애가 칭얼거렸지만 U가 인형놀이 후 ‘아기상어’를 틀어준다고 말하자 신나서 인형을 골랐다. 


 벨소리가 울린 것은 인형 ‘미미’가 ‘슈가’에게 새로 산 옷에 대해 자랑할 때였다. ‘딩동’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U는 튕기듯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 바람에 ‘미미’는 새로 산 옷을 입고 바닥을 뒹굴어야 했다. U는 남편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남편이 있었다면 U의 안절부절 못하는 행동에 대해 반드시 '해명'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U는 떨리는 손으로 마스크를 쓴 뒤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안녕하세요, 후라이드 시키셨죠?"


볼캡을 눌러쓴 청년이 하얀색 비닐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U는 청년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모자와 마스크에 가려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대로 라면 청년이 I인지 확인하지 못한 채 찝찝한 의문만 남아 U를 괴롭힐 터였다. 그러나 U는 순간 기막힌 생각을 해냈다.


"혹시, 현금으로 결제해도 되나요?"


"아, 네 그럼요. 당연하죠."


U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청년을 현관 앞까지 들였다. 딸애는 거실에서 혼자 인형놀이에 열심히였다. U는 안방에 들어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낸 뒤 부엌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열었다. U는 계란 칸 밑에 일렬로 세워진 야채주스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남편이 매일 아침 하나씩 꺼내어 먹는 주스였다.


"죄송해요. 지갑을 좀 찾느라. 이것 좀 드시겠어요?"


"아이고, 뭘 이런 것을 다. 감사합니다."


I가 주스를 받고 그대로 돌아가려고 하자 U는 다급히 불러 세웠다.


"목 마르실 텐데 드시고 쓰레기는 저 주세요."


청년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한 번 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는 마스크를 내렸다. U는 비로소 확신했다. U가 신입생 때 만났던 I, 그가 지금은 애 딸린 유부녀가 된 U의 집에 치킨 배달을 온 것이었다.


U는 I가 나가고 나서도 한참을 현관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딸애가 배고프다며 U의ㅇ 손에 들린 치킨 봉투를 잡아 끌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현관에 서서 남편을 맞이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U는 기계적으로 치킨의 살을 발라 딸아이의 입에 넣어주면서 자신의 스무살 을 회상했다. U도, 그리고 I도 어렸던 시절이었다. 물론 그 시절의 U와 I는 자신들이 성인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서른 줄에 들어선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성인이라는 것은 스무 살 시절에 생각했던 것처럼 낭만적인 것이 아니었다.


낭만, 그 시절에 U와 I는 낭만 같은 것이 있었다. 중고등학교 사춘기 시절을 연애 없이 보낸 U에게 있어서 I는 첫사랑은 아니었지만 첫 연인이었고, I 역시 다르지 않았다. 설레지만 서툴렀던 연애였다. 하루하루 특별한 무엇인가를 함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기분 좋은 강박이 그 들로 하여금 젊은 날의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하게 했다. 기념일이면 I는 항상 이벤트를 해줬다. 어떤 때는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부탁해 U에게 장미꽃을 전달하기도 했고(100일 기념이라 100명의 사람들에게 꽃을 받았다) 길에서 전단지를 뿌리던 커다란 곰이 U를 와락 안고 손에 귀걸이를 쥐어 준 적도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을 ‘유치한 놀음’ 취급하게 되었지만 이따금 기억을 비집고 떠오르는 기억들은 U를 잠시간 웃음짓게 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U가 지금의 남편 대신 I와 결혼에 골-인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I는 U를 만난지 1년이 조금 넘어서 군대를 가야 했고, 2년이라는 시간을 메우기에는 U에게 남은 I의 빈자리가 너무 거대했다. I가 막 훈련소를 수료했을 때, U는 I에게 이별을 고했다. I는 이유를 물었다. U는 너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이 견딜 수 없이 괴로워 차라리 없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I는 U의 대답을 듣고 뭐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U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이유로 댄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모순된 감정만이 씁쓸한 뒷맛으로 한동안 남아있었을 뿐이다. I와 헤어진 이후 그의 소식을 들은 것은 두 세번 정도가 다였다. 그가 100일 휴가를 나왔다는 것과 전역해서 다음 학기에 복학한다는 것.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다 개업을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생활을 한다는 것이 마지막 소식이었다. U는 I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복잡한 감정에 시달려야 했다. 처음 그의 소식을 들었을 때는 잘못한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했다. 두 번째 소식을 들었을 때는 I와 학교 생활이 겹치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느꼈고, 마지막 소식을 들었을 때 U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강한 확신을 얻게 되었다. 사회라는 냉정한 체계속에서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낙오된 삶이다- 라고 U는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물론 U도 낙오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U는 그 와중에도 적당한 일자리를 가진 남자와 결혼해서 간신히 사회 속에서 필요한 구성원으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물론 자수성가라는 화려한 타이틀은 얻지 못할 망정 남편덕에 적어도 ‘보통 사람’이라는 굴레 아래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다. I와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면 U는 아찔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불안정한 미래와 불안정한 미래가 만나 가정을 이루면 남는 것은 혼돈, 그 자체일 것이다. 


I를 다시 만난 시점에서 U의 오래된 생각은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은 알바를 하는 처지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에는 잘 나가는 체육관의 오너였다는 O의 말 때문은 아니었다. I가 배달이 끝나고 퇴근할 때 벤츠를 타고 가더라는 어떤 멤버의 목격담 때문도 아니었다. 거미처럼 팔 다리가 얇아지고 볼록하게 배가 나온 남편과 달리 여전히 풋풋한 피부결과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 그의 외모도 U의 중심을 흔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었다. U가 삶의 회의를 느끼게 된 것은 오롯이 자신의 일상을 관조하게 되었던 단 하루의 경험 때문이었다. 


보통의 하루를 보내던 U는 어느 순간 이마 한 가운데서 무엇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혼 같은 무엇인가가 가느다란 실처럼 빠져나가는 느낌. 그렇게 빠져나간 C의 영혼 같은 무엇인가는 조용히 U의 삶을 바라보았다. U는 U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고 있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남편의 아침을 차려주고 오후까지 내내 딸애를 돌봤다. 잠깐씩 딸애가 낮잠을 잘 때가 U에게 허락된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다. 다시 잠에서 깬 딸애가 울음으로 호출을 하면 쿵쿵거리며 뛰어가 달랬다. 녹초가 될 때쯤 남편이 퇴근했다. 저녁상을 차려주고 마주 앉아 넘어가지 않는 밥을 삼켰다. 남편이 묻는다. ‘무슨 일 있어?’ U는 피곤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남편은 한숨을 쉬며 몸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U는 설거지를 하고 딸애를 먼저 재운 다음 남편 곁에 누웠다. 다시 반복될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쉬이 잠들 수 없게 만들었다. 두시간을 뜬 눈으로 보내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잠시 눈을 감았다고 생각한 찰나 알람이 시끄럽게 울렸다. 


‘안돼!’

 U가 눈을 뜬 순간 더 이상 영혼 같은 것은 없었다. 축축하게 식은 땀이 등뒤로 흐르는 것을 느끼며 U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숨 막히는 현실을 실감했다. 제3의 눈으로 본 U의 삶은 끔찍했다. 가까이서 보다 멀리서 본 삶이 더 비극적이었다. 그 지루한 삶의 끝에는 죽음 밖에는 다른 결말이 보이지 않았다. U가 겪은 이 신비한 경험은 U에게 삶의 권태를 느끼게 만들었다. 그것은 꿈이었을까? 


 I는 그런 U의 권태로운 삶에 작은 균열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실금이 조금씩 선명한 자국을 남기더니 거미줄처럼 퍼져 나갔다. U는 어쩌면 I가 자신의 갇힌 세상을 부수고 탈출할 수 있게 도와줄 구원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I가 U를 구하러 왔다고 해서 U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U는 알 수 없었다. 자글자글 그어진 균열에 가할 단 한 번의 충격. U의 삶을 부술 수 있는 그 한 번의 충격을 어떤 수로 가해야 하는지 U로서는 알 수 없었다. U가 그 방법에 대해 힌트를 얻은 것은 라운지 클럽에 도는 한 소문에서였다. 


 “있지, 그 I말야.”


O가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N이랑 뭔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N이랑?”


T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그래, 왜 저기 임대동에 10층 사는 이쁘장한 여자 있잖아. I가 오고나서는 매일 치킨을 시키더래.”


“그게 뭐? 우리도 매번 시키잖아.”


한 멤버의 반론에 O는 그런 것이 아니라며 말을 이었다. 


“치킨이 없이도 I가 그 집에 드나든다는거야. 그것도 한참을 있다가 나온대.”


O의 말이 끝나자 순식간에 라운지는 난리가 났다. 여러 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말들을 쏟아냈다. 


“아니, 근데 그걸 누가 봤대?”


“왜, 임대동에 G있잖아. 맨날 파자마 바람으로 돌아다니는 뚱뚱한 여자. 그 여자가 N네 옆집 살거든.”


“엑, 그 뚱뚱한 여자? 그 여자 별로야 나는. 이리저리 눈동자 굴리는 것도 그렇고 왜 맨날 씻지도 않고 잠옷바람으로 돌아다니는지… 우리 클럽에도 들고 싶어서 한동안 기웃거렸잖아 그 여자. 혹시 또 끼려고 자꾸 그런 소식들 자기한테 전하는 것 아냐?”


E의 말에 다른 멤버들도 그건 그렇다며 수군거렸다.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O는 다급히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아이참, 제 수준을 알겠지. 그냥 나도 재미로 듣는거야 재미로. 아무렴 임대 살면서 어디 같이 어울리려고 하겠어? 에휴. 그러고 보니 우리 아파트는 다 좋은데 임대가 문제야. 어쩜 잘 사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까? 죄다 진짜 임대뿐이야. 관리비나 제대로 낼는지.”

이번에는 다들 O의 말에 공감하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 쪽 동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이 유독 냄새가 심하다느니 애들한테 안좋으니 놀이터를 분리해야 한다느니 도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여태껏 내 집 하나 없냐는 이야기들이었다. 


 U는 이들 중 직장 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다만 뒤 이은 어떤 멤버의 말이 U의 귀에 내리 박혔다. 


“못배워서 그렇지 뭐. 그러니까 배달부를 집 안으로 들이는 것 아니겠어? 거기는 자재도 구려서 방음도 안될텐데. 이상한 짓 하는 소리 다 들리는거아냐?”


“어머 세상에. 그럴수도 있겠네. 어우 N 고년 반반하게 생겨서 하다하다 이제는 배달부를 꼬시네. 안되겠다. G한테 다음 번에는 벽에 귀를 바짝 대고 들어보라고 해야지.”


T가 ‘벽에 귀를 댈 필요도 없이 정신만 집중하면 들릴걸?’이라고 대꾸하자 다들 깔깔거리며 웃었다 U도 옆에서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그들의 비웃음 뒤에 깔린 질투가 진득한 향수처럼 U의 코를 찌르는 것 같았다. 다들 N을 천박하다고 욕하지만 마음 한 켠엔 I를 남편이 없는 방안으로 들여 한바탕 질펀한 섹스를 즐기고 싶은 욕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단지 자신들이 실행하지 못하는 것을 N이 한 것에 대해 질투할 뿐이다. 


 그날 밤 U는 한 번 더 치킨을 시켰다. 남편이 도착하기 한 시간쯤 전에 벨이 울렸다. U는 침을 삼키며 현관문을 열었다. 일부러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I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이내 ‘만 사천원입니다’라며 건조한 목소리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U는 치킨을 들고 부엌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심장이 가슴을 때리는 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U는 I의 얼굴을 한 번 더 본 지금에야 비로소 무엇을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깨달았다. 라운지 클럽 멤버들이 가지고 있던 욕망, 그 욕망을 실행하는 것. 그것이 U의 답답한 삶을 부수는 트리거가 될 것이 분명했다. 한 번 결심하자 U는 빠르게 계획을 세웠다. 마침 다음주에 남편의 출장이 있었다. 1박 2일. 그 짧은 시간안에 U는 이 지긋지긋한 일상을 되돌릴 수 있는 한방을 날릴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U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사건은 남편의 출장일 바로 전 날 발생했다. 친정에 연락해 내일 하루만 딸애를 봐달라고 막 부탁한 참이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T에게서 연락이 왔다. 

“빨리 라운지로!”


“무슨 일이야?”


U가 묻자 T는 다급하게 긴급 뉴스라며 자세한 것은 만나서 들으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U는 딸애의 손을 잡아 끌고 라운지로 내려갔다. 


“글쎄, 바지만 챙겨서 냅다 도망갔대!”


라운지에서는 O가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U가 가볍게 인사를 하자 T가 호들갑을 떨며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U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T가 U의 귀를 바짝 당겨 속삭였다.”


“N이랑 I랑 잤대.”


U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짓자 T가 조금 살을 붙여줬다. O의 말에 따르면 N의 남편이 출장을 떠난 직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I가 N의 집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로부터 십분 후 남녀의 신음소리가 들리더니 소리가 점점 커진다 싶을 때쯤 N의 남편이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어마어마한 욕설과 괴성을 지르며 온 집안을 다 때려부쉈다는 것이다. 예의 그 G라는 여자가 O에게 전달한 내용이었다. G는 O에게 N과 I에 대해 이야기할때부터 그들을 주시했다고 한다. 일용직 남편이 벌어오는 돈과 기초수급으로 근근히 생활하는 그녀에게 N과 I를 관찰하는 것은 마치 재미있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I가 방문할 때마다 귀를 바짝대고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G는 모든 내용을 O에게 전달했다. 


“N이 결혼하기 바로 전에 사귀던 남자가 바로 I래. 세상에 우연도 참. 소름돋지 않아? 치킨을 시켰더니 옛 연인이 딱! 그러니 매일 치킨을 시켰지. 그러다 하룻밤 불장난을 생각했던거야.”


하지만 그들의 불장난은 시작과 동시에 파멸했다. N의 남편이 중요한 서류를 잊고 간 바람에 집으로 돌아온 탓이었다. U는 출장 때 잊고 갈 정도면 그리 중요한 서류는 아니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N의 남편은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무의식적인 감각을 느낀 것이 아니었을까?


한동안 라운지 클럽뿐만 아니라 아파트 전체에서 N과 I에 대한 소문이 쉬지 않고 들렸다. 사람들은 서로 만나기만 하면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N네 집이 일주일도 안되어 이사를 간 후에도 꽤 오랜 시간 치킨집 알바와 바람이 난 유부녀 이야기는 시들지 않고 아파트 주변을 맴돌았다. 


 사실 U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I를 봤을 때 I가 U를 못 알아본 것에 대해 애써 외면하려 했던 부분이 있었다. 자신을 구하러 온 왕자인 줄 알았던 I가 U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일부러 모른 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였다. I는 U가 아니라 N을 위한 왕자님이었다. N은 I를 안은 순간에 답답한 일상을 탈피해 저 멀리 데이지 꽃이 만개한 왕궁을 노니는 꿈을 꿨으리라. 그 때문에 U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시지프스처럼 하염없이 무거운 돌덩이를 밀어올려야 했다. 하지만 U는 좌절하지 않았다. U는 시지프스와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떨어질 돌덩이를 정상까지 올려놓기 직전에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매번 똑같은 결말에서 벗어난 약간의 일탈, 그 일탈이 주는 쾌감이 U로 하여금 다시 돌덩이를 밀어올릴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그 원동력은 굳이 I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세상에는 밀어올릴 돌들이 천지다. 


 U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옆에서 딸애가 칭얼거렸지만 귀찮아 하지 않고 등을 토닥였다. 딸애는 금방 잠잠해졌다. U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다시 되찾은 기분이었다. 모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20대, 새벽까지 무리들과 시끄럽게 떠들며 청춘을 노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 저녁 7시가 되자 퇴근한 남편이 U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왜?”


“그냥. 묘하게 들뜬 얼굴이라. 좋은 일이라도 있나 해서.”


“그냥. 오늘은 기분이 좋네.”


“그것 참 다행이네.”


 남편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U는 냉장고에서 반찬들을 꺼내 식탁에 올렸다. 어제 해 놓은 김치찌개를 데우며 U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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