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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 Nov 21. 2015

#2. '우정이 쌓이다.' 라는 말

'우정'이라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언급했던 것이 언제였는가. 어릴 적에는 우정에 웃고, 울고, 절교했다, 화해했다, 그러면서 (우정반지는 옵션이다) 친구사이에 정이 뿌리깊게 내리던 것이었는데...


어느 새 어엿한 성인이 되어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사람을 사귀면서, 그 동안 '우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지, 친구라고 말하면서 '우정'이라는 말은 어쩐지 과거의 단어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나의 학창 시절에, 어른들은 "나중에 커보면 고등학생때 친구들만큼 좋은 친구는 없어." 라는 말을 자주했다.


아무래도 집에서 가족들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으니, 하루종일을함께했던 친구들과의 우정과 대적할리 있겠는가. 그런 환경을 눈 앞에 두고, 나는 알 수 없는 어른들의 말에 자연스레 수긍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롭게 사귀는 인연들 또한 좋은 친구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었고, 나이 또한 숫자에 불과한 것이여서 결국엔 우리가 마음을 여느냐, 열지 않느냐에 달린 문제였다.


우린 어른이 되었고, 사회생활을 하며 나의 성향과는 전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상처를 입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진짜친구가 되기란 어릴 적 만큼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우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밤이 찾아왔다. 지극히 평범하고 추억스러운 이 단어가 무언가 새롭게 느껴지는 순간이 스치고 간다. 특히 '우정' 이라는 명사 다음에 따라오는 동사 '쌓이다' 는 그 동안 너무 당연해서, 쉽게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정이 쌓이다



'쌓임' 없이 단단해지는 것은 없다. 인간관계에서 '얕게' 가 아닌 '두터운' 관계가 되길 원한다면, 우리는 우정을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른이 되어서 힘든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천천히 공을 들여야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그 동안 간과하고 있진 않았었는지.



우정, 그리고 쌓이다




현재 나의 소중한 사람들, 또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사람들과 나 사이에는 천천히, 차근차근 '우정'이 쌓여가면 좋겠다.




'우정'이라는 단어, 참 새삼스러운 것 안다.
그저 어느 날, 아주 평범한 단어가 새롭게 다가오는 때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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