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벤 Aug 27. 2017

#14. 위로라는 것

모든 것을 정리하고 아무 말도 없이
고국으로 떠나버린 그녀의 이별통보에
 
그는 갑자기 홀로 남겨졌고 그런 그에게
나는 어떠한 말을 건네야 할 지 몰랐다.
 
마치 감기에 걸린 것 마냥 퉁퉁 부은 목소리.
저녁에 마신 맥주 반 캔 땜에 그런거라고 변명을

하는 너에게 나는 어떠한 말을 하면 좋았을까.
 
'많이 힘들겠네, 아프겠다...'
이런 영혼없는 말들을 할바에야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아 그저 침묵했다.
 
나와의 대화가 잠시나마  
기분전환이 되었는지 아닌지는 그의 몫.
내가 그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라고 멋대로

생각하거나 억지로 좋은 말을 하려고 애쓰는 건

서로에게 좋지 않다. 그런 얄팍한 마음은

전해지지도 않으며 금방 들통나버린다.
 
또 위로라는 단어가 좀 별로다.
다시금 곱씹어봐도 사람과 사람사이에
위로라는 단어는 좀 많이 별로인 것 같다.
 
온전한 위로를 건넨 적, 아니 건넨 척.
고민을 털어 놓는 너에게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보여주기 급급한 과시적 위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고,
그게 나쁜 마음은 아니었다하더라도,
우린 꽤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할 때가 많다.  
 
위로는 내가 해주는게 아니라
상대방이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
 
온전한 위로가 되려면
우선 '그' 또는 '그녀'에게 털어놓은 후에도
말한 이는 초라하지 않아야 하고,
들은 이는 우쭐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위로라는 단어는

비로소 근사한 것이 된다.


다른 건 몰라도 그 때 그에게 어줍잖은 위로같은 건
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않았을까.
 
이 세상에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남의 아픔은 하나도 없고,
세상에 하찮은 슬픔과 사소한 아픔이란 없기에.
 
내가 감히 가늠 할 수 있는 슬픔이 아니라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시간을 내어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나는 다행히도
불행해보이거나, 초라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것이
얼마나 근사한 시간이었는가를 알게 될

그가 부러웠다.

위로라는 것,

그것은 '온전한' 위로가 되었을 때

아름다운 단어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13. 마른 꽃, 마르지 않는 향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