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금현 Nov 13. 2024

닉을 찾아서(Finding Nik)-38

72.


테슬라와 줄리어스는 페리의 뒤쪽으로 갔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미스터 테슬라.”

“왜 그러나? 줄리어스.”

“2층 갑판으로 올라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줄리어스는 테슬라에게 2 층 갑판으로 올라갈 것을 제안했다.

“미스터 테슬라,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아요.”

“그래, 자네는 군인이랬지. 전쟁 경력도 무려 15 년이나 되는.”

계단을 올라가서 2 층으로 간 그들은 가장 뒤쪽 구석으로 갔다. 겨울 강바람이 싸늘하게 불어왔다. 목덜미가 절로 쭈뼛해졌다. 이쪽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줄리어스는 테슬라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왜 웃는가?”

“맨해튼에 올 때 노인 한 명하고 같이 왔거든요. 이름이 토머스 잽스라고 했습니다.”

“그런가? 뭐하는 사람인데?”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자네는 노인들과 인연이 깊은가 보네. 우리가 그를 만나면 다시 세 명이 되는군.”


줄리어스의 눈에 그들 쪽으로 슬슬 다가오고 있는 네 사람이 보였다. 머리에는 다들 중절모를 쓰고, 두꺼운 코트를 무릎까지 내려뜨린 옷차림들이었다. 줄리어스는 테슬라를 슬쩍 돌아보았다. 테슬라도 다가오는 네 사람을 보고 있었다.

“이제 자네의 진짜 솜씨를 볼 수가 있겠는걸.”

테슬라의 장난스런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렸다. 테슬라는 페리의 갑판 난간 쪽으로 가서 거기에 등을 기댔다.


“린든!”

줄리어스는 큰 소리를 쳤다. 순간 네 사람은 움찔하더니, 빌리, 짐 그리고 해롤드 세 명은 손을 코트의 안쪽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잭이 오른손을 들어 제지하였다. 줄리어스의 왼쪽에 잭과 해롤드, 그리고 오른쪽에서 짐과 빌리가 다가왔다. 줄리어스는 앞으로 튀어 나갔다. 단 두 발짝으로 왼쪽의 잭 앞으로 뛰어간 줄리어스는 그대로 뛰어 오르며, 고개를 왼쪽으로 젖혔다가 상대의 얼굴을 들이받았다.

'퍽'

잭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바닥에 발을 디디고 선 줄리어스는 얼른 코트를 늘어뜨리며 양 팔을 빼냈다.

“앗.”

남은 세 명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짐이 코트 안쪽에서 총을 꺼내들었다. 총으로 줄리어스를 겨눴다. 순간 그의 눈앞으로 무엇인가 휙 날아왔다. 짐은 총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 날아오는 줄리어스의 코트를 받았다. 줄리어스는 다시 왼쪽으로 뛰었다. 해롤드는 총을 꺼내들려 하고 있었다. 줄리어스는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그의 발을 잡고 어깨로 밀어 넘어뜨렸다. 해롤드의 몸이 붕 뜨더니 뒷머리로 페리의 갑판에 떨어졌다. 줄리어스는 축 늘어진 몸 위로 덮쳤다. 그는 오른손으로 해롤드의 어깨를 잡은 채 그대로 한 바퀴를 뒤집었다. 자신의 어깨에 기댄 남자를 보며 줄리어스는 갑판에 앉았다. 남자의 뒤에 숨은 줄리어스에게 짐과 빌리가 총을 겨눴다. 슬슬 다가왔다. 줄리어스는 앉은 채, 기절한 남자를 껴안고 살살 뒤로 물러났다. 페리의 난간이 등에 닿았다. 뒤를 돌아보았다. 시퍼런 강물이 넘실거렸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줄리어스의 코트를 받은 짐은 바닥에 코트를 버렸다. 그러더니 몸을 홱 돌려 테슬라에게로 뛰어갔다. 노인의 머리에 총을 겨눴다.

“헉헉, 이봐. 게임은 끝났어. 해롤드를 내려놔.”

그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줄리어스에게 말을 했다. 빌리는 총을 든 채, 그 자리에 서서 양쪽을 번갈아 보았다. 테슬라에게 총을 겨눈 짐은 줄리어스를 보았다. 테슬라의 손이 입고 있던 회색 코트의 주머니에 스윽 들어갔다 나왔다. 그의 손이 남자의 목 근처로 갔다. 무엇인가 ‘번쩍’ 했다.

“아아악!”

짐은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의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바닥에 누운 짐의 몸이 꼬였다. 혼자 남은 빌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줄리어스는 해롤드의 외투 주머니에서 총을 꺼냈다. 그리고 마지막 남자를 겨눴다.

“총을 쏴 봐! 그러면 이 자가 먼저 죽을 걸. 그 다음 너는 번갯불에 튀겨질 테고.”

빌리는 갑판 바닥에 총을 내려놓더니, 발로 그것을 줄리어스 쪽으로 찼다.


페리가 고동을 울리기 시작했다. 세인트 조지 터미널이 보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닉을 찾아서(Finding Nik)-3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