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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Jun 23. 2021

쿠팡이츠가 정말 무서웠던 이유

인간을 도구로 쓰지는 맙시다

#쿠팡이츠, #새우튀김, #갑질, #환불


1. 고객님이 기분이 안 좋으셔서 전액 환불하고 싶다는 건 고객이 말하는 사유가 제대로 된 게 아니라는 것을 쿠팡이츠도 알고 있었다는 증거

출처: MBC뉴스



2. 사람이 쓰러졌다는데, 안부의 말 한마디도 안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상담원들

출처: MBC뉴스


3. 환불사유가 고객님의 기분이 안 좋아서라고 말한다는 건 고객의 호감도를 늘려서 앱의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의도일테고 사람이 쓰러졌다는데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말게 해달라는 건, 점주의 사정은 내 알바아니라는 것이겠죠. 


그런데 보통 이런 경우 보통 사람이라면 사장님 몸조리 잘하시고 제가 쾌차하신 후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라고 하지 않나요? 저건 사실상 '당신 사정 알바 아니고 우리 시키는 대로 해'라고 하는 것이죠.


사실 이런 사회분위기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제가 90년대 말부터 번역, 기고일을 해왔으니 햇수로 거의 20년이 되어가네요? 그런데 요즘 사회는 좀 이상합니다.


과거:  번역사님, 좀 의뢰...네? 아버지 장례식이요? --> 문상오면서 위로해주고 감 

현재: 작가님, 네? 어머니께서 수술중이시라고요? 네, 어쨌든 저희가 기고를 부탁드리려고 하는데요. 


요즘 사회는 과거와는 달리 인간미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위해 남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여기고
해선 안될 짓도 태연하게 해요

과거에도 자기가 현직 변호사니 대학생 나부랭이가 뭐 어쩌겠냐면서 번역료 못준다는 (그러면서 다음에 기회를 주니 어쩌니하면서 또 의뢰함) 진상은 있었습니다(물론 사무실 앞에서 죽치고 앉아서 다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저런 식으로 자신을 위해서라면 남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거 같아요. 비중이 많다고는 볼 수 없는데 체감상 30~40%는 되는 듯 합니다. 



4. 이 사태는 이렇게 정리됩니다.


- 쿠팡이츠는 설령 고객이 잘못해도 그 고객의 클레임을 오타하나까지 그대로 재현하게 했다. 즉 애초에 고객/점주 중 어느쪽이 잘못했는지 가릴 생각없이 점주를 점유율 상승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고 했다.


- 당연히 이런 의도니까 상담원들도 고객의 사정, 쓰러져서 누워있다는 사정도 안 봐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쓰러진 사람의 안부도 묻지 않고 자기 의사만 떠넘긴 건 선넘은 것이다.


- 이미 뱃속에 들어가서 영양분이 된지 한참 지난 음식까지 환불한 저 고객이야말로 최고의 악마다.


사실 고객에게 편한 서비스라는 건 어딘가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겁니다. 


예전에 백화점은 고객친화란 타이틀을 걸고 고객이 영수증만 있음 다 반품을 받아줬죠. 그런데 그 반품을 백화점이 끌어안을까요? 아니요, 납품하는 업체가 다 끌어안습니다. 이런 형태의 관행은 업체를 매출 상승을 위한 홍보도구로 사용하려는데서 비롯됩니다.


쿠팡이츠도 마찬가지입니다. 후발주자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반품이 되는 앱이라는 포지션으로 전략을 짰을 겁니다. 그래서 사유가 뭐건 다 반품을 받아준 것이죠. 점주의 판매에서 수수료를 받는 업체라는 사실은 망각한 겁니다. 오히려 우리때문에 돈 벌잖아? 이 정도는 감내하라는 뜻이죠. 그렇지 않고서야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상담사가 한결같이 저리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4. 사실 인간이 인간을 소모품처럼 사용한 역사는 수천년입니다. 

그런데 남을 희생시키는 것이 자기 권리처럼 여겨지는 시대는 최근인 것 같아요.


아무리 돈이 좋아도 사람을 당연한 듯, 소모품으로 쓰면 안됩니다.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마지막 선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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