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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n Nov 04. 2019

제주도 혼자 여행 3편

우도에서 용눈이오름까지


제주도 여행을 계획할 때 제일 먼저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우도 여행이 포함된 3일 차가 밝았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9시 반 우도행 배에 몸을 싣었다.


1. 우도행 및 아침식사

우도행 배는 아침 7시 정도부터 있지만 그렇게는 못 일어날 것 같아서 9시 반 배로 정했다. 30분마다 있는 배 시간표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월별로 조금씩은 다르지만 가기 전에 확인하고 가면 좋을 듯싶다.

배를 언제 탔었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옛날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탄 배는 신기하고 좋았다. 갈매기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깝게 날았지만 역시 제주도인지 바람이 워낙 세서 새우깡을 먹지는 못하였다.


우도에 가면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버스여행 등의 방법으로 여행을 즐길 수가 있다. 나도 누군가와 같이 왔더라면 스쿠터를 빌렸을 것 같은데, 혼자기에 편히 움직일 수 있는 버스 투어를 선택했다. 사실 스쿠터를 타기에 바람이 조금 차다고 느낀 이유도 있었지만 앞이 막힌 스쿠터도 있었다.

저 버스는 우도의 메인 스폿 4군데만 정차를 하는 버스이다. 메인 스폿은 검 말레 해변, 비양도, 하고수동해수욕장, 산호해수욕장(서빈백사)이다. 첫 번째로 검 말레 해변에서 하차하여 전복 게우밥과 우도땅콩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전복 게우밥은 전복장에 비빈 밥과 조그만 전복, 귤이 들어가고 국으로는 보말국이 제공된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심심한 맛이 아침으로는 딱 좋았다. 우도봉을 올라갈 계획이었기에 양이 많았지만 조금 남기고 다 먹었다. 다음 메뉴는 우도땅콩아이스크림. 사실 나보다도 여자 친구가 상당히 먹고 싶어 했던 메뉴인데 생각했던 것만큼 고소하고 껍찔째 먹는 땅콩이 포인트인 아이스크림이었다.


2. 우도봉

한눈에 우도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우도봉이 첫 번째 방문 코스였다. 우도봉까지 올라가는 건 편도로 20분 정도 걸린다. 근데 생각보다 경사가 있고 올라가기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헉헉대면서 땀을 내고 올라가다 뒤돌아보면 펼쳐져있는 절경은 힘든 것도 잠시 잊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다섯 번째 사진에 오른쪽 작게 보이는 게 목적지인 등대다. 등대에 가면 우도의 역사와 유래를 알 수 있는 홍보관도 마련되어있고, 홍보관 자체가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놓아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도 참 좋을 것 같다.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지만 바다와 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3. 비양도

같은 바다인데도, 같은 물인데도 빛에 따라서 그리고 위치에 따라서 색이 변해서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는 제주도, 그리고 우도이다. 그중에서도 비양도에서 본 물빛은 유난히도 반짝거렸고 눈이 닿는 모든 곳이 그림 같았다. 버스 투어는 30분마다 버스가 있어서 이번 버스를 놓치면 30분을 기다려야 해서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누군가와 같이 와서 스쿠터를 빌려서 온다면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곳이었다.


4. 안녕, 육지사람(하고수동해수욕장)

세 번째 정류장인 하고수동해수욕장에 내려서는 카페를 들어갔다. 카페 이름이 어디서 본 것 같고 친숙해서 들어갔는데 햄버거 같은 식사류도 팔고 음료도 같이 파는 곳이었다. 사실 바다 뷰를 보면서 마시고 싶었는데 막상 바다 뷰를 보면서 마실 곳은 없었다. 앉으면 앞에 주차된 트럭이나 스쿠터에 가려져서, 오히려 바다 뷰를 원한다면 좀 더 오른쪽에 위치한 카페가 좋을 뻔했다. 하지만 나오면서 후회가 없었던 건 나올 때쯤 카페에서 발견한

저 문구 때문이었다.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참 좋은 글귀였다.


5. 산호해수욕장(서변백사)

우도에서의 마지막 방문지. 그리고 정적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렀던 서변백사. 우선 처음에 놀랐던 건 모래가 세 번째 사진처럼 협재해수욕장 같은 곳에 있는 흔한 고운 모래와는 달랐다. 생긴 건 뻥튀기 같고 촉감은 석기시대라고 그 초콜릿 같은 느낌이었는데 신기하고 좋았다. 그리고 바다 색깔이 너무나도 예뻤다. 정말 이런 에메랄드빛 바다를 두고 굳이 해외를 나갈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바다 빛이 너무나도 예뻤다. 한 시간 가량을 해변에 앉아서 멍하니 있다가, 모래로 장난도 치다가,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도 구경하다 보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산을 챙겨갔지만 강한 바람과 오는 비 때문에 바지가 다 젖었지만, 비 오는 바다는 또 흔치 않은 매력이 있었다. 막판에 비가 온 것도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여기는 꼭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오고 싶다.


6. 비자림

비자림도 사려니숲길 다음으로 가장 기대했던 곳이었다. 그리고 셋째 날 코스로 잡은 이유도 비 오는 날에는 꼭 비자림을 가보라는 어느 유투버의 제안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오히려 비가 오는 게 반가웠고 비가 그치기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 바람 때문인지 비자림을 가는 동안에는 앞이 안 보이는 비가 내리기도 했다 ㅎㅎ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사려니숲길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여행 셋째 날이고 내가 피곤한 탓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비자림은 통로가 좁기 때문에 오가는 사람과 부딪힐 일이 많고 대화 소리도 크게 들린다. 사려니숲길은 통로가 넓어서 나만의 사색을 하면서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반면에, 비자림 숲길은 길을 내어주고 앞서가며 걷는 것에 조금 신경을 써야 하고, 내가 혼자 갔기 때문이겠지만 사색을 즐기기에는 쾌적하지 않다. 그리고 뭔가 사려니숲길은 웅장한 숲에 와있는 느낌이었다면 비자림은 약간 정글에 와 있는 느낌? 비자림을 먼저 방문하고 사려니숲길을 갔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비자림 앞에 있는 비자림 국수는 좋았다. 맛도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사장님이 친절하셔서 더욱 좋았다.


7. 용눈이오름

용눈이오름은 오늘 방문지에는 있었으나 사실 비자림 다음에 일몰을 보기 위해서 부랴부랴 향했던 행선지였다.

비자림에서 다소간의 실망을 하고 내려오니 5시 20분 정도였는데 검색을 해보니 일몰시간이 5시 40분이었고, 비자림에서 용눈이오름은 차로 10분 정도 거리였다. 그래서 빠르게 넘어갔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번 제주도 여행 최고의 방문지였다.


우선 구름에 가리기도 했고 시간도 늦어서 일몰을 보는 데는 실패했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 오름이라고 해도 오름은 오름이거늘 올라가는 게 평지 수준은 아니어서 꽤 경사가 있다. 하지만 밤에 간 것이 오히려 더 좋았다.

탁 트인 절경과 함께 뭔가 산과 바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묘한 청량감이 있었다. 답답하지 않고 열린 절경이 나를 맞이했고 언제 올라가나 싶다가도 뒤돌아서면 또 다른 절경이 있었고, 내리막에서도 올라가면서도 몇 발짝만 걸으면 또 새로운 경치가 눈 앞에 있었다. 경치도 너무 좋았지만 또 좋았던 건 다양한 사람들 덕분이었던 것 같다. 


사실 혼행을 올 때마다 그랬지만 3일 차쯤 되면 이제 점점 더 외로워진다. 심지어 비양도에서는 중년부부께서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것도 반가웠다 ㅎㅎㅎ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특히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올라가기 힘들다고 툴툴대면서도 엄마를 따라가는 딸과 묵묵히 산을 오르는 엄마,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는 딸아이를 너무나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 제주도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를 초대해서 제주도를 관광시켜주고 있는 딸(대화 내용에서 유추함 ㅎㅎㅎ), 그리고 남자 둘이 온 사람들까지. 하나같이 뭔가 다 정겨워 보였고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나도 가정을 이루게 되면 꼭 화목한 가정을 이뤄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 가정을 이루기 위해 꼭 멋진 남편과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모녀를 보면서는 나도 엄마에게 시시콜콜한 얘기도 하고 말동무가 되어줄 수 있는 아들이 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미처 해줄 수 없는 역할을 해줄 착한 딸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중년이 되었을 때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중년의 여성과 성년이 된 딸의 모습이 그렇게도 좋아 보였다.

그렇게 행복한 생각, 행복한 꿈, 행복한 상상을 하며 어둑어둑해진 용눈이오름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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