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치기 해변과 성산일출봉
하루하루를 꾹꾹 눌러 담아서 알차게 즐겼던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기존 세 번의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은 딱히 할 게 없어서 시간을 흘려보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점심 즈음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예매했는데,
제주도는 어딜 가도 그림 같고 볼거리가 많아서 조금 늦게 돌아오는 비행기를 예매했더라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광치기 해변
사실 느지막이 일어나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고 나니 성산일출봉을 즐기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차에 올라 부랴부랴 성산일출봉으로 향하는데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문득 오른쪽을 쳐다보니 정말 선물 같은 광경이 눈 앞에 있었다.
광치기 해변이었는데, 돌아오는 날이었던 오늘 4일 중에 가장 날씨가 좋기도 했고 햇빛에 반짝거리는 바다는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눈이 닿는 곳마다 황홀한 경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간 갔던 해변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주차를 하고 차 안에서도 해변을 볼 수 있는 거리에 주차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다음에 오면 꼭 여유를 갖고 둘러보고 싶은 해변이었다.
2. 성산일출봉
성산일출봉은 이전에 여자 친구와 왔을 때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비행기 시간이 다소 촉박하여 초입에서 사진만 찍고 내려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정상에 올라 풍경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이번에도 렌터카 반납 시간을 1시간 50분 남겨두고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성산일출봉에서 렌터카 반납 장소까지는 1시간 10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은 40분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꼭 성산일출봉 정상을 보고 싶었다. 겨우 해발 180m 지만 그 오르는 각도가 가파르다 보니 정말 중간에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어제 인생공부라는 페이지에서 본 글귀가 도움이 되었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면 중간에 뒤돌아보지 말아라가 그것이었는데, 중간에 너무 힘이 들어서 렌터카 회사에 연락해서 조금 늦게 반납을 한다고 연락을 하거나 그만 내려갈까도 싶었는데 저 글귀가 생각이 나서 그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오르다 보니 이미 정상에 도착해 있었다. 정문에 왕복 50분이라고 적혀 있지만 정상까지 12분 만에 도착을 한 거 보면 정말 열심히 올라가긴 한 거 같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이 계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목표를 설정했다면 중간에 후회하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끝까지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정상에 도착을 했는데 3일 동안 많은 풍경과 놀랄만한 경치를 보고 나니 특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우도봉과 용눈이오름에서의 경치가 워낙 인상적이었고 두 곳보다는 고도가 낮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본 성산일출봉의 매력은 하산하면서 느낄 수 있는 탁 트인 풍경과 포토스폿이었다.
등산로와 하산로가 구분되어 있어서 번잡하지도 않고 딱 봐도 사진을 찍으면 예쁠만한 스폿이 정해져 있다. 물론 나는 혼자 갔기 때문에 그 장소에서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동행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로 멋진 풍경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그리고 중간에 약간 길이 좁아서 다른 외국인들의 사진을 찍는걸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금 기다렸는데, 동남아시아인들로 보였던 그들은 "Sorry, guys", "Thank you, guys" 하며 상대방의 배려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잊지 않았다.
예의 바른 사람들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지에서 만났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4번의 여행에서 외국인들은 거의 모두 친절했고 매너가 있었다. 반대로 외국인들이 본 한국인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부터 행동을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너무나도 좋았던 제주도를 뒤로하고 현재로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이 이전 3번의 여행과 달랐던 점은 발길이 닿는 이곳저곳이 모두 좋았기도 하고 감흥을 느끼기에 충분했던 날씨도 있겠지만 매일 글쓰기 30일 덕분에 내 여행의 발자취와 감정을 모두 기록할 수 있었기에 특별했던 것 같다.
여행 중에 메모를 할 일이 있어 메모 앱을 켰는데, 잊었던 베트남 여행 때 일기 형식으로 썼던 글을 발견했다.
정말 잊고 있었는데 짧게나마 글로 기록을 해두면 지나고 나서 이때 내가 어떤 감정으로 여행을 했는지 떠올릴 수 있게, 더욱더 진한 여운이 남는 여행이 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제 내일부터 다시 바쁜 하루하루가 되겠지만 이번 여행의 감동을 잊지 않고 생동감 있는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