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pfunding Apr 25. 2016

팝펀딩 7년 무이자 학자금 대출

'실패'라고 쓰고,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읽는다

#세 번째 팝펀딩 히스토리

팝펀딩 7년 무이자 학자금 대출 

'실패'라고 쓰고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읽는다




자식이 많은 부모님들께 모든 자식이 소중하겠지만 그래도 그중에서도 유독 애착이 가는 자식이 있기 마련입니다. 잔병치레를 많이 하거나 바빠서 혹은 다른 이유로 잘 챙겨주지 못한 자식의 경우에 특히 더 그럴 텐데요.


팝펀딩에도 유독 애착이 가는 이런 자식 같은 서비스가 있습니다.

비록 여러 가지 이유로 서비스를 접었지만 팝펀딩 임직원들의 마음속에 잊혀지지 않는 서비스.

바로 팝펀딩 7년 무이자 학자금 대출입니다. 


해보자..


때는 2009년 가을.

그해 유난히 뉴스를 통해 많이 이슈화 되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대학 등록금 대출에 대한 문제였는데요.


2009년에는 학자금 대출에 대한 뉴스가 많았습니다.


당시 국가에서 지원하는 학자금 대출의 연 대출금리가 5.5%로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는 높은 금리라고 생각되지 않겠지만 대학생들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대출금리였습니다. 대학 등록금은 매년 인상이 되고 사립대의 경우에는 1년 등록금 1천 만원 시대가 도래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반값등록금이 선거 공약으로 나올 만큼 정치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2009년 9월 28일에는 학자금 대출금을 취업 후에 상환하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가 정부 주도하에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 기사보기)


이런 뉴스를 보고 있던 2009년 어느 날

회의시간에 사장님과 직원들은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대학생 학자금 대출을 해보면 어떨까?"


"지금 국가에서 빌려주는 학자금 대출 금리가 5.5%입니다. 이 금리보다 낮아야 매력적일 텐데요. 문제는 우리 투자자들이 이런 금리에 투자를 할까요?"


"금리는 낮지만 금리 이외에 투자자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가령 세금 혜택이나 공영주차장 할인이라든지.. 찾아보면 많을 것 같은데.."


"아.. 그런 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있어야.... T.T" 


"그런데 금리적인 부분 말고 문제가 되는 것은 없을까?"


"아,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저희는 저축은행 제휴로 인해 대출을 받을 때 저축은행을 통해 받게 됩니다. 우리 대출 고객층인 저신용자분들의 경우 저축은행 대출로 인해 신용에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대학생들의 경우 첫 금융거래를 제1금융권이 아닌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관계로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오.. 머리야...."

"앗! 잠깐. 만일 대학생들에 한해 무이자로 대출을 해 준다고 하면 이것도 대부거래 행위에 해당되는 건가? 만일 해당되지 않는다면 이거 저축은행 없이도 가능할 것 같은데? 한번 알아봐라!"


"법무법인에 질의해 보니 무이자 대출의 경우 대부행위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이자로 하면 투자가 될까요?"


"해보자..."



그렇게 팝펀딩 7년 무이자 학자금 대출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당시 이 서비스를 도입에 대한 취지를 '운영자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회원들께 알렸습니다.

 

팝펀딩 운영팀입니다. 

저희 팝펀딩은 P2P금융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을 통해 830만 금융소외계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품앗이 형태의 대안금융과, 집단지성을 이용한 다수의 심사를 통해 투명하고 민주주의적인 투자처로서의 역할을 해 왔습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사용자분들의 꾸준한 관심과 성실한 상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팝펀딩은 2009년 12월 1일, P2P금융의 무한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팝펀딩 학자금 후원 서비스를 오픈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가장 가치 있는 투자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우리의 300만 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로 인해 힘들어하고 신용불량자가 되고, 꿈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내 아들 딸, 형제자매, 학교 후배들의 모습이고 현실입니다.

그동안 팝펀딩이 금융소외계층들에게 P2P 방식의 대출을 통해 제도권 금융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던 것처럼, 대학생들에게도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자 합니다. 이제, 팝펀딩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꿈과 미래를 선물하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주세요. 교육은 미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이자 기쁨입니다. 

팝펀딩 투자자 여러분! 

학자금 후원은 기부가 아닌 무이자 투자입니다. 
금전적인 이자보다 후원하는 학생들에게 밝은 미래를 선물하는 기쁨이라는 이자를 받아가십시오.   

냉철하게 투자해 주세요.  
학자금 후원은 기부가 아닌, 투자의 한 방식이지만 투자에 대한 원금보장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의 소중한 투자금이 꼭 필요한 학생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냉철하게 판단하고 투자해 주십시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멘토가 되어 주십시오.
7년간의 상환기간 동안, 커뮤니티를 통해 후원한 대학생들에게 멘토가 되어주세요. 돈 이상의 큰 가치를 통해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팝펀딩은 이번 학자금 후원 서비스를 시작으로 사회의 문제점을 기업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사회적인 대안금융, 그리고 금전적인 수익과 더불어 돈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팝펀딩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11월 30일 운영자의 편지-


지금 보니 참 거창한 운영자의 편지였네요^^

암튼 그렇게 팝펀딩 7년 무이자 학자금 대출 서비스는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이 서비스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좋은 취지의 서비스라고 격려를 보내준 분들도 계셨던 반면, 무이자에 7년 상환이면 오히려 투자자에게 마이너스가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습니다.


2009년 12월 1일에 시작된 이 서비스는 결국 2개월이 지난 2010년 1월 말까지  대출을 받는 대학생이 나오지 않았고 이렇게 비참하게 끝을 맺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2010년 2월 첫날

기적처럼 첫 번째 수혜자가 탄생하게 됩니다.

정확히 서비스를 시작한 지 딱 2개월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H모 대학에 재학 중이던 J모군이 신청한 대출 신청건이 많은 투자자분들이 관심을 보였고, 약 100여 명의 투자자들이 십시일반 투자하여 300만 원의 등록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 소식이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2010년 2월 3일자 아시아경제


특히 신문기사를 보고 모 방송사로부터 대출자 인터뷰에 대한 요청이 접수되었습니다. 사실 대출자 입장에서 인터뷰가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요, 유선상으로 정중히 인터뷰를 요청드렸는데 오히려 대출자분께서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신분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모자이크도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런 좋은 취지의 서비스를 더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다면서 직접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해 주셨습니다. T.T


첫번째 수혜자의 인터뷰 영상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언론을 통해 직접 얼굴을 공개하고 팝펀딩의 학자금 대출 서비스에 대해 당당하게 소개해 주신 첫 수혜자 덕분에 학자금 대출에 대해 투자회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 이후 2명의 대학생이 추가로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이렇게 3명의 대학생에게 총 900만 원의 학자금 대출이 체결되었습니다.


3명에 900만 원

참 초라한 실적입니다. 

이쯤 되면 이 서비스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겠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모두에게 학자금 대출이 잊혀질 즈음, 첫 번째 수혜자가  2014년 7월 26일에 게시판을 통해 이런 글을 남깁니다.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글을 남기네요. 제가 글솜씨가 부족해서, 이전에도 몇 번 글을 올리려고 망설이다 쓰질 못했지만 이제 상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제 근황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먼저 저는 작년 2월에 학부를 무사히 졸업하고, 현재는 저희 학교 대학원에 진학한 상태입니다. 처음에는 빨리 병역문제도 해결하고 취직해서 돈을 벌고 싶었지만, 실습시간에 친해진 대학원 선배의 권유와 조언으로 같은 연구실에 들어가서 일하다가 그대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네요 ㅎㅎ 대학원 학비는 다행히, 본교 학생이 그대로 본교 대학원에 진학할 시 학비가 절반 감면이 되는 혜택도 있는데다가, 공대 대학원이라 나머지 학비 보조에 프로젝트비로 월급까지 받을 수 있어서 다행히 해결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학부생 때는 과외비로 대출금 값던 것을 대학원 진학하고 나선 연구실에서 나오는 월급으로 갚고 있습니다 ^^ 게다가 전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고 공부만 하는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라;; 별 탈없이 계속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연구실에서 졸업논문 쓰는데만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어디 놀러 갈 여유도 없네요 ㅠㅠ 그리고 앞으로, 내년 2월 졸업하고 나서는 방산기업 같은 곳에 취직할 예정입니다. 동생까지 대학에 진학한 상태라 제가 빨리 취직하고 독립해서 부모님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네요 ㅎㅎ 저에게 투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남은 회차까지 열심히 상환하겠습니다 ^^



그리고 4개월 뒤 2014년 12월 2일에는 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깁니다.


드디어 상환이 전부 끝났습니다. 거의 딱 4년 만이네요 ㅎㅎ 긴 시간 동안 믿고 기다려 주셨던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4년 전 처음 생각했던 계획하고는 이것저것 달라진 것도 많지만 무사히 상환을 마쳤습니다. 역시 살면서 계획대로 되는 일은 드믈군요 ㅎㅎ 앞으로 계획은 무난히 졸업해서 연구소 쪽에 취직하여 연구쪽일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사회에 나가서 사회생활하면서, 팝펀딩에서 받았던 도움을 잊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도움 주셨던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


상환기간이 7년이지만 그동안 틈틈이 여유가 생기는 대로 조금씩 더 원금을 상환한 덕에 첫 번째 수혜자는 4년 만에 300만 원의 대출을 모두 갚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학자금 대출을 받은 '젊은 날의 오후'라는 필명의 회원은 2014년 11월 8일에 게시판을 통해 졸업 소식과 더불어 결혼 소식도 전해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제 졸업도 하고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빠듯하지만 내년 결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있어서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된 거 같습니다. 결혼 전 모든 대출을 상환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팝펀딩의 7년 무이자 학자금 대출 서비스는 숫자적인 의미에서는 분명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숫자에 불과하지만 이자상환에 대한 부담 없이 학업에 몰두해 무사히 졸업을 하여 당당히 이 사회에 나서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학자금 대출 수혜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학자금 대출이 팝펀딩의 흑역사로만 남을 서비스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학자금 대출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가 '무이자'라는 점 때문이라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향후 7년 동안 팝펀딩이 유지될 수 있는가?


바로 '원금을 돌려받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팝펀딩이라는 서비스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투자자들이 걱정했을 수 있었겠다' 라는 점입니다. 


투자에 대한 수익성을 제시하는 것 못지않게 팝펀딩이라는 서비스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다행스럽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2016년 지금도 팝펀딩의 서비스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가끔 사장님과 소주 한잔을 기울이다 보면 늘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가 비록 2009년의 학자금 대출은 실패했지만, 난 이거 꼭 다시 할 거다. 학자금 대출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가장 가치 있는 투자라는 거 잊지 말고 그때 우리가 실수하거나 모델링에 실패한 것들 잘 정리해 놔"


팝펀딩의 무모한 도전이었던 '7년 무이자 학자금 대출'. 팝펀딩은 이 서비스에 대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패'라고 쓰고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읽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쩐의 전쟁 그리고 인식의 전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