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pfunding Apr 27. 2016

P2P금융, 깨끗한 선거자금 모집을 제안하다

투자로 하는 유권자의 정치참여, 선거펀드

#네 번째 팝펀딩 히스토리

P2P금융, 깨끗한 선거자금 모집을 제안하다




때는 2010년 4월 20일

출근길 지하철에서 한편의 뉴스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유시민, '유시민 펀드'로 하루 만에 4억 모아 '화제'



당시 2010년 4월은 6월 2일로 예정된 제5회 지방선거로 인해  정치인들에 대한 뉴스가  많았지만 이 중에서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시민 후보가 법정선거자금인  40억 7,300만 원을 유권자들에게 빌리겠다면서 19일에 오픈한 '유시민 펀드'가 하루 만에 4억 원을 모았다는 기사는 정말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대한민국의 첫 선거펀드였던 '유시민 펀드'에 대해 잠깐 소개해 드립니다.


▣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시민 후보가 경기도지사 법정 선거자금인 40억 7,300만 원을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로부터 차입하는 방식의 유시민 펀드 개설
▣ 연 2.45%의 금리를 제시하였고, 약 4일 만에 41억 원을 모금
▣ 약 8천 명 이상 참여
▣ 유시민 후보는 총 득표율 47%로 상대 후보에게 패하였음.
▣ 선거에는 졌지만, 15% 이상 득표시 선거자금 100%가 보존되는 규정에 의해 같은 해  8월에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함.
유시민펀드

유시민 펀드 이후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선거펀드를 개설했던 적이 있기에 지금은 낯설지 않지만 2010년 당시만 해도 정말 획기적인 시도였습니다. 선거구마다 유권자수에 맞게 책정된 법정선거자금을 유권자들이 빌려준 깨끗한 돈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당시 유시민 후보 캠프의 전략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 듯합니다.


오프라인의 한계


비록 선거에는 졌지만 약속한 대로 원금과 이자를 8천 명의 참여자들에게 돌려줘야 했는데요. 당시 이 부분이 참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유시민 펀드는 유시민 후보의 실명 계좌를 공개하고 이 계좌로 금액을 이체한 후 이메일로 참여자에 대한 정보를 보내야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개인과 개인 간의 차입거래이기에 반드시 참여자에게 약정된 이율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여기에 이자금액에 대해 참여자 이름으로 세금신고도 해야 하는 과정이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일부 참여자들이 보내준 정보 중에 누락된 정보가 있었고 이로 인해 캠프 관계자분들이 직접 일일이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안내하는 과정이 약 20일 이상 진행이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노가다 작업이었죠.



이거 우리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당시 유시민 펀드의 소식을 들은 사장님께서는


"야.. 이거 재밌네. 근데 말이야, 이거 우리는 이미 시스템이 다 되어있잖아. 회원가입 때 실명인증을 받고 출금계좌도 받고 아무리 많은 투자자가 투자를 해도 시스템에서 각각 원금과 이자를 배분해주고 여기에 매월 꼬박꼬박 투자자들을 대신해서 세금신고도 해 주잖아."


"그쵸. 저희 팝펀딩에는 이미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죠."


"다음 선거가 언제지?? 이거 우리 한번 해보자"


"네....(일이 자꾸 커지는구나..... 끙..)"



팝펀딩의 첫 선거펀드 '박원순 펀드'


다음 선거가 적어도 2년은 남았겠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2011년에 팝펀딩 선거펀드를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옵니다. 당시 무상급식과 관련된 투표에 패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를 하고 공백이 생긴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보궐선거가 진행이 되었습니다.


마침 야권 후보 대표에 시민운동가 출신의 박원순 후보가 선정이 되었고, 박원순 후보는 팝펀딩의 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한 '박원순 펀드'를 개설하게 됩니다.


박원순펀드 모집개요


박원순 펀드는 오프라인 작업이 동반되었던 유시민 펀드와 달리 실명인증부터 계좌인증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처리가 되고 등록 후 계좌로 입금하면 참여가 완료되고 상환까지 간편하게 처리되는 구조였습니다.


박원순 펀드는 정말 돌풍 그 자체였습니다.

첫날 10억 원을 돌파하더니 개설 52시간 만에 45억 2,300만 원 약정에  실 입금액 39억 5,000만 원으로 성공리에 마감되게 됩니다. (박원순 펀드에 참여한 유권자는 총 6,401명입니다.)  ▶관련기사


출처: 한겨레신문


그런데 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선거펀드를 통해 선거자금을 모집하는 것일까요? 뭐 충분한 자금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선거펀드가 가진 많은 장점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전 여론 조성, 지지 세력 과시

선거펀드 자체가 많이 기사화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과정 자체가 후보에 대한 사전 여론이 조성되는 것이고 유시민 펀드, 박원순 펀드처럼 단시간에 많은 참여자들이 발생하는 경우 지지 세력을 과시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SNS를 통한 빠른 확산

선거펀드에 참여한 사람이 자신의 SNS에 참여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게 되면 선거펀드 자체가 빠르게 확산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투명한 선거자금 조달

유권자들이 모아준 선거자금이기에 후보들은 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거자금으로 사용하게 되겠고 이런 긍정적인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팝펀딩의 선거펀드는 2012년 총선과 교육감 선거, 그리고 대선까지 이어졌고 총 245억 원의 선거자금을 모으게 됩니다. 


24,507,250,000원


팝펀딩 선거펀드 전체 모금액



사람이 은행을 대체할 수 있다.


P2P금융의 시초라 불리는 영국의 조파(Zopa)는 2005년 설립 당시 은행이 챙겨가는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을 줄이면 대출자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투자자는 좀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점에 주목했고 ‘사람이 은행을 대체할 수 있다’는 조파의 정신은 곧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P2P금융의 인기가 높은 수익 때문만은 아니였습니다. 


다수의 개인이 직접 개입해 기존 은행에서 볼 수 없었던 투명한 자금 흐름이 가능하다는 점.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P2P금융이 주목받았던 이유였죠. 투자자는 자기 돈이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고, 대출자는 은행이 아닌 사람에게 이자를 지불하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적인 금융’이라는 가치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투명한 자금 흐름, P2P금융이기에 가능합니다.


박원순 펀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거펀드의 금리가 연 2~3%대로 선거 이후 3개월 내에 원금을 상환하는 조건이기에 실 수익률은 1%가 되지 않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펀드가 주는 의미는 앞서 조파(Zopa)를 인용하면서 소개해 드린 다수의 개인이 직접 개입해 기존 은행에서 볼 수 없었던 투명한 자금 흐름이 가능했다라는 점 입니다.


선거에 참여한 후보들이 득표율에 따라 보존받게 되는 선거자금은 결국 우리의 세금입니다. 유권자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자금이기에 후보는 이 돈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낸 세금인 선거자금이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게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P2P금융은 

제도권 금융보다 수익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높은 수익이 전부가 아닌

'투명한 자금 흐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적인 금융'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팝펀딩 7년 무이자 학자금 대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