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 보이는 거 아니고 비스듬한 거야
오르막 내리막이니까
오케이?
어릴 적 인라인을 과하게 탈 때 지리산엘 갔더랬어. 뱀사골의 언덕에서 좋은 다운힐을 만났고 내려갔지.
부츠와 프레임이 부들거리고 바퀴가 빠질 듯이 소리가 크게 났어. 근데 그게 중간에 멈추면 죽겠지 싶더라 하는 찰나에 '자빠지면 굴러도 사지가 부러지고 어디 부데기라도 하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사납지 않은 바람이 볼을 스쳤고 속도는 점점 더 올랐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더라. 거의 내리막을 다 왔을 무렵에 안도를 했고 남은 속도와 힘으로 1킬로미터를 넘게 그냥 뒀어 굴러가더라. 다시 작은 경사로가 나왔고 뒤로 돌아 아까 그 다운힐을 찾아갔어. 멀리서 보니까 무지 높고 나무그늘이 생겨 어둡게 변했었어. 일단 거길 넘어 돌아가야니까 앞에가 섰어 올려다봤고. 다운힐만큼이나 업힐에 자신이 있었던 터라 단숨에 올랐어 허벅지가 뜨거워졌고 심장이 튀어나올 기세였고 숨통은 기관차 같았어 쉼 없이 자숨 큰 숨을 섞어 쉬었는데도 가라앉지 않아서 누워버렸어. 담밸 꺼내 물었고 내쉬었어 하늘이 엄청 파랗더라. 여기서 별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구름길에 담배연기를 합승시켰어. 월드컵이 끝나고 얼마 안돼서였던 것 같으니까 2003년 즈음 갔나? 그날 밤 별은 밝고 맑고 많아서 눈이 시리더라.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