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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밀도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

시간이 화폐가 되었다.

시간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소비하는 것이 되었다.

시간은 더 이상 전적으로 내가 소유한 것이 아닌 '상품'이 되었다.


이 변화는 여가의 의미를 완전히 바꿨다.

시간이 돈으로 맞바꿀 수 있게 되자 

여기의 가치가 줄어들었다.

여가는 심지어 돈을 태워버리는 것처럼 여겨졌다.

시간이 있는데도 뭔가 생산하지 않는다면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얼마만큼 생산했느냐가 어떻게 소중한 시간을 사용했는가를

선명하게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참된 여가, 고귀한 여가는 인간의 최고 가치를 실현하는 활동이며

여가를 갖는다는 것은 덕의 함양을 목표로 하는 

공부와 활동을 추구할 자유를 누리는 것"이라 했다. 


카이로스와 크로노스라는 두 '시간의 신'이 있다.

카이로스는 '측정된 시간'을 

크로노스는 '시간의 의미'의 신이다. 

카이로스는 정확한 시간의 양과 흐름을 측정하고 

크로노스는 시간의 질과 밀도에 집중한다. 


같은 24시간을 보낸다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24시간이 빠르게 느낄 수도 있고 느리게 느낄 수도 있다. 

끊임없이 흐르는 크로노스의 시간은 관리할 수 없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은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크로노스의 이름은 잘 모를지라도

그의 생김새는 익숙하다.

제우스의 막내아들이었던 카이로스는

빨리 달리는 자로 

이마 위 머리 한 줌을 빼고는 대머리여서 

오로지 앞에서만 움켜잡을 수 있었다. 

그것도 내게 다가올 때만.

지나간 후엔 제우스 조차 그를 잡을 수 없었다. 


시간의 두 다른 가치를 수시로 선택해야 한다.

지금 어느 시간에 주목해야 할지 알면

일상에 충실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일정표를 빽빽하게 짜두고 지키려 노력하는 것도 의미가 있고, 

세상이 정해놓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일의 덩어리로 시간을 측정하고 몰입의 순간을 즐기는 것도 의미가 있다.


여가도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로 단정짓는 것은

크로노스의 관점이다.

"좋은 휴식 뒤에 도약이 일어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서 인생은 더 강하고 날카로워진다." 라고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했다.


여가 후에 찾아드는 고도의 집중

내면이 좋은 에너지로 채워져 더 건강하고 더 밀도있게 삶을 살 수 있다면

결코 여가는 낭비가 아닌 것이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상품이 아닌 가치로 시간을 승화시키기 위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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