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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삶 Nov 13. 2020

아내에게 사랑받는 방법

사소한 것을 공략해보세요.

한창 아기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더 더 어렸을 때 아기는 잠이 많이 없는 편이었다. 저녁마다 자고 싶지 않아 도망치기 일쑤였고, 두 살 배기가 열 시, 늦게는 열 한시 즈음 잠이 들어도 그 다음날 여덟 시엔 일어나서 나와 남편을 깨웠다. 이런 아기의 엄마라는 것이 무색하게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정말 잠이 많다. 한창 키 클 때 즈음인 중학생 때엔 방학만 되면 밤새 자다가 오후 두 시 경에야 허리가 아파서 잠에서 일어나곤 했다.


아무튼 이렇게 잠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인데, 내 아이는 어쩜 나랑 이렇게 다른지.. 아침마다 고역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인지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침에 놀래서 일어나 보면, 남편과 이미 진즉 깬 아기는 거실에서 놀고 있는 날이 많았다. 혼자 많이 자서 미안함과 민망함이 섞인 표정으로 그들 앞으로 가면 남편은 백이면 백,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잘 잤어?ㅎㅎ"





연애부터 결혼까지, 남편과 알고 지낸 지가 어느새 10년이 되어가지만 나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남편이 좋아진다. 그 가장 큰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그건 바로 남편이 나에게 보여주는 배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려. 어렸을 때부터 정말 많이 들어왔던 말이다. 도덕 책에도 나오고, 친절하게 친구를 배려하며 지내기, 뭐 이렇게 응용도 많고 쓰임도 많아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어들 중 하나인 바로 그 배려가 우리 부부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난 확신한다.



남편이 챙겨주는 약 그리구 회사에서 맛있다고 가져온 달다구리



물론 연애기간에도 서로를 생각하면서 양보도 하고 희생도 했지만, 우리 부부의 경우에는, 간단히 말해서 나의 경우에는 초보 부모로서 해외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면서 상대가 나에게 하는 배려를 더 진솔히 느끼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알겠지만 그 경험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에너지가 소멸되기 쉬운 논스톱의 시간이다. 이 상황에는 지쳐서 부부가 더 자주 싸우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모두가 피곤하고 힘들 때, 배우자가 나에게 보여주는 작은 배려 섞인 행동은 남편이 얼마나 나를 신경 쓰고 사랑하고 있는지 느끼게 한다. 내 남편은 그동안 이런 행동들을 했다. (남편분들 적으세요.)


퇴근 후, 나는 방에서 자라고 몰아넣고 최대한 아이랑 많이 놀기 (+방문 닫고 가기)

갑자기 아이 데리고 놀이터 다녀올 때

퇴근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사 올 때

인터넷에서 검색한 맛있는 저녁해 주기

같이 외식할 때 음식 챙겨서 입에 넣어주기

오렌지 껍질 다 까줄 때

뜬금없이 수고한다며 머리 쓰다듬어줄 때

"불효자는 웁니다"라고 굳이 말하며 가방 들어줄 때

약 안 먹었다고 꾸중하면서 매일 물도 떠다 줄 때

안마도 못하면서 어깨 뭉친 곳 풀어준다고 주무를 때

ㅋ 깜박해서 하나 썼다고 미안하다며 바로 두 개 쓸 때

일하는 중간중간에 잘 지내는지, 힘든 것은 없는지 연락해서 물어보기

회사에서 맛있는 간식 나왔다고 챙겨올 때

평범한 음식에도 너무 맛있다면서 칭찬할 때


등, 사실 하나하나 적기에는 정말 사소한 것들이라 민망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사소하지만 나름 생각해서 하는 이런 행동들은 아내의 피곤한 체력을 잊게 하고, 쉬라고 만들어준 시간을 남편을 위해 쓰고 싶게끔 한다. 나를 생각해서 한다는 이런 행동들이 모여서 가정이 매끄럽게 돌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자, '누군가 나를 위해서 (자기도 피곤하면서) 이렇게 까지 해주는구나..'하고 생각이 든다면 나는 그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을까? 부부관계도 그 근본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이므로 그 안에서 때로는 조심스럽게, 당연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하루에도 남편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한다. 그럼 남편은 별 것도 아닌 것에 고마워한다며 거기에서 힘을 얻어 또 뭔가 도움이 되는 것을 하려고 한다. 이게 우리 가정에서는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자극이 되는 것이다.


이상한 포인트에서 서로 칭찬해주는 부부


그래서 결론은, 배려하는 것은 습관이다. 지금은 내 노력을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해도 지속적으로 배려의 근육을 길러놓는다면 언젠가 그 마음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풍성한 가정이 될 거라고 분명 확신한다. 그것이 자연스러워지면 어느새 배우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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