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 쓴 책은, 뭐랄까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글자가 작가의 표정이나 목소리로 연상되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 일하고 어떤 맥락에서 표현한 것인지 짐작하기도 어렵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가 종종 빙긋 웃음을 짓곤 했다. 배민은 당연하겠지만, 네이버의 일하는 스타일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낯선 회사에서 우리 회사의 향기가 난달까.
다른 사람 말고 나 자신을 향해(다른 사람을 향하면 꼰대짓이다), 이따금씩 떠올리면 좋을 '일의 기본기'.
p.17
마케팅을 잘하려면, 마케팅 이전에 일단 그냥 일을 잘해야 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메일 쓰는 것만 봐도 알아요. 받는 사람이 회의가 많으니 메일 확인은 스마트폰으로 하겠지? 긴 글을 읽을 여유가 없을 테니 짧게 써야겠다. 하나의 메일로는 하나의 이야기만 해야겠다. 워드나 엑셀 같은 첨부파일은 내용을 보기 번거로울 테니 캡처 이미지로 본문에 넣고 PDF로 변환해서 첨부해야겠다. 용량이 큰 파일은 다운로드가 어려울 테니, 동영상은 저용량으로 변환해서 보내야지... 이런 건 센스를 타고나지 않아도 상대를 관심 있게 보고 상상하면 할 수 있는 생각들입니다. 상대가 물어볼만한 것을 상상하고 그 답까지 미리 쓸 수도 있죠.
마케터의 기본기
p.32
할까 말까 할 땐 하고, 살까 말까 할 땐 사세요.
그 돈과 시간만큼의 자산을 남기면 됩니다.
최선을 다해 경험합시다.
마케터의 기본기
p.57
‘이해가 안 돼’라는 말이 ‘이해력’을 망칩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일이 직업인 마케터에게는 나쁜 표현입니다.
생각을 제한하는 말들은 이것 말고도 더 있습니다. ‘원래 그렇다’는 표현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개선하려는 의지를 꺾고, ‘당연하다’는 표현은 이야기의 진행을 막습니다.
‘원래 그렇다’는 ‘지금까지는 그래왔다’로,
‘당연하다’는 ‘다른 대안은 생각해보지 못했다’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고도,
나 스스로 좋은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마케터의 기본기
p.122
두 번째는 ‘경험’입니다. 회사에서 겪은 일들을 통해 교육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말했다가 ‘업계를 모르시네’, ‘현실을 모르시네’하며 철부지 취급받은 적, 여러분도 있죠?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다고요? 많죠. 많습니다. 게다가 안 되는 이유를 말하는 건 경험적으로 좀 있어 보입니다. ‘거기까진 생각 못 하신 것 같은데’하는 모양이 되니까 더 아는 사람, 고민 많이 한 사람처럼 보이고, 똑똑해 보이고, 멋져 보이기도 할 거예요. 부끄럽지만 저도 예전에는 안 되는 이유를 먼저 말하는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똑똑하고 멋진 것 맞나요? 사실은 두렵고, 안 하고 싶은 것 아닐까요? 책임지기 싫고, 일을 실현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 아닐까요?
마케터의 기획력
p.150
만약 마케터가 ‘이 부분의 글씨가 좀 더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이유가 있을 겁니다. 네, 목표죠. ‘이번 목표를 달성하기에 이것으로 충분한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한 거잖아요. 그렇다면 디자이너에게 우리의 목표가 뭐였는지 말하고, 이렇게 하면 목표 달성이 될지 안 될지 고민을 이야기하면 됩니다. 고민을 공유하고 방법은 디자이너가 찾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디자이너는 꼭 글씨를 키우지 않고도 색을 바꾼다거나, 무게감을 더한다든가, 위치를 옮기는 것으로 목표에 더 잘 맞는 안을 제시해줄 수 있습니다.
마케터의 실행력
p.168
성격 나쁜 동료와 일하는 법
도망가세요. 답이 없습니다.
부정적인 사람은 사람의 에너지를 갉아먹습니다. 인간은 잘 바뀌지 않고, 그를 미워하면 나만 힘들어요. 그 사람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게 멀리 떨어지세요.
동료들이 나와 일하는 걸 피한다면 나 자신이 ‘성격 나쁜 동료’는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마케터의 실행력
p.190
조직장인 저도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제가 잘하는 걸 좋게 봐주는 사람과는 일을 잘하고, 저의 부족한 부분에 집중하는 사람과는 잘 못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하는 동안 때로는 일 잘하는 사람이었고, 어떤 때는 일 못하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이 말은 곧 내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서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그들이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도, 못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뜻 아닐까요. 저는 장점에 집중합니다. 드림팀을 구성하는 것은 조직장이 구성원의 장점을 보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직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구성원들이 잘하는 일을 알고, 그에 어울리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일하고 싶게 하고, 잘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터의 리더십
p. 209
나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너 말고
앞의 것들을 다 지켜서 피드백해도 서운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사람의 감정이 참 미묘한 거잖아요. 이럴 때에는 ‘네가 잘못했어’보다는 ‘나는 이렇게 느꼈어’라고 표현하는 것이 하나의 요령입니다. ‘네가 그렇다는 게 아니고, 나는 그렇게 느껴진다’고.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거죠.
마케터의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