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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ha Mar 17. 2020

헬싱키#5 싱키싱키하다는 말 밖엔

a piece of Helsinki


2016.08.26. 금요일


어제 일찍 쉰 덕에, 가볍게 눈을 떴다. 오늘은 멀리 가지 않고, 헬싱키 시내 여기저기를 발길 가는 대로 돌아다닐 생각이다. 서두를 일 없이 느긋하게 숙소를 나섰다.


Karl Fazer Cafe. GLO 호텔 바로 맞은편에 있는데, 정작 숙소를 옮기고 난 후에야 들렀다. 알록달록 군침 도는 진열장을 구경하며, 세상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역시 중국집의 맛은 자장면에서 판가름 난다'라는 신념으로 베이직한 빵 한 조각을 골랐다. 딱 봐도 부드러운데, 입에 들어가니 녹는다 녹아.



배를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 스치듯 봐도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예사롭지 않은 가게가 거리에 늘어서 있다. 잘 보면 진열장에 DESIGN DISTRICT HELSINKI 라벨이 붙어있는데, 나름 헬싱키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한 디자인'하는 가게란 인증이다. 다양한 종류의 개성 넘치는 상점이 200여 곳이나 있으니, 이 가게들만 돌아보는 여행도 재미있을 것 같다.


aarikka & lovi 매장. 동글이로 만든 강아지가 너무 탐났지만 꾹 참았고, lovi의 자작나무만 사 왔다. 종이를 나무 형태로 잘라 조립한, 단순한 아이템인데 이게 뭐라고 볼 때마다 그렇게 힐링이 된다. 내 싱키싱키 아이템 1호. 강아지랑 나무 더 사러 헬싱키에 다시 가야 할 것 같다.



RIMOWA 매장 디스플레이가 이뻐서 찰칵.



iittala 매장이 빠질 수 없다. 헬싱키 시티 머그를 살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 결국 내려놨는데, 여행 마지막 날 결국 다른 시티 머그를 꼬옥 챙겨왔다.



첫날엔 늦은 시각에 도착해 한산했던 항구가, 오늘은 북적인다.



첫날 복습하는 느낌으로, 우스펜스키 성당도 한 번 더 들렀다.



레스토랑 간판의 폰트 하나도 얼마나 예쁜지. 스테이크 하우스의 위트 넘치는 소님도 빼놓을 수 없다.



작은 갤러리엔 종이로 만든 전시가 한창이었다.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서글퍼지기도 했던 묘한 순간.



헬싱키니까 이 정돈 기본이다.




슬슬 점심 먹을 시간. 오늘의 점심으로는 미트볼 맛집 Tori를 찜해뒀다. 꽤 유명한 집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한산해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미트볼이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즐거운 하루의 즐거웠던 점심시간이었다. 때론 맛보다 그전에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어떤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했는지로 음식을 기억하기도 한다.



에너지를 충전했으니, 다시 또 디자인 디스트릭트 찾기 놀이를 시작해볼까나~


살까 말까 고민의 연속이었다.



문구류는 가격도, 무게도, 부피도 착하니까 사줘야 하는 거다.



길 건너편, 보고 있으면 어쩐지 웃음 나던 풍경.



어머, 이건 사야 해. 그래서 샀다. 지금도 사무실 내 책상을 장식하고 있는 싱키싱키 마그넷! 근데 얼마 전에 찾아봤더니 made in france...oTL 도저히 믿을 수 없으니, 진짜인지 물어보러 헬싱키 한 번 더 가야 할 것 같아.



이것도 정말 가져오고 싶었는데, 꽤 큰 포스터라 구겨지지 않게 챙길 자신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다.



느낌 있는 할배가 계시던 중고책방



아무리 헬싱키라지만, 병원이 이래도 되는 건가!! +_+



트램은 또 어찌나 예쁜지.




디자인 디스트릭트 놀이를 하다 보니, 갑자기 눈이 뜨인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다. 이 느낌 그대로 살려, 현대 미술관 Kiasma로 향했다. 원래 갈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 도시는 문외한도 디자인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1층은 어디나 그렇듯 아트숍. 어디나 그렇지 않은 강렬한 오렌지색이 신선했다.



2층부터 본격적인 전시실. 마침 한국의 최정화 작가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사전에 알고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지만, 바닥에 주저앉아 블록을 만지작거리며 한참 놀고 나니 'Happy Together'란 작품 제목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공들여 만든 내 작품도 기록하기!! 싱키싱키 여행의 느낌을 가득 담아, 헬싱키의 대관람차를 표현한 작품이랄까.



3층엔 '집에 가는 길', '내 방' 같은 제목의 작은 전시가 이어진다.



4층에 올라서니 꽤 넓은 공간이 탁 트여있다. 그리고 오로지 손으로 직물을 엮어 만들었다는 작품들이 한가득이다. 그냥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만져보고 앉아볼 수 있었다.



전혀 생각지 않았던 공간인데, 머무는 내내 진심으로 즐거웠다. 알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경험하면서 자연스레 느낄 수 있던 시간이다. 우리도 이런 전시가 좀 더 많아진다면, 미술관 가는 일이 더 즐겁지 않을까. 즐겁게 잘 놀다 왔어요. Thanks to Kiasma!



정말 알찬 하루였다. 하루 쉰 덕분인가? 뭐지, 왜 지치지 않는 거지. 종일 걸었는데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숙소로 향한다. 양손엔 저녁거리와 오늘의 맥주를 챙겨든 채.



아 참, 헬싱키의 숨은 강자는 감자칩이다. 트러플맛 감자칩, 당근맛 나는 야채맛 감자칩, 치즈맛 감자칩... 일일 일맥주&일감자칩 중인데 어쩜 한 번의 실패가 없었다. 한국 돌아가면 헬싱키 과자 수입점을 찾아야 하나, 아님 우리가 하나 해볼까, 안 되겠네 감자칩 먹으러 또 와야겠네, 또 와야겠어... 즐거운 하루가 이렇게 저문다.

매거진의 이전글 헬싱키#4 여행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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