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 주역 겸(謙)장을 통해 겸손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글이 공유가 꽤 되는 것으로 보아 수요가 있다고 판단되어 다른 고전으로 넘어가기 전에 주역 이야기를 이어서 써볼까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주역의 64괘 중 가장 이상적인 괘, 태(泰) 괘에 대한 것입니다.
泰 小往大來 吉亨
태 소왕 대래 길 형
태(泰)는 태평함, 즉 국가적인 평화와 변영 그리고 개인적인 영광을 모두 포함하는 글자입니다. 주역에 따르면 태(泰)를 이루려면 작은 것(小)이 가고(往) 큰 것(大)이 와야(來)합니다. 작은 것이란 허세, 어리석음, 게으름 등이고 큰 것은 노력이나 의리 혹은 신망 등을 뜻합니다.
이전 글에서 주역에서 세상과 인간의 시간대를 4가지(원형리정)로 나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태(泰)는 배우고 익히는 형(亨)의 시기부터 준비해야 달성할 수 있는 길(吉)함입니다. 2030 세대에게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태괘는 위 사진과 같이 지천태(地天泰) 즉, 하늘은 아래로 내려가고 땅은 위로 올라가 천지가 사귀어 통하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기운은 내려가고 땅의 기운은 올라간다. 뭔가 자연의 섭리와는 맞지 않는 형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주역에서는 이것을 형통하다고 봅니다. 이것을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 즉, 리더의 덕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나이나 학번으로 군기를 잡는 선배, 상명하복식 일처리를 강요하는 상사 혹은 낮은 지위의 사람을 지나치게 하대하는 정치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들 모두 아랫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끌어야 하는 위치의 리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더란 무릇 겸손해야 합니다. 위에서 군림하려고 든다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받을 수 없습니다.
위의 그림을 다시 한 번 봅시다. 하늘에 해당하는 리더는 아래로 내려가야 하고 오히려 땅에 해당하는 팔로워는 위로 올라가는 형상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역의 괘중 가장 길하다는 태(泰)를 달성함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머리를 숙일 줄 아는 인격 수양임을 알 수 있습니다.
包荒用馮河 不遐遺朋亡 得尙于中行
포황용빙하 불하유붕망 득상우중행
태(泰)를 이루려면 포황용빙하(包荒用馮河), 즉 죽음을 무릅쓰고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용기와 지혜가 있어야 하고 성공한 후에도 옛 친구(朋)를 멀리하거나(不遐) 잊어서는(亡 ) 안된다는 뜻입니다. 붕(朋)자가 들어가 친구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성공하기까지 곁에서 도와준 가족들도 잊어선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태(泰)는 생득적인 것이 아닙니다. 형(亨)의 시기부터 갈고닦으면 누구나 성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험난한 여정이 되겠지요. 단순히 나이, 지위, 권력 등을 통해서 리더의 그릇이 아닌 자가 리더 노릇을 하게 되면 불화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부단히 갈고닦아서 진심 어린 존경을 받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인터넷에서 주역을 알기 쉽게 풀이해놓은 글은 거의 없습니다. 한자투성이에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 글들이 많습니다. 안 그래도 난해한 고전인데 글까지 이해하기 어려우니 접근하기 참 힘든 것 같습니다. 2번째 '진짜 리더의 모습'에 적은 내용은 인터넷상에서는 찾을 수 없는 해석입니다.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림과 동시에 큰 뿌듯함을 느낍니다.
조금이나마 여려분의 인생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2015.12.13
김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