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 Dec 17. 2015

[패션 에세이] 들어가며





#1


이제까지 저는 패션을 주제로 수 많은 글들을 써왔습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페이지 그리고 다른 여러 플랫폼에서 말이죠. 꽤나 팔로워가 많았습니다. 현대의 콘텐츠 소비성향에 맞는 글들을 주로 썼으니 공유가 많이 되었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팔로워가 많아지니 자연스레 부르는 곳이 많아졌는데 아마 그  시점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성장이 멈췄던 것이.






#2


지난여름 한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그곳은 Pinterest나  피키캐스트와 자주 비교되는 곳이었어요. 관심사 기반 SNS였는데 저는 그곳의 마케팅 팀에 속했습니다. 패션에 관한 포스팅, 유저 관리나 바이럴 마케팅 등이 제 주요 업무였죠. 평소에 하던 일인데 단지 하는 장소가 회사로 바뀌었을 뿐 별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성과에 대한 압박이 생겼다는 것..?


"여러분, 스타트업에서는 Resource 관리와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Resource는 회사에서의 시간 관리를 말합니다. 좀 자유로운 느낌의 회사였으니 어떤 일을 언제 할 것인지는 개인에게 맡겨두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그렇게 Resource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 발전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에 성과를 내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지요.


저는 성과를 잘 내는데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시계를 가격대별로 추천한다던지 정장 입는 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등 이미 준비된 주제들을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진행했던 이벤트는 그 회사가 진행했던 어떤 이벤트보다 높은 성과를 냈었어요. 그렇게 높은 성과라는 미지근한 물에 들어가 있는 개구리가 되었죠.


곧 물이 끓는다는 것을 망각한 채





#3


처음 블로그나 페이지를 시작했을 때는 꽤나 진실된 글들을 썼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사진도 심혈을 기울여서 고르고 한 문장의 글이라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고 싶었죠.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생기니 그런 마음은 줄어들고 인기에만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인턴을 하던 회사를 나오고 당분간은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당시 제가 썼던 글들은 영혼이 없는 글이었어요. 저는 진짜로 사람들이 제 글을 보고 정장을 입는 법을 혹은 넥타이 매는 법을 배우길 바라지 않았어요. 그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서 그 글이 유명해지는 것이 좋았던 거죠. 물론 자신이 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이룰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다만 초심을 잃었던 겁니다. 저는 그 인턴을 계기로 어떤 분야에서건 자리를 잡아갈 때 궤도에 오른 인공위성처럼 가만히 있어도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성장이 멈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람개비를 돌리고 싶은데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뿐이겠지요.


다만 이번에는 처음 달리기 시작했던 곳을 자주 다녀올 생각입니다.











제 새로운 브런치 매거진 <패션 에세이>에서는 패션에 관한 정보나 팁이 아니라 '글'을 적어보고 싶습니다.

어떤 글을 쓰게 될진 모르겠습니다. 저는 계획에 없는 것들을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대충은 없습니다.





2015.12.16



김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