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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 Jan 03. 2016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목적론>



#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다.


정당성과 차별은 거리가 먼 단어다. 함께 써놓고 보면 양립할 수 없다는 느낌이 확 온다. 부당한 차별은 뉴스나 신문에서 자주 접하니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정당한 차별이란 것은 생소하다. 차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에 따르면 정당한 차별이 정의를 실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이 위로 솟는 이유는 본래의 자리인 하늘에 닿기 위해서고, 돌이 아래로 떨어지는 이유는 원래 속해 있던 땅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 아리스토텔레스 -


이처럼 모든 것은 고유의 목적이 있다는 것이 목적론의 핵심이다. 목적론대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정의로운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예를 들어 보자.  


스트라디바리우스 현악기는 바이올린과 첼로를 포함해 전 세계에 600개 밖에 없는 명품이다. 이 현악기의 목적은 무엇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이것의 고유한 목적은 감미로운 음을 뽑아내 좋은 음악으로 연주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어떤 자산가가 자신의 집에 전시할 목적으로 이 현악기를 사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즉, 다른 목적으로 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때 이 악기는 누구에게 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최고의 현악기는 최고의 연주자가 가져야 한다. 정의가 권력, 부, 성 혹은 외모와 같은 기준에 따라 적용된다면 그것은 부당한 것이다. 하지만 능력에 따라 혹은 우수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정당한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의 악기가 최고의 연주자에게 분배되었으니 우리는 최고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 목적에 대한 의문 


최고의 악기를 최고의 음악가에게 주었으니, 최고의 음악을 빚어내는 긍정적 효과도 나타날 테고, 모두가 즐거워함으로써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도 실현될 것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을 뛰어넘는다...(중략)... 재화를 공정하게 분배하려면 해당 재화의 텔로스(telos), 즉 목적을 물어야 한다. - 마이클 센델, 정의란 무엇인가 - 


마지막 문장에 주목해보자. 재화를 공정하게 분배하려면 해당 재화의 목적을 물어야 한다. 위의 스트라디바리우스 현악기의 목적이 최고의 음을 뽑아내기 위함인 것처럼 다른 재화들도 이와 같이 목적이 있다. 그렇기에 목적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목적이 그 재화가 의미하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목적을 묻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추론 방식을 목적론적(teleological) 추론이라고 부른다. 


차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목적론적 추론이다. 목적에 대한 고민 없이 임의에 의해 구분되는 것이야 말로 부당한 차별이다. 목적론적 추론을 통해서 재화가 적임자에게 적절히 분배되는 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 지는 것. 그것이 정의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인 것이다. 




비올리스트 David Aaron, 스트라디바리우스 비올라






스트라디바리우스 현악기의 재밌는 점은 실제 연주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 50여 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주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면 과연 어디에서 무엇으로 쓰이고 있는 것일까










2016. 01. 03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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