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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자 곁 Jun 05. 2022

평범해서 가능한 걸지도 몰라

週刊 | 울창한 독백 002


週刊 | 울창한 독백 002

평범해서 가능한 걸지도 몰라



1.

용기 내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질문을 받았다. (일명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축약하면 '무불보') 솔직히 한두 명 계실까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질문을 주셨다. 그리고 굉장히 진지했다. 처음엔 당황했다. 이렇게까지 깊이 있고 다양하다고? 심상치 않다는 느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식은 커피를 홀짝 거리며 방을 서성거렸다. 진심이 온통 스며든 질문 하나하나를 도저히 가벼이 넘길 수 없었다. 아예 키보드로 PC 화면에 답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어떤 답변은 1,000자 가까이 되었다. 작성하면서 내내 되뇐다. 부디 나의 답변이, 경험이, 사유가 조금이라도 좋으니 도움 되기를. 처음 하는 무불보에 정신없이 첫 답변을 드리고 다음 질문에 대한 생각을 적어 나갔다.



2.

불안, 질투, 삶, 루틴, 영감 등등.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주제들이 가득하다. 그러다 문득, 우리는 꽤나 비슷한 것 때문에 고통스럽고 힘들었구나 싶었다. 좀 더 먼저 경험했을 뿐, 약간 희미해졌을 뿐인 내가 대답할 거리가 많았다. 특히 공감한다는 것에 반가움을 표현하신 분들도 계셨는데.


아마도, 평범한 나이기에 가능한 걸지도 모른다. 평범하게 아프고, 혼란스러웠고 방황했기에. 그리고 평범한 방식으로 이겨내려 했고, 굴복도 하고 실패가 가득했기에. 자신의 평범성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직장 동료가 한 말이 떠올랐다. "NN 씨는 많이 겪어본 실패 경험이 언젠가 큰 재산이 될 거야."라며 스치듯 전해준 그 말이 오늘따라 선명해진다. 비록 가진 것 없지만, 그래, 가진 돈이 없을 뿐이지, 태도는 가난하지 않은 내가 되었기에.



3.

*다른 결, 공통된 깊이의 질문을 마주하다 보니 결국 나를 만나게 되었다.



4.

해답을 만들지 못해도, 몇 문장 속에 전할 수 있는 말 꾹꾹 눌러 담아 보낼 수 있게 한 나의 과거가. 오늘만큼은 성가신 얼굴을 하지 않는다. 질문자도, 그리고 답변자도 저마다 상처를 감싸 쥔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을 한다. 손바닥 아래 뜨거운 얼룩 진해지는데도 "괜찮다."며 버틴다. 나를 나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늘만큼은 비극이라며 자조하지 않기를.



5.

다음 질문을 읽고 답변을 쓰기 직전. 낡은 과거 하나가 또르륵 손에 떨어졌다. 손안에 깃든 표정이 당신에게도 닿기를 바라며 나는 옮겨 쓴다. 평범한 진심을 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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