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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act Nov 14. 2015

비오는 날은 왜 슬플까?

비가 와서 슬픈 어른에게

빗방울이 창문에 사사삭 부딪치는 아침이다. 비가 내릴듯 말듯 우산을 챙겨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한다. 결국 작은 5단 우산을 집어들고 집을 나선다.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것처럼 보이는 애들이 너다섯씩 모여 학교에 가고있다. 자기네들 덩치만한 가방과 자기 키만한 우산을 들고 있다.  뭐가 신나는지 저희끼리 환하게 웃으며 무슨 얘기를 하고 있다.

어릴 땐 비오는 날이 좋았다. 발이 젖어도 머리가 젖어도 좋았다. 항상 비슷한 날씨이다가 가끔 비가 오면 왠지 특별한 날로 느껴졌다. 비가 오는 날엔 선생님의 목소리도 더 차분하게 들렸고 아이들도 평소보다 얌전해졌다.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많이 내리면 친한 친구와 서로 눈을 맞추고는 밖으로 뛰어나갔다. 비에 옷이 다 젖고 빗물에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비를 맞고 뛰어다니는 것이 나에겐 하나의 놀이였다.

지금은 비오는 날이 우울하게만 느껴진다. 아침에 공들여 한 머리가 푹 꺼지고 운동화를 신으면 앞코도 젖고 양말마저 젖어버린다.  하루종일 젖은 발로 축축하게 걸어다니면 기분은 최악의 상태가 된다. 세상 모든 말들이 그때부턴 짜증으로 들리는 것이다. 수족냉증으로 항상 찬 발인데 비에 젖어서 꽁꽁 언다고 불만을 늘어놓는다.

출처: 현현, http://endmion1.blog.me/

비가 오면 평소에 듣던 음악도 왜이리 슬프게만 느껴지는지. 감성에 젖어 슬프고 우울한 노래만 듣게 된다. 그러다보면 한층 더 우울에 빠져서 이제는 전에 헤어졌던 남자친구, 돌아가신 할머니 등 이별에 관한 것들이 싸그리 떠오른다.  끝이 없는 우울이다.


어릴 때와 지금이 다른 것은 어린이는 지난 일을 끝까지 붙잡고 잊지 않는 것이다. 분명 꼬마일 때도 저딴에 고민이라는 것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나는 일이 생기면 모두 다 잊어버리고 빗물에 첨벙첨벙하면서 웃으며 놀아버렸다.  반어른이 된 지금은 비만 오면 옛 문제에 집착하고 스스로 우울에 빠져들으려고 한다. 지난 일은 금방금방 잊어버렸던 어린 날의 내가 그리워진다.




이제는 내리는 비와 함께 안 좋은 기억들을 싹 흘려버리면 어떨까? 비가 세차게 내리면 좋지 않은 것들은 세차게 버려버리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슬픈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서 버리는 것이다. 비가 오면 마음 속에 있던 그늘들을 버릴 수 있으니 다음부터는 비가 오는 날이 기다려지지 않을까?


어른도 비를 사랑하도록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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