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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리 Jan 29. 2018

디자인은 왜 모두에게 비판되는가.

모두가 디자인을 비판할 때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1. 모두가 비판하는 디자인

디자인 리뷰를 하다 보면 종종 우리는 여러 사람의 피드백에 휘말리곤 한다. 가끔은 PM이나 데브는 디자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노력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드백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자기가 디자이너인 마냥 크리틱을 하곤 한다. 그렇다 보면 “왜 모두가 디자이너인 마냥 크리틱을 해 대는가”라는 의문이 들면서 불평을 할 수도 있다. 그 반면, 우리는 짜인 코드를 크리틱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디자이너는 그 코딩을 이해할만한 실력도 없고 지식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자인은 모두가 보는 눈이 있는 마냥 크리틱을 한다. 


그러다 보면 디자이너들끼리 리뷰를 하다 보면 조금은 편안해진 느낌을 받기도 한다. 같은 팀에 있는 사람들은 그 디자인에 담겨 있는 배경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히스토리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피드백을 들을 때면 조금 더 진중하게, 가깝게 들리고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에게서 받는 피드백도 반영하다 보면 처음의 의도에서 약간 변형돼서 Tweak 되기 마련인데, 너무 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다 보면 디자인은 어느새 산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우리는 두 가지 액션을 취할 수 있다. 불평을 하면서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과 상황을 인정하고서 그에 알맞은 액션을 찾아볼 것인가. 나는 후자의 액션을 취하겠다. 모두에게 “너는 디자인을 보는 눈이 부족하니까, 혹은 배경을 모르니까 디자인을 크리틱 하지 말아 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2. 왜 디자인은 모두에게 평가될 수밖에 없는가?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디자인

“나는 로저 스크루턴처럼, 미적인 것은 “우리의 이성적인 삶에 깊이 연루되어 있으며”, 따라서 한편으로는 대상의 성질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육체적인 즐거움을 주는 형태라기보다는 어떤 정신적인 활동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 디자인 미학 중, 제인 포지 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쓰고 있는 것들을 한번 둘러보자.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손가락으로 타자를 치기 위한 랩탑, 랩탑이 올려져 있는 테이블, 모두가 디자인이다. 소프트웨어는 UX 디자인, 랩탑은 Industrial design, 테이블은 Furniture design 등등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손이 닫는 모든 부분에 디자인의 요소가 들어가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주택, 가구, 의복, 휴대폰, 그리고 앱들은 모두 디자인된 것이다. 사람들은 '디자인된 것들'을 일상적으로 이성적인 영역 안에서 평가하고 찬사를 보내거나 불평을 한다. 앱을 사용하면서 너무 어려운 내비게이션 구조에 실망하기도 하고, 끝내주게 정확하게 사물을 인지하는 AR의 경험에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일상생활은 위의 인용문에서 처럼 우리의 이성적인 삶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 이미 디자이너 건, PM이건, 개발 자건 매일매일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디자인을 보는 눈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맹점을 하나 꼬집자면, 그들은 최종 결과물을 봐 오는데만 익숙해져 있다. 디자인을 하는 배경과 생각보다는 디자인이 주는 가치와 미를 평가한다. 메이커의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관찰하고 평가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디자인 리뷰에서 때때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다. 


디자인 영역의 확장

2008년 즈음에 스티브 잡스가 "우리의 제품에는 철학을 담는다”라는 말과 더불어 “디자인은 어떻게 보이는지에 관련된 게 아니라, 어떻게 동작하는지와 관련이 있다”라는 말을 하고서는 디자인계에 큰 변혁이 찾아왔다. 그리고 기존에 UX 디자이너라는 직종이 생겨나면서 인간공학, 산업 공학 등의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디자인계로 들어올 수 있는 포문이 되었다. 그러면서 UX 디자이너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디자이너”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디자인에서 보이는 걸 중요시하는 Pure visual design보다는 어떤 게 동작하는지를 알기 위한 Design thinking혹은 System thinking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Design에서 Diversity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좋은 주축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출처: Design in tech report 2017 (https://designintechreport.wordpress.com/)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학교에서도 발맞추어 Interaction design 전공, UX 디자인 전공 학과를 개설하였고, 그 프로그램을 이수받은 학생들이 현재 필드에 나와 큰 성과들을 이루어 내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고 디자인계에 발을 들이기는 어려워졌지만, 타 전공에서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늘어나게 되었다. Top MBA에서 모든 비즈니스 프로그램 안에 디자인 관련 동아리가 있었고, 올해부터 학교에서도 공식적으로 슬슬 디자인 관련 코스를 커리큘럼에 넣는 추세이다. 잘못하면 너도 나도 디자이너라고 할 기세이다.


3. 모두가 비판하는 디자인에 대한 디자이너의 자세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나도 디자이너야'라고 하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 사람 저 사람 모두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디자인이 산으로 가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디자이너는 본인의 디자인에 대해 어느 정도의 확고한 주장이 있어야 하고, 본인이 제작한 디자인을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본인의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설득하지 못해낸다면, 구현되지 않고 디자인에만 머무르게 되어 최종적으로 시장에 출시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뱃사공의 의견들을 받아들이면서 본인의 디자인이 산으로 가는 것을 막는 것 역시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본인의 디자인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능력 키우기

아마 디자인 크리틱에 들어가면 처음부터 디자인을 보여 주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디자인을 보여주기 이전에 그 디자인에 담긴 생각부터 보여주라 말하고 싶다. 일종의 스토리 텔링이다.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최종 결과물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디자인을 크리틱 하기 이전에 청자들이 디자인에 담긴 생각을 이해함으로써 표면에만 머물러 있는 피드백을 방지할 수 있다. 


디자인에는 반드시 근거가 따라야 한다. 그 근거가 부족하면 반드시 태클은 들어오기 마련이고 그런 태클로 인해 디자인이 산으로 갈 수도 있다. 왜 그런 디자인을 선택했는가? 데이터에 의거해서 디자인을 하였는가? (관련 책: http://shop.oreilly.com/product/0636920026228.do) 아니면 유저 리서치 결과에 따라서 디자인을 하였는가? 본인의 디자인에 담겨 있는 생각과 근거를 이야기를 해라. 그리고 본인의 디자인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방향키를 올 곳이 잡아라. 


어떤 종류의 피드백을 받고 싶은지 명확히 이야기해야 한다.

디자인 리뷰 미팅은 여러 목적을 지닌다. 전체적인 콘셉트의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리뷰 미팅도 있고, 세부적인 플로우를 검토하기 위한 리뷰 미팅도 있고, 비주얼을 보기 위한 리뷰 미팅도 있다. 이런 리뷰 미팅의 목적에 따라서 받고 싶은 피드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본인이 받고자 하는 피드백이 콘셉트에 대한 피드백인지, 비주얼에 대한 피드백인지, Info architecture에 대한 피드백인지 사전에 공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콘셉트의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리뷰인데 버튼의 비주얼 하나에 대한 쓸데없는 피드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평소에 디자인을 보는 시선을 키우기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디자인을 보고 느낀다. 디자이너라면,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느끼는 디자인을 무심하게 넘어가지 말고 한 번쯤은 이성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크리틱 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인스타그램 앱을 사용하면서 왜 아래쪽에 네이게이션바를 위치했는지 생각해보고, 링크드인 앱을 사용하면서 왜 얘들은 위쪽에 내비게이션 바를 위치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왜 Navigation drawer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하고, 색깔들을 보면서 Accessibility를 통과할 수 있을만한 Contrast를 가졌는지를 생각해 보기도 해봐야 한다. 이건 일종의 직업병이자, 다른 사람들보다 Knowledge database를 많이 만들어 놓기 위함이다. 




디자인 리뷰는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나의 디자인을 계속 보다 보면 어느새 객관적인 시각은 잃어버릴 수도 있고, 어떤 디자인적 방향이 중요한지에 대한 관점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적으로 디자인 피드백을 받아들일지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는 디자이너의 선택이다. 모두의 피드백을 받아들이지도 말아야 할 것이며, 모두의 피드백을 튕겨내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피드백의 취사선택으로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피력하고, 처음 정의한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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