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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혜 Mar 16. 2022

유난히 마음 지치던, 육퇴후 어느날

18개월 그리고 임신 7주차

아이가 깨어있을 때는 그렇게 가지고 싶은 자유시간인데 막상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뭘해야 할지 모르고 아이 사진만 뒤적거리거나, 다른 사람들의 육아 브이로그만 보면서 육퇴 후에도 육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란 사람. 둘째를 임신하게 되면서 나는 7주차 임산부, 그리고 18개월 딸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어느덧 나를 수식하는 단어는 육아와 엄마라는 단어가 전부가 되어버린 것만 같은 날들. 우울함에서 한없이 벗어나기 힘든 날이면 꾸역꾸역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들에 메달리고는 했다. 피곤한 날이어도 아이가 잠들고 나면 늘 책상 앞에 앉았다. 


일을 그만두고 어렵게 선택한 대학원 길인데 나는 왜 그 과정에서 임신을 했을까. 그때는 몰랐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가 나의 삶을 이렇게 다 차지하게 되어버릴거라고는.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자연스레 연구실 출근을 하지 않게 되고, 교수님의 배려를 핑계로 나는 더 나태해졌다.


아이를 키우는건 분명 가치있는 일인데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분명 하루 중에 웃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아졌는데, 나는 왜 충만하지 못할까. 육아를 하는 시간들은 나라는 사람이 엄마로서 성장하기 보다 나의 일과 발전으로 인해 충만해지는 사람이라는걸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나보다도 더 고된 육아를 하면서도 스스로의 꿈을 부여잡고 빛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육아를 하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 육퇴 후 책상 앞에 앉았던 나의 시간들도 쌓이면 언젠가 그들처럼 나의 색을 찾을 수 있을까. 요즘은 유난히 생각으로 지치고 힘든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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