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담 연습하기
3개월만에 임신부로 돌아온 딸(태담 적응하기)
맨 처음 심천으로 갈 때도 그러더니 한국으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비행기 타서 앉았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비. 그리고 기약없는 연착... 기장의 목소리에서 힘 빠짐이 느껴진다. 결국 비행기 안에서 땅콩을 두 봉지나 먹고
영화를 한 편 다 보고 난 3시간만에 출발했고, 비행기 탄지 7시간만에 내릴 수 있었다. 아침 10시 전에 집에서 출발했는데 친정에 오니 밤 10시.
퇴근하고 공항으로 마중나온 동생과 3개월동안 묵은 수다 떨며 도착한 친정. 생각보다 불쑥 나온 내 배를 본 가족들은 모두 놀랐고, 엄마는 자꾸만 내 배만 물끄러미 쳐다보신다.
밥 먹고 나서도 '행복아, 외할머니 밥 맛있게 먹었지? 감사합니다~ 인사하자',
아빠 퇴근하시면 '행복이 외할아버지~ 어서오세요',
동생이 사준 밥 먹으며 '이모 잘 먹겠습니다~ 고마워요 이모' 하면서 나만의 태담 하고 있는 중 :)
동생이 너무 예의바르게 키우는거 아니냐며, 큰절하면서 태어날 거 같단다. 그래야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행복이한테도 한 마디씩 할테니 최대한 가족들 목소리 많이 들려주려고 애쓰고 있다. 친정아빠는 벌써부터 쟤 왜 저러냐..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시지만.
태담이 생각보다 민망해서 아직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다. 남편이라도 있으면 같이 하겠는데, 아직도 혼자 하는 건 영 어색하다. 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자연스러워 지리라 믿는다.
가족과 함께 하는 태교.
한국 오자마자 강원도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동생 결혼이 어느새 코앞이라 사위없이 오롯이 우리 네식구만 떠난 여행. 신랑에게 그리고 제부에게 조금 미안했지만. 앞으로 우리 함께할 시간 많으니까! 급하게 함께한 작은아빠&작은엄마까지.
아직 고기구이 못 먹는 나를 위해 따로 매콤한 불고기 재서 가져오신 엄마.
뒷 좌석에 임신부있다고 평소보다 백배는 더 초 집중해서 운전하신 아빠.
전날 새벽 두 시까지 남대문시장 장인마냥 예쁘게 한가득 전을 부쳐오신 작은엄마.
'행복이' 단어만 들어도 허허허 웃으시는 작은아빠.
아무 것도 들지 말라고 내 작은 짐도 모두 들어주는 예비신부 동생.
이게 태교지요.
'태교여행'의 목적과 의미는 무얼까. 난 그동안 가족의 따뜻한 살결이 매우 그리웠기에 평범했던 이 여행이 나에겐 진짜 '태교여행'이었다. 신랑과 떨어져있는 지금 조금은 마음 한켠이 외로운 건 사실이지만 그를 대신해주는 많은 사람이 있어 다행인 요즘.
행복아.
벌써 엄마 뱃속에서 4번이나 비행기를 탔네. 그래도 잘 커주고 있어서, 그 시간동안 엄마 힘들게 하지 않아서
참 고맙고 기특해.
항상 자식의 입장이기만 했왔던터라 너를 만나고 난 지금에서야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는 마음이 커지고있어. 뒤늦게나마 어른들께 감사할 일이 많아지고, 엄마가 태어나던 그 시절에 대한 대화를 하고. 그러면서 아주 조금씩 천천히 너를 위한 '엄마'가 되어가고 있어.
혼자서 크는 사람은 없단다. 낳아주신 부모님, 함께 자란 형제들, 아껴주는 가족들, 응원해주는 좋은 사람들.
그 모두의 마음이 모이고 모여 점점 더 큰 사람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 잘 크자. 엄마랑 아빠는 더 큰 어른으로, 너는 더 건강하고 올바른 아이로.
그리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 잊지말자 :)
/2016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