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You
생생하게 복기되는 피해 글을 볼 때마다 분노와 배신감에 읽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글을 쓴 당사자의 더 큰 고통을 생각하며 하나하나 새겨 읽었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이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오랫동안 곪을 대로 곪았던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지 나이 많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성추행했다고, 부끄럽고 파렴치하다고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그자가 그토록 추잡한 일을 저지르고도 어떻게 기고만장하게 설치고 다닐 수 있었는지, 피해자는 왜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상처를 묻고 살아야 했는지. 거장이라는, 선배라는, 권위적인 이름 하에 소집된 왜곡된 권력 구조도 들여다봐야 한다. 방관하고 침묵하고, 으레 성장통마냥 지나가는 관습처럼 치부한 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피해는 계속되었다. 지금과 같은 움직임이 없었다면, 그들의 추악한 짓은 계속됐을 것이고, 자신들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 지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떵떵거리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본 방관자들은 그들을 힘을 부러워하며 그 자리를 언젠가 대체하고 싶다는 욕망을 키웠을 것이다. 끔찍한 악순환이다.
공연은 어느 한 사람만의 작품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일을 해내고, 극장에 올라 관객을 만나야 완성되는, 그러니까 사람과 사람의 화학작용으로 이룬 결과물이다. 이명행, 이윤택... 이들은 자기 얼굴에만 먹칠을 한 게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리며 노력한 젊은이들의 인생을 꺾어놓았다. 공연를 보고 찬사를 보내며 울고 웃은 관객까지 기만하고 모욕했다. 그리고 불씨가 꺼질 날만 기다리며 숨죽이고 숨어있는 다른 인간들... 지금의 불씨가 언젠가 꺼지더라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넘어가지 않으려면 가해자들의 죄를 면밀히 조사하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공연을 지켜봤던 시간들. 몰랐다는 건 무심했다는 방증이다. 무심했던 시간을 돌아보며 나 역시 반성한다. 누군가의 희생과 상처와 눈물이 깃든 작품은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 예술이라는 단어로 포장한 왜곡된 신념에 눈이 먼 이들의 비윤리적인 행위와 그릇된 위계가 완전히 뿌리 뽑힐 수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 지 고민하고 행동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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