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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Oct 24. 2021

결과가 아닌 과정의 힘을 믿자

한 예능을 보다가 오은영 박사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그녀의 첫 질문은 이랬다. 고등학교 2학년 중간고사 때 수학 점수의 기억이 나냐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모든 패널들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질문했다. 고등학교 때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던 과정은 기억하십니까.


공부하는 중에 감기는 눈을 어떻게든 뜨기 위해서 커피를 마시고 몸을 뒤척였던 경험이 있다. 전혀 집중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책상 앞에 앉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문제집을 붙잡고 애썼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결과가 나를 증명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지나간 결과는 생각보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내가 열심히 노력했던 과정이었다. 그렇다. 나를 지금껏 이끌어온 것은 과정이다. 과정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면, 실패를 하더라도 그 또한 하나의 과정으로 넘겨버릴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결과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현재 나의 모습이 지금껏 살아온 과정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모습들은 그동안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또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 10년 후 내가 지금을 되돌아본다면 과연 현재의 모습을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10년 후 나의 입장에서는 지금도 하나의 과정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현재 내 모습이 내 마음에 충족되지 않더라도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우리는 더 나은 모습을 위한 과정을 살아내는 중이기 때문이다.


요새 단테의 <신곡>을 읽고 있다. 고전은 쉽게 읽히지 않는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한참을 읽다가도 잠시 딴생각을 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있다. 이것을 끝까지 다 읽는다고 해도 내 인생의 드라마틱한 순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한다. 어마어마한 인사이트를 얻을 것이란 기대도 크게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왜 고전을 읽고 있는가. 과정의 힘을 믿는 것이다. 고전을 읽어서 얻게 되는 결과보다는 고전을 끝까지 읽은 과정을 믿는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은 또 다른 어려운 책을 읽게 만들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읽을 수 있는 책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삶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렵게 해낸 과정들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과정은 내가 또 다른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힘을 준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했던 것은 잘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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