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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Crown Apr 10. 2017

디자인 재능 그리고 창의성

로크미디어 / 고영성, 신영준 저 / 완벽한 공부법 / 디자이너의 후기

글을 발행하지 않는 공백의 시간만큼 부담은 가중된다. 더 좋은 리뷰를 적고 싶었고, 더 멋진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담담하게 적어본다. 이번 글은 디자인업에 종사하는 많은 독자분들이 노력과 재능, 창의성에 대해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좋은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가, 발견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졌다.




1. 성취는 재능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선천적 재능은 말 그대로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바꿀 수가 없다. 바꿀 수가 없는 것이 성취를 결정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만약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초반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면 그것을 열심히 할 수 있을까? ... 즉, 어렸을 때 체스나 바둑을 배우는 속도가 좀 더뎌도 최고까지 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만약 재능 결정론에 빠져 있다면 초반의 어려움을 넘지 못하고 포기하게 될 것이다.


#드래곤볼 재평가

이 구절을 읽고, 만화 <드래곤볼>의 야무치가 생각났다. 야무치는 만화 초반 출중한 무술 실력을 가진 캐릭터였으나 후반에는 악당에게 가장 먼저 당하는 비운의 캐릭터다. 하지만, <드래곤볼>이란 만화에서 주인공을 포함한 많은 강한 캐릭터들이 외계인임을 감안하면 야무치는 지구인 중에 손꼽히게 강하다. 만약, 야무치가 만화 초반에 손오공의 재능을 보고, 지레 노력을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그는 드래곤볼로 되살려지는 지구인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드래곤볼을 누구나 안다는 가정하에 글을 써버렸습니다..)



책을 통해 문득 성취에 대해 노력과 재능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결국 성취는 나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 기준도, 나아갈 의지도 나에게 있는 것이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라는 말을 여기에 더해본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갔다면, 우리는 분명 성취하고 있다. 이 작은 차이는 과연 재능일까.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된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비범한 능력을 개발한 사람은 없다고 결론을 내려도 무방하다. 진지한 과학자치고 이런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내가 아는 한 없다. - 에릭슨




2.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발견할 뿐이다.

좋은 논문을 쓰기는 정말로 어렵다. 그 이유는 좋은 논문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새로운 사실 혹은 새로운 관점을 논해야 하기 때문이다. …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는 아이디어를 만들지(create) 않았다. 단지 전체적인 흐름에서 많은 빈 구석을 발견했고, 그 가능성 중에 우리 연구실에 할 수 있는 부분만 따로 찾아냈(find)다.


위의 좋은 '논문'을 쓰는 과정은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과정과도 닮았다. 특히, 새로운 사실 혹은 관점을 논해야 함에도 만드는 것(create)이 아니라 찾아낸 것(find)이라는 신박사 님의 말이 좋았다. 문득 고등학교 수학 시간 배운 경우의 수가 떠올랐다.


서로 다른 n개 중 r개를 택하여 배열하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법이 있다. 좋은 디자인은 이미 나와있는 경우의 수 중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연결 속에서 전체 경우의 수는 늘겠지만, 사실 새로운 것은 없다. 이 뜻을 이제야 곱씹어본다. 책을 읽는 중 '찾기'에 능했던 좋은 디자인 사례가 있어 첨부한다.


#안경 디자인

#레고 디자인


더 이상 디자인에 새로울 것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 대표적인 상품이 안경과 레고다. 하지만 위 두 사례는 새로운 관점을 찾아냈고, 참신한 디자인이 되었다. 안경 디자인의 경우 낭비를 줄이기 위해 하나의 프레임으로 된 안경을, 레고의 경우 테이프 형태로써 무엇이든 레고로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찾아낸(find) 것이다. 그럼 어떻게 잘 찾을 수 있을까?




3. 그래서 공부해야 한다.

... 물론 창의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누군가 아이디어 고갈 때문에 괴로워한다면 너무 고민만 하지 말고 부지런히 ‘조사’를 해보라고 충고해 주고 싶다.


위의 좋은 논문을 쓰는 방법의 마지막은 '조사'를 해보라는 조언으로 마무리된다. 이 말이 또 참 좋았다. 이미 나올 것은 다 나왔다는 디자인계(n개)에서 경우의 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r개)를 늘리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리려면 공부해야 한다!


물론 디자인계(n개)에 진짜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완벽한 검은색이라 불리는 반타블랙 같은 신소재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조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역시 공부로 귀결된다.


박웅현 씨의 <여덟 단어> 이후로 저자가 독자에게 하는 말 하나하나가 진심이 느껴진 책은 오랜만이다. 공부를 시작하는 당신에게 어쩌면 인생을 제대로 시작해보려는 우리에게 <완벽한 공부법>을 추천하다. 책에서 내게 가장 아팠던 말을 적고 글을 마무리해본다. 총총.


세상사를 다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속 편한 확신을 떠받치는 것은 자신의 무지를 무시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이다. ... 그리고 경험적으로 자신의 무지를 무시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의 소유자들은 두 부류가 있다. 교양이 부족한 자, 즉 독서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다른 하나는 독서를 하되 자신의 전문 분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첫 번째 부류는 무식해서 확신에 차 있고 두 번째 부류는 편협함으로 확신에 차 있다.


P.S. 글을 끝까지 써내려 갈 수 있도록 응원해준 G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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