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갭 / 마티 뉴마이어 저, 김한모 옮김 / 알키
한 줄 평을 먼저 적자면, '과제가 아니었다면 사서 읽지는 않았을 책'이다. 저자는 내용에 사족이 싫어 핵심만 담겠다고 했으나 사족과 깊이를 헷갈린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완전히 '꽝'이었던 책은 아니다. 브랜드 전문가라 그런지 중간중간 신선한 비유들이 좋았다. 이번 글은 이 비유들을 중심으로 생각을 정리해 봤다.
브랜드갭은 좌뇌와 우뇌 사이의 거리이다.
'브랜드갭'은 논리 기반의 좌뇌적 사고를 하는 직군과 감성적 사고를 하는 우뇌적 직군 사이의 생각 차이를 말한다. 이러한 논리와 감성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브랜딩의 핵심인 것이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다른 브랜드와의 아이덴티티 차별화(갭)의 의미를 담아도 좋을 듯하다.
... 국제화가 이러한 경계를 허물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빠르게 새로운 경계를 만들게 된다. 그들은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이 뭔가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고, 자신들이 속할 수 있는 친밀한 세계를 만든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부족을 만드는 것이다. ... 브랜드란 현대 사회의 작은 신이다.
내 책상만 봐도 몰스킨, 애플, 라미, 무인양품 등 많은 브랜드가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화 시대에 나라 간 장벽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브랜드가 하나의 부족 사회를 만든다는 발상은 해본 적이 없다. 이 점이 신선했다. 무인양품의 매장 인테리어와 제품이 다 비슷하지만, 새로운 매장이 생길 때마다 꼭 가보는 이유는 어쩌면 옛 신관이 신전을 꼭 찾는 이유와 같으려나.
최근 브랜드에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내는 성향이 주위에 많이 보인다. 나만 해도 사진처럼 맥북과 몰스킨 노트를 그냥 쓰는 법이 없다. 이런 추세로 봤을 때, 브랜드는 탈부족화가 진행 중인 건 아닐까. 그럼 다음은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이 부분이 앞으로 브랜딩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
로고는 죽었다.
지난 LG V30 발표회에서 V 시리즈는 스토리텔링의 시대에서 스토리쇼잉의 시대가 도래함을 반영하여, 영상에 특화된 라인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시대적 특성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것인지 저자는 브랜딩에서도 인쇄 시대와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부산물인 로고는 죽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브랜드 아이콘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저자는 움직이거나, 다른 것으로 변하거나, 혹은 그 밖에 브랜드 자아를 변경하기 위해 자유롭게 이용되는 '아바타'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아바타라는 단어가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근래에 로고 디자인에서 움직임이나 제품 라인업에 따른 쉐입의 변화 등은 분명 보이더라.
이외에도 청각적 기능이 강조된 아이콘인 'Earcon'이라는 개념도 좋았다. 예를 들면, 인텔 광고 마지막에 나오는 "땡"과 같은 사운드다. 애플 개발자 페이지의 휴먼 인터페이스 가이드에서 알림 사운드와 관련하여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브랜드 아이콘에서 시각적 움직임 외에 청각적인 부분은 분명 고려할 만하다.
브랜드갭은 BI 디자이너라면 필독서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과제로 읽게 된 책이다. 간결한 브랜딩 프로세스와 저자의 비유는 분명 좋았으나, 시대가 많이 지난 만큼 내용의 깊이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 드는 책이다. 보통 직관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디자인에서 객관적 평가 기준을 만들어준 점은 언제든 또 참고할 수 있도록 아래에 한 번 더 정리하며 글을 마친다. 총총
(1) 특수성 : 스왑 테스트를 충분히 통과할 정도로 분명하고 독특한가?
(2) 적절성 : 브랜드 표현이 브랜드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에 적절한 것인가?
(3) 기억의 용이성 : 사람들이 필요할 때 브랜드나 브랜드 표현을 상기시키는 특성
(4) 확장성 : 브랜드 표현이 다양한 매체와 문화, 메시지 종류에 얼마나 잘 적용될 수 있는가를 측정하는 것
(5) 깊이 : 다양한 단계에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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