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드레아 Apr 21. 2023

인천대공원 호수공원

친구의 기일

 날씨가 좋으면 인간의 기분은 자동으로 따라간다. 사월 최고의 화창하고 선명한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오월에 태어나 사월에 하늘나라로 떠난 친구. 사람 좋은 미소가 늘 떠나지 않았던 나의 친구 K. 그의 생일도 기일도 일 년 중 가장 좋은 계절에 맞이하게 되었다. 


 납골당 가장 아랫줄에 위치한 그의 자리. 녀석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우리는 무릎을 굽히거나 쭈그리고 앉아 인사를 건넸다. 



 함께 간 친구가 언젠가부터 명상과 영성의 세계로 들어가 있었다. 하늘나라로 간 친구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는 K의 영혼 일부가 우리 곁에 있는 거라 말했다. 우리 모두의 영혼은 커다란 반죽에서 떨어져 나와 육체와 하나 되어 세상을 살다가, 죽음 뒤에 다시 그 수많은 영혼 반죽덩이로 돌아가 하나가 된다고 했다.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으나, 친구의 말을 듣고 내 곁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K의 영혼을 느껴보려 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K를, 아니 K의 영혼 한 덩이를 찾고 있었다. 



 아픔이 깊었던 사람들에게서 위로를 받는 건 그들이 노력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나를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해하지 못하나, 공감해 주고자 노력하는 사람에게 고마움은 있다. 그러나 한계 또한 존재한다. 구차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많은 말을 건네지 않더라도 서로 이어지는 느낌. 같은 종류의 사람이구나 하고 알아내고는 그 순간부터 예상 밖의 위로를 얻고, 소박한 치유가 진행되는 걸 깨닫는다.



 요사이 대학 입학 30주년을 기념하며 다시 모이게 된 얼굴 몰랐던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떠나는 어린 학생들처럼 서로가 마냥 좋고, 왠지 들떠 있는 모습들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얼굴도 몰랐던 동기를 처음 만나는 자리의 어색함은 순식간에 녹아버리고, 처음부터 반말로 스스럼없이 대하는 나 자신과 상대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이 그 공간을 채운다.  


 이 또한 지나가겠으나, 좋은 걸 그 느낌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모습이 시들해질 거라는, 모임도 처음처럼 활발하지 않을 거라는, 서서히 나쁜 모습도 나올 거라는 생각이나 말에 너무 휘둘리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은 아이처럼 서로 함께 하고, 유치하고 장난스러운 말과 몸짓도 서슴지 않으려 한다.


 어제도 어딘가에 모여 있던 우리는, 오늘도 어딘가에 모여 있구나. 그것도 여기저기에서 말이다. 


 얼굴 주름도 늘고, 기미도 내려앉으며, 눈은 더 침침해지고, 몸은 더 뻗뻗해지고 있다. 큰 병만 걸리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면, 여기저기 모여 웃고 있는 이 친구들과 퍽 재미나게 늙어갈 수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견뎌내는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