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스크랩 이야기
일본 키타큐슈에서 약 오 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의 바람과는 달리 그곳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떠나기 전에 인사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때 그는 아버지와 이미 화해를 하고, 다시 부친의 회사로 복귀해 전무로 활발하게 일하고 있었다. 역시 실력이 어딜 가지 않았는지, 다시 복귀한 후에 그의 영업력을 빛을 발하며 회사의 매출과 이익의 급격한 성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 히로 형님, 저 이제 한국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더 오래 있고 싶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었네요. " 내가 그에게 아쉬움이 담긴 작별 인사를 고했다.
" 앤디상, 보고 싶을 겁니다. 다른 곳에 가서도 좋은 소식 들려주세요. 건강하시고! " 그가 따뜻한 응답을 건넸다.
나보다 손위인 그에게 나는 '형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보통 이런 관계에서 일본 사람들은 가족친지 사이에서는 쓰는 '형님'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았지만, 나는 한국 사람의 마인드로, 사적으로 만나는 일본 지인들과 친근하게 지내고 싶어 그렇게 하곤 했다.
그렇게 일본을 떠난 지 1년이 흐른 뒤에 나는 홍콩에서 다시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경력을 살려 잡을 구하려 해도 잘 잡히지 않던 일자리가 난데없이 교육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에서 나왔다. 그것도 홍콩에서 말이다. 서울 본사에서 약 반년 트레이닝을 받은 후 그 회사의 홍콩법인으로 발령을 받고 갔다. 홍콩에만 100개의 학원, 마카오에도 10개의 학원이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회사가 교육 비즈니스에는 전혀 경험이 없던 내게 해외법인일을 맡기게 된 이유가 있다. 종합상사에서 근무할 때 내가 중국 광둥성에서 일했기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홍콩에 진출한 지 이십 년이 넘었고, 홍콩에 진출한 외국계 교육회사 가운데 학원/학생수로 2위를 달리고 있었고 퍽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나의 궁극적 미션은 홍콩에서 배워서 중국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시키는 일이었다. 특히 중국 남쪽에 위치한 광둥성부터 공략할 계획이었다.
어느 화창하고 좀 더운 일요일 오후였다. 홍콩의 신도시 지역에 제법 큰 유치원이 개원하는 날이었다. 우리 프랜차이즈 프로그램이 들어갈 곳이었기에 초대 손님 자격으로 개원식에 참석했다. 유치원의 오너는 교육 비즈니스 분야에서 꽤 성공한 분이었고, 홍콩 전역의 유치원 원장들의 모임에서 수장 격의 위치에 있던 여자 회장이었다. 평생 처음으로 유치원 개원식에 그것도 홍콩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며 다소 낯선 이방인의 느낌으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갑자기 휴대폰 라인앱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카톡도 아니고 라인으로 말이다. 화면을 보니, 반가운 이름이 떠 있었다. 바로 '히로' 형이었다.
그는 1년 여 공백을 신속히 채우는 안부를 물었고, 나는 간단하고 집약적으로 근황을 전했다. 놀랍게도 이것은 단순한 안부 연락이 아니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