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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Dec 12. 2015

interlude #7

뜨겁게 안녕

interlude #7. 뜨겁게 안녕


여행을 덮치는 고난과 역경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자리 잡은 이베리아 반도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했다. 이베리아 반도로 들어온 직후 노트북 충전 어댑터 분실로 시작된 불운은 스마트폰 유심 장착부 박살이라는 비극을 지나 여행 수첩 분실이라는 파국으로까지 치달았다. 여행 수첩엔 그동안 여행하며 기록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는데….


여행 수첩 분실 사실을 깨달은 그라나다의 밤, 역과 호스텔을 오가며 수첩의 행방을 수소문하다가 화가 나 다 관둔 채 역 카페테리아에서 맥주 두 잔을 마셨다. 이후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눈 감고 잤음. 역에서 야간열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약 다섯 시간가량을 씩씩대며 앉아 있었던 듯. 그라나다 이놈의 도시는 그 흔한 와이파이도 찾기 힘들고 진짜… 그 흔한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없다니….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다.시.는 무시하지 마라! 무시하지 말라고… 취한 마음속에선 그런 무언의 외침이 일었고….


그러나 야간열차를 타고 뒤척이며 도착한


바르셀로나,


새 도시에 도착하니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듯. 일단 어디서든 와이파이가 빵빵하고… 음… 여행 수첩은 그라나다 어디선가 자신의 생을 꾸려나가고 있겠지… 그런 생각도 들고… 스페인 사람이 주웠을까? 알 수 없는 이국의 문자가 빽빽이 들어찬 그 수첩에 불을 붙여 담뱃불이라도 붙인 건 아닌지… 아무튼… ‘뜨거운 안녕’이라도… 부르고 싶은 그런 기분이다. 하긴 어제도 그러긴 했는데… 대낮부터 그란데 사이즈의 맥주 두 잔을 물처럼 들이키는 날 이상하게 바라보는 곱슬머리 직원에게 맘속으로 그랬었지… 친구여 아미고(amigo) 그렇게 보지 마 맘껏 취하고 싶어… 오늘은 여행 수첩에게 부릅니다. 떠난다면! 보내 드리리~ 뜨겁게, 뜨겁게 안녕!


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선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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