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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르니스트 Feb 09. 2024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25) 1956년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하는 짧은 이야기

* (글감에 추가되어 있는 조건) 단, 자동차 바닥 매트가 이야기 속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나는 신문의 1면을 제껴 버리고 중간의,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사회면 구석의 토막 기사를 바로 찾아 읽었다. 길지 않아서 일분도 안되어 읽을 수 있는, '어제의 사건 사고' 코너. 하지만 나는 그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수십번을 읽어 기사의 내용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워버릴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었다.

    오늘도, 그 기사였다.

    나는 이 사실을 발견한 뒤 혹시나 내가 너무 편협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지 스스로를 의심했다. 그래서 가장 친한 친구 로니에게 나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로니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대뜸 화를 내었다.

    "이봐, 어디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구. 사람들한테 몰매 맞을 이야기야."

    그래서 한동안은 그 생각을 떨쳐버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한달 전에도, 몇 주 전에도, 엊그제에도 '어제의 사건 사고' 코너에서 이 사실을 발견한 후 나는 의구심을 도저히 떨쳐낼 수 없었다.

    '어제 오전 브루클린 2번가 교차로에서 교통사고 발생. 가해차량은 교차로에서 적색 신호에 차량을 멈추지 못하고 앞차량을 추돌함. 가해차량은 스페셜 모터스의 브롱코스 1952년식. 경찰은 가해차량 운전자를 대상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하였으나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으려 할 때 발이 미끄러져서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증언. 경찰은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로 보고 사건 종결 예정'

    기사의 내용이었다. 그저 운전자가 실수로 낸 사고일 뿐, 사고에는 어떤 특별한 점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몇 번이고 반복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특히 차량의 종류와 사고의 원인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었다면. 몇 일 간격, 혹은 몇 주 간격으로 보도된 이 교통사고 들은 스페셜 모터스의 브롱코스 1952년식 자동차에서 발생했고,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발이 미끄러진 것이 언제나 사고의 원인이었다. 나는 그것이 그저 우연히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항상 똑같은 차종에서 항상 똑같은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도시의 사람들 -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친구 로니한테 물어본 게 전부이긴 했지만 - 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로니는 '브롱코스'처럼 대히트를 친 자동차는 너무나 많이 팔렸기 때문에, 길거리에 무시로 굴러다니다가 무슨 원인이든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몇 번이고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페셜 모터스의 직원인 로니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법 했다. 그리고, 스페셜 모터스가 먹여살리고 있는 이 도시의 수많은 다른 시민들도.




* '자동차 매트'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2010년에 도요타 프리우스에서 발생한 바닥 매트 결함으로 인한 리콜 사태가 떠올랐다. 그 내용을 1956년 디트로이트로 옮겨보았다. 디트로이트는 지금도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도시이고, 그래서 배경이 1956년이라 할지라도 그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리라 생각되었다. 자동차 회사 직원이 대다수인 도시에서, 그 자동차 회사의 인기제품에 발생한 결함을 우연히 발견한 남자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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