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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르니스트 Feb 13. 2024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26) 돈뭉치를 발견하다

    의자에 앉아 있던 프란츠는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정 한 구석에 정사각의 모양으로 틈이 나 있었는데 마치 천정으로 올라가는 문 같았다. 그 문 같은 것은 사람 하나가 겨우 들고 날만큼의 크기였다. 벽에는 천정까지 닿을만한 사다리가 걸쳐져 있었다. 주변의 천정 판넬에는 먼지가 잔뜩 끼어 있었지만 문틈은 깨끗해서, 방금 누군가 그 문을 통해 천정 안쪽으로 들어갔다 온 듯 했다.

    프란츠는 눈을 부릅뜨고 천정의 그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리가 쳐진 입을 굳게 다문 그의 표정은 편안한 기색이 아니었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시선 또한 천정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동안 천정을 바라보던 프란츠잠시 고개를 떨구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노인네... ... 이거 남겨놓고 날 그렇게 부려먹었다는 거지?"

    그의 발치에 노끈에 묶인 돈다발이 놓여있었다. 맨 위의 지폐는 군데군데 누렇게 변색되고 모서리에는 좀까지 슬어 있어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듯 했다. 잔뜩 일그러지고 그늘져 어두워진 프란츠의 얼굴에서 부릅뜬 두 눈만이 도드라져 보였는데, 핏줄이 서서 잔뜩 충혈된 흰자위 때문에 마치 눈이 붉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프란츠는 삼개월 전 어느 일요일 저녁의 일을 떠올렸다. 공장장이 갑자기 그를 부르더니 공장 창고의 벽에 구멍이 나서 쥐새끼가 드나든다는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라는 지시도 없이 그저 벽에 구멍이 났고 쥐가 들어와서 창고의 곡식을 모두 헤집고 다닌다는 이야기만 했다. 공장장의 대화법은 항상 그런 투였다. 벽에 구멍이 났다면 고쳐놓으라고 말하면 될 것을, 공장장은 언제나 문제거리만 던져놓고 프란츠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었다. 프란츠는 그의 그런 말하는 방식을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 언제나 거슬렸다. 게다가 아무도 일하지 않는 일요일 저녁에 굳이 불러서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더욱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공장장은 언제나처럼 비열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이봐, 프란츠. 네 녀석이 사장님한테 받은 계약서를 생각한다면 그런 벌레 씹은 표정을 지으면 안되지. 사장님이 오늘 내일 하시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정신이 멀쩡하신 걸 네 놈도 모르진 않겠지?"

    프란츠는 그날 결국 언 손을 호호 불면서 나무판자를 썰고 창고 벽에 못질을 했다. 다음에 쥐가 다시 벽을 갉아내지 못하도록 겉에는 꼼꼼히 페인트와 니스 칠까지 했다. 일을 마치고서 프란츠는 막힌 쥐구멍을 내려다 보았다. 천성적인 그의 꼼꼼함 덕택에 사장의 신임을 얻은 것이긴 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작업할 필요가 있었나 잠시 후회했다.




* 고용주에게 큰 보상을 약속받고 노예처럼 일한 주인공이, 고용주가 사망하자 그 보상 - 돈뭉치 - 를 찾아냈다. 그러나 발견한 돈뭉치가 어떤 이유 (예를 들면, 인플레이션? 화폐개혁?) 로 인해 크게 가치가 없었고, 그래서 벌어지는 이야기? 생각을 발산하기에 수월한 글감은 아니었다.

* 설 연휴 동안 쓰지 못했다. 집안일이 많을 때는 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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