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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자아트 May 16. 2024

주부라는 말대신 내이름 세글자

남편에게 해고당했다.

전업주부가 가장 필요한 시기가 끝이나서 그 시간을 계속 유지하는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을것이다.

하나의 작은 커피샵 매장이라고 생각해보자.

오픈했을땐 아침에 오는 회사원들

낮타임에 우르르 몰려오는 학부모들

오후에 학원가는 학생들

저녁에 데이트하거나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

모든 시간이 에브리데이 바빠서 알르바이트생을 세명을 써도 모자랐는데

주변에 커피매장이 생기더니

이제는 아침에 오는 회사원들만 단골이 되어

낮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서 한명만 매장을 지키고만 있어도 되는 상황이 된거다.


아이들이 나의 모든 손길이 있어야 할 때 였던것과는 다르게

이제 내가 하루종일 집에 있지 않아도 자기만의 생활이 생겼고 

아이가 큰만큼 엄마의 일은 작아졌다.


그렇게 나는 엄마, 전업주부 라는 말대신

내 이름을 불러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이제 일하라는 남편의 말이 서운했다.

왜냐하면 내가 한 일을 모두 필요없다고 부정하는것 같았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책임감에 짖눌려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육아서는 몇십권을 읽고

엄마표 라는 이름의 학습에도 진심이었기 때문에

계획을 세워서 엄마표학습과 예체능, 독서, 바깥놀이 등 지덕체를 모두 함께하고

심지어 전업주부의 장점을 살려 먹는음식도 모두 만들고 간식까지 하고 밤에는 잠들때까지 머리맡독서까지하는 꽤나 분주했던 육아생활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친구를 만들어주기위해 낯선사람과 눈도 못마주쳤던 나는 오히려 먼저 인사하고

집에 초대하며 놀이터에서 학원에서 그렇게 말많은 사람처럼 떠들어댔다.


나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이제 필요없다고?


그것도 남편인 당신이? 내가 가장믿던 사람이 이제 내가하는 집안일은 중요치 않다고 

나의 모든일을 부정하는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마음이 힘들었다. 설명할수 없을 정도로 배신감이 들었다.

시간이 좀 지나니 화도 났다. 그런데 구직사이트를 들어가니 무서웠다.

예전에 나는 어떻게 일을 했더라...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그래도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뭐라도 해야 될거 같았다.

그래 나 할께  설마 경력이 있는데 나 하나 일할 곳이 없을까봐?


40대

내이름 세글자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업로드 완


뚜르르르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조금 두근두근 한다. 업로드만 했을 뿐인데 전화가 오다니 역시 나 아직 안죽었어

헤드헌터인가?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xx보험사입니다.  지원서를 보고 연락드려요 "


내 경력과는 전혀 무관한 상담직 면접제안 전화였다.

그렇게 몇일 전화상담사 면접을 권하는 전화가 매일 왔다

정말 내 경력과 사회활동과 전혀 연관없는 일이었다. 


경력단절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몇개가 없는거야?


나는 굉장한 충격에 빠지게 된다

......


내이름...

세글자보다 중요한건 경력도, 사진도, 상받은 기록도 아닌

내 나이였던 것이다.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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