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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Feb 03. 2023

일본 여행 3일 차(4)_마지막 밤은 불금이었다

밝고 아름다웠던 금요일 밤의 나고야 도심이 선물한 외로움

가미마에즈역에 내려 오스 상점가에 갔다. 약 400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곳이자 나고야에서 가장 큰 상점가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여러 중앙시장처럼 일본도 아케이드 아래 깔끔한 모습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재래시장이 많은 것 같다. 상인, 고객, 행인 등이 내뿜는 생의 활기를 구경하며 걸었다.


일본식 붕어빵인 타이야키를 판매하는 긴노안에서 크루아상 타이야키를 먹었다. 타이는 '도미'라는 뜻으로 붕어빵이 아닌 도미빵이다. 개당 200엔이 넘는 비싼 가격과 기대 이상의 맛에 놀랐다. 내 입맛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한국의 붕어빵이 더 맛있지만 바삭한 식감이 색달랐다. 바로 옆에 위치한 츠키지 긴다코에서 타코야키까지 포장했다. 둘 다 프랜차이즈라 다른 곳에도 지점이 있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가다가 우연히 오스칸논을 지나쳤다. 칸논은 관음이라는 뜻으로 일본 삼대 관음 중 하나라고 한다.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절이었다. 해가 졌는데도 강렬한 원색이 눈길을 끌었다.

뒤늦게 숙소에 체크인했다. 스마일 호텔 나고야 신칸센구치는 다카야마에서 묵은 숙소와 거의 비슷하게 생긴 비즈니스호텔이었다. 이번에도 비흡연 1인실로 예약했는데 아무래도 가격은 조금 더 비쌌다. 그래도 나름 시티뷰도 있고 깔끔해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나는 이전에 여러 봉사와 출장에서 고생했던 경험 덕에 웬만한 곳에선 만족과 감사를 느낀다. 상대적 취득감이랄까? 어메니티를 직접 들고 가야 되는 건 조금 어색했다.

잠시 포장해 온 타코야키를 먹으며 쉬었다. 솔직히 그동안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기대 이상의 풍미였다. 순간 진실의 미간을 찌푸렸는데 아무도 보지 못해 아쉽다(?). 소스를 매운맛, 오리지널 중에 선택할 수 있어 오리지널로 먹었는데 매운맛이 궁금해질 정도였다. 그런데 핸드폰 충전 케이블이 단선됐는지 오락가락하더니 갑자기 충전이 잘 안됐다. 아무리 기다려도 1%라 그냥 나갔다.

살짝 헤매다 가메지마역에서 전철을 타고 사카에역으로 향했다. 핸드폰이 꺼져도 호텔까지 가는 길도 익혔고, 두 역만 기억하면 되기에 용감해졌다.

나고야의 랜드마크인 츄뷰전력 미라이타워와 오아시스 21이 바로 보인다. 1954년 완공되어 지금까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 일본 최초의 전파탑과 마치 UFO 같은 모습의 세련된 쇼핑몰이 묘하게 아름다운 야경을 이뤘다. 구경하고 사진 찍다 보니 결국 핸드폰이 꺼졌다.

사카에 거리는 그야말로 번화가였다. 마침 금요일 밤이라 젊은이들이 내뿜는 열기가 그야말로 불금이었다. 시끌벅적한 걸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이렇게 두루 즐거운 분위기를 마주하면 괜히 흐뭇하다. 이 와중에 핸드폰이 방전 가운데 기적처럼 다시 살아났다. 덕분에 열기가 느껴지는 사카에 거리를 사진으로 담았다.

낮에도 왔던 나고야 시내지만 밤이 되니 여기저기 켜진 맞춘 조명 덕에 연말 분위기가 그득하다. 들뜬 표정으로 오가는 사람이 참 많았다. 고독의 자유를 맘껏 누린 뒤 마주한 대도시가 왠지 사람을 외롭게 한다.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을지 자신 없는 채로 맞는 한 해의 마지막을 타국까지 찾아온 외로움이 동행해 줬다.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문화 속에서 다시 삶과 부대낄 채비를 하며, 모두의 생활이 안녕하길 바랐다.

기분 탓인지 품에 한기가 들기 시작해 후라이보 메이에키센추리도요타빌딩점에 가서 테바사키를 포장했다. 마지막 밤과 아침을 위해 숙소 오는 길에 로손 편의점에서 음료와 간식까지 샀다.

피곤했는지 숙소로 돌아와 조금 졸다가 정신 차리고 테바사키를 먹었다. 단맛보다는 짠맛과 후추 향이 강한 간장 닭 날개 튀김이었는데 꽤 맛있었다. 함께 마신 기린 레몬 소다가 특히 내 취향인데다 잘 어울려 더 맛있게 먹었다. 대부분 그렇듯 금세 짧은 여행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고, 순응하는 여행자의 지그시 감은 눈과 함께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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