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ifework100 두 번째 인터뷰 - 원티드 개발자 최선진
이직이 배신이라고요?
진정한 커리어를 찾기 위한 필수과정은 아닐까요?
이직을 통해 라이프워크를 찾은 100인의 이야기, 원티드가 들려드릴게요.
당신의 라이프워크는 무엇인가요?
“나에게 라이프워크는 ‘솔직함’이다.”
안녕하세요 최선진입니다. 원티드랩에서 프론트앤드 개발을 하고 있어요. 프론트앤드 개발이란 웹에서 유저가 사용하는 인터페이스 부분을 프로그래밍하는 일이에요. 쉽게 말하면 웹사이트 들어가면 보이는 화면을 설계하고 실제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원티드랩은?
‘원티드랩’은 전 세계 모든 기업과 직장인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HR 스타트업이다. ‘좋은 일자리와 숨은 인재를 연결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인간적인 방법’이라는 문제를 풀고자 하며, 최근 일본, 싱가폴, 홍콩 등 세계 주요 도시에 진출해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했다.
▶ 원래는 개발자가 아니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네. 원래 삼성 엔지니어링에서 시공이나 설계 같은 건설 쪽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학 전공도 건축 분야였어요.
▶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향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취미로 프로그래밍을 조금씩 공부하고 있었어요.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팀을 만들어 외주도 받았고요. 프로그래밍을 계속 공부하다보니 그쪽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됐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개발을 찾아서 공부했어요. 그러다 프로그래밍으로 가치 있는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죠. 부모님도 엄청 반대하셨고.
▶ 부모님에게는 어떻게 말했나요?
그냥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지금까지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을 쫓아서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반에서 1등 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가고.. 그런 것들이요.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고, 그렇게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충족하고 나니까 오히려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가 선명히 보였어요.
▶ <정의란 무엇인가>가 커리어 전향에 큰 계기가 되었다는 소문이 있던데(웃음).
그냥 지나간 이야기로 한 건데 소문까지? 하하. 저는 공대니까 사실 인문학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는 없었어요. 그런데 <정의란 무엇인가>를 우연한 계기로 읽으며 사회적인 틀을 많이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에 가는 부모님이 좋아하고 사회적으로 좋아 보이는 코스 있잖아요. 저는 계속 그 코스를 따라가며 다른 것을 못 보고 살았던 것 같아요. 사회적인 선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선도 아닌데 그 전까지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어떻게 보면 보여지는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면, 인문학을 접한 후 그게 다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기업에서 하는 일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 계속 휘둘려서 살아가는 것에 억압받는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 그런 생각이 들었더라도 실행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입사하고 4년 차 되는 타이밍에 여러 가지 기회가 겹쳐서 왔어요. 당시 취미로 하던 프로그래밍으로 외주를 해서 돈도 어느 정도 벌 수 있는 상태였어요. 또 NHN에서 ‘넥스트’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친구들이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한 번도 프로그래밍 정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제대로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기회를 포착했군요.
그렇죠. 아무래도 개발에 관심을 계속 갖고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원래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았던 사람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엄청 많더라고요. ‘멋쟁이 사자처럼’ 같은 것이요. 이전에는 그런 게 거의 없었습니다. 넥스트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멋쟁이 사자처럼은 2013년 프로그래머 이두희가 설립한 프로그래밍 교육 단체이다. 궁극적 목표는 컴퓨터공학 비전공자들도 프로그래밍 기초 지식을 배워 자신만의 웹서비스를 만들어 이를 통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넥스트에서 1년 정도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고 2014년 경 쿠팡에 들어갔어요. 지금이야 쿠팡이 꽤 큰 기업이지만, 그 당시엔 지금보다 훨씬 작았죠. 그때도 월급이나 연봉 같은 것보다 조직 문화를 더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쿠팡이 당시 애자일문화를 도입해서 유명했었거든요. 쿠팡에 3년 정도 있다 원티드로 이직했습니다.
애자일(Agile)은 '날렵한', '민첩한'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로, 문서작업 및 설계에 집중하던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프로그래밍에 집중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다.
▶ 원티드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입사를 결정했나요?
이직을 준비하려면 처음 사이트를 보잖아요. 원티드도 그러다 알게 된 사이트 중 하나였고 실제로 원티드를 통해서 다른 회사에 지원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회사 소개 페이지를 봤는데 사람이나 조직 문화에 관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원티드가 실행하려는 가치가 제가 평소에 하는 고민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원티드에 지원하고 합격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회사 네다섯 군데를 붙긴 했어요. 그런데 원티드에서 면접 볼 때 특히 좋았던 것은, 면접관이 개발 관련해서 자기가 고민하는 것을 질문하더라고요. 다른 회사는 정해진 답을 푸는 느낌이었다면 여기에서는 나도 함께 고민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실제로 일해보니 원티드 어때요?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원티드에서는 이미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절차를 같이 만들어 나가요. 저에게는 그게 재밌고 의미 있어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원티드에서는 점심에 맥주를 마실 수 있는데, 물론 그 자체도 좋지만 (웃음) 그런 제도나 시스템을 특정 사람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결정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이에요. 조직 문화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죠.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고, 그걸 지향하는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만들려 해요.
▶ 다른 개발자들이 선진님이 특히 개발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어요!
프로그래밍은 누가 안 시켰는데 내가 좋아서 시작한 거잖아요. 영화 좋아하는 사람에게 영화 보는 일을 시키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 주인공 이름 외우고, 배우가 누군지 아는 것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지 따로 공부해서 얻은 건 아니잖아요. 개발도 마찬가지예요. 재미있어서 하다 보니 거꾸로 그걸 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공부하게 됐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일이 일로 느껴지지 않아요.
▶ 개발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아요?
공대를 다니기도 했지만, 뭔가를 만드는 것이 재밌어요. 늘 이것도 만들고 싶고, 저것도 만들고 싶고. 사람들에게 “멋있다, 잘 만들었다”라는 피드백을 듣는 것도 좋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대기업에서는 실제로 무언가 만들기보다는 관리하는 일이 훨씬 많아요. 대기업에 개발 직군으로 들어간 친구의 얘기를 들어봐도 실제 개발보다, 외주나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일을 주로 하더라고요. 비슷하게 저도 대기업에 있을 때 실제로 만들어내는 재미나 보람을 느끼기 어려웠기 때문에 친구들과 따로 외주를 받고 일을 했던 거예요. 저는 전 회사에 있을 때도 시키지도 않은 것을 굉장히 많이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카톡 분석기 같은 것을 만들었는데, 여러 명이 있는 카톡방의 메시지를 모두 분석한 다음 누가 가장 많이 쓴 말을 알려주는 거죠. 그렇게 뭔가 의미 있는 걸 만들어내는 게 재미있었어요. 만약 그게 회사에게도 의미가 있다면 더없이 좋겠죠. 그래서 절차를 함께 결정하는 게 의미 있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하는 것들이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 같거든요.
▶ 삼성 같은 큰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로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냥 나 자신에 대해 솔직해진 것뿐이에요. 그동안 사회적인 ‘좋은 사람’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갔다면,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솔직해지려고 노력해요. 물론 지금도 백 프로 솔직하기는 어려워요. 돈도 벌어야 하고, 사회적인 시선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그걸 벗어나면 아무래도 자신감을 상실하기 쉽고요. 그래도 사회적인 틀이 두툼한 안경이라면, 그 안경을 차츰 벗겨갔던 것 같아요. 두툼한 안경이 한 번에 벗겨지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렌즈가 조금씩 얇아지는 계기가 중간중간 있었어요.
▶ 얇아지는 계기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삼성에 있을 때 아무래도 건설 쪽이다보니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많았어요. 유럽, 두바이.. 그렇게 해외에서 외국 분들과 일하고 대화하면서 느낀 게 많았어요. 우리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벗어나면 루저가 되는 것 같은 생각을 강요하는 사회에 어렸을 때부터 살았잖아요. 그런데 프랑스의 조그만 회사에 부사장으로 있는 사람을 만났는데, 저보다 한 살 많았어요. 그 회사가 작은 회사지만 전 세계에 몇 개 밖에 없는 기술을 가진 곳이라 저희가 계약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거든요. 그 사람은 대기업이나 작은 회사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고, 자기는 지금이 좋다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이 전혀 다른 외국 사람들을 만나며 내가 틀에 갇혀있었다고 많이 느꼈어요. 또 대기업에서 나와 맞지 않는 것을 경험하다보니 거꾸로 스스로를 알게 되는 것도 많았던 것 같아요.
▶ 대기업의 어떤 점이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뭐 하나를 바꾸기가 너무 힘들어요. 건축업계라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조직에서 뭔가 바꾸려고 시도했을 때 일 년이 넘게 걸렸어요. 또 그렇게 노력해도, 심지어 사람들이 동의하더라도 잘 안 바뀌더라고요. 거꾸로 보면 그게 안정성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 있어 좋은 회사는 안정적인 곳보다도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곳인 것 같아요. 내가 고민이 생기면 얘기하고 납득 가능하게 바꿔갈 수 있는 회사를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성원의 컨센서스가 잘 통할 수 있는 수단을 지향하는 회사요. 그런 점에서 원티드는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정말 오픈 마인드죠.
▶ 일과 관련해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나 자신으로 당당하고 솔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떤 틀이나 허울에 맞추는 건 저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사회적인 기준을 지향하는 사람을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는 그런 것을 목표로 하면 의미를 잘 못 느끼겠어요. 그런데 나 자신에게 솔직하면서도 당당하려면 기술적으로 실력도 쌓아야 하고, 인간적으로도 많이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어렵죠. 그래도 그런 전문가가 된다면 어디서 무슨 일을 해도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않을까. 나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선택하고, 또 거리낌 없이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 일을 하며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나여도 된다’라는 것. 어렸을 때는 나 자신을 드러내면 쓸모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스펙 같은 것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무장한 갑옷을 벗으면 사람들이 저게 뭐냐고 비난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갑옷을 벗어도, 자기 자신이 되어도 내가 가치있었고 저에게 맞는 일이 있었어요. 또 그렇게 나를 드러내야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일상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요즘에는 배드민턴에 빠져서 엄청 열심히 치고 있어요. 시작한지 일 년밖에 안됐지만, 의정부 대회 초심 우승도 했어요.
원티드에서는 민정님과 얘기하다가 “같이 춤출래요?”라고 물어보길래 뜬금없이 댄스 학원을 다니게 됐어요.
지금은 원티드 내 또 다른 소모임으로 밴드도 시작했는데, 저는 베이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에 연습실을 잡았는데 체리필터의 해피데이를 연습할 예정이에요. 그런 삶의 소소한 게 재밌는 것 같아요. 또 자기와 마음 맞는 사람과 하면 뭘 하든 재밌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아직 갑옷을 다 못 벗은 것 같아요. 유교에 ‘종심’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종심: 70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공자는 70세에 마음 가는 대로 하여도 어떤 규율이나 법도·제도·원리 등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내키는 대로 해도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 편한 대로 하면 상처 주고 상처받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 때 ‘내가 갑옷을 완전히 벗진 못했구나’라고 느껴요. 벗어가는 중인 것 같아요.
▶ 원티드를 통해 원티드에 지원했고 합격하셨잖아요(웃음). 혹시 추천사 받으셨나요? 누구에게 받으셨나요?
네. 저와 평소에 같은 고민을 하던, 대기업 있다가 스타트업 온 친구였어요. 쉽게 부탁했는데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써줬더라고요. 물론 회사의 입장에서 추천사가 있으면 플러스되는 점도 있겠지만, 꼭 그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추천사를 받아보니 색다른 기분이었어요. ‘내가 이런 사람이었단 말이야?’라는 느낌.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용기를 내는 계기가 됐어요.
▶ 추천 보상금도 받았겠네요.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계획이에요?
이제 막 밴드를 시작했잖아요. 카혼을 사서 배워볼까 싶어요. 한 2~30만 원 하더라고요.
▶ 선진님이 생각하는 라이프워크는 무엇인가요?
나에게 라이프워크는 ‘솔직함’이다.
뻔한 얘기지만 인생의 많은 시간을 일하며 보낼 텐데, 솔직하지 않으면 내가 평생 할 일, 라이프워크를 찾기 힘들지 않을까. 저 역시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돌아갔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돌아가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솔직해져 가는 과정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원티드가 최선진 님의 라이프워크를 찾기 위한 여정을 응원합니다.
최선진 님 같은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면? 원티드에서 지금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 자기주도적인 분, 오너십을 가지고 있는 분
•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이 원활한 분
• 모든 기업과 직장인의 고민을 해결하고 싶은 분
• 플랫폼 글로벌화에 관심 있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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