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ifework100 세 번째 인터뷰 - 밸런스히어로 윤지영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커리어 발전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이직.
이직을 통해 라이프워크를 찾은 100인의 이야기, 원티드가 들려드릴게요.
당신의 라이프워크는 무엇인가요?
"나에게 라이프워크는 '삶의 중심'이다."
저는 인도 진출 핀테크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에 다니고 있는 UI 디자이너 윤지영입니다. 사내에서는 영(Young)이라고 간단히 불리고 있어요.
밸런스히어로는?
2014년 7월에 설립된 밸런스히어로는 글로벌 시장을 향해 급속도로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다. 13억 인구의 인도 시장에 발 빠르게 진출하여 Google Play 유틸리티 부문 1위, 앱 다운로드 수 5,000만 건 이상 달성하며 인도 모바일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트루발란스는 핸드폰 요금 잔액조회 서비스로 시작했어요. 인도는 우리나라처럼 핸드폰 요금을 후불제로 내지 않고 90%가 충전해 쓰는 선불요금제를 써요. 트루발란스가 인도의 국민 앱이 될 수 있었던 이유죠. 지금은 잔액조회뿐 아니라 충전, 결제나 소액대출도 가능한 금융 플랫폼으로 변화하려고 하는 중이에요. 저는 UI 디자이너로서 서비스와 유저가 만나는 최접점을 만들고 있어요. 쉽게 말해서 화면단의 모든 것들을 만들며 어떤 디자인 언어로 유저들을 만나고 설득시킬지를 고민해요.
▶ 이직의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보통 정체되는 느낌이 들 때 이직하고 싶어 지는 것 같아요. 이전 직장은 디자인 에이전시였는데, 직접 서비스를 만드는 게 아니다 보니 내가 서비스를 만들며 디자인의 이유와 목적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러다 밸런스히어로를 발견해 이직을 결심하고 준비하게 됐습니다.
▶ 이직을 준비한 기간이 얼마나 돼요?
두 달 정도요.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기 작업물들을 정리해오지 않은 이상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이력서를 만드는 데에 두 달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 밸런스히어로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입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한국 기업에 다니며 해외 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게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인도는 해외 IT 업계에서 블루오션이거든요. 중국 같은 경우,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일 뿐 아니라 자국 서비스가 해외 서비스를 많이 대체하고 있어요. 외국 기업 진출에 대한 제제도 심하고요. 반면 인도는 스마트폰 시장이 이제 막 성장하고 있고, 외국 기업에 대한 제약도 약한 편이에요. 그래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해외 IT 기업들이 인도에서 자리 잡으려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인도에서 아마존은 아마존 페이로 전자지갑 서비스 사업에 진출했고, 왓츠앱도 이례적으로 메신저에 송금 기능을 넣었어요.
같이 일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 인지도 중요했던 것 같아요. 입사할 당시 별도의 기획/디자인팀이 없었고, Growth Hacking 팀이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Growth Hacking은 원래 마케팅 용어예요.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서비스의 성장을 견인하는 걸 뜻해요. 이름처럼 초기 팀은 마케터, CS 담당자, 기획자, 디자이너가 함께 일하는 구조였어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저를 파악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며, 기획, 디자인을 유기적으로 할 수 있었거든요. 팀에 속해있는 것만으로도 보고 배울게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GH팀은 지금은 없어졌다). 이직할 때는 좋은 동료가 있는지, 내가 보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인지, 좋은 업무 프로세스를 갖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 합격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기뻤죠.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어요. 그리고 해외 서비스를 만드니까 해외 출장을 많이 갈 텐데 그것에 대한 기대도 됐어요. 타지마할을 갈 수 있다니! 하하.
▶ 이직이 결정되고 나서 주위 사람들 반응은 어땠어요?
제가 3년 전 스타트업에 이직한다고 했을 때는 주변에서 그렇게까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당시 대부분의 디자이너에게는 에이전시 아니면 대기업이라는 이분법적인 선택지밖에 없었기 때문에,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대기업과 에이전시는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디자인하기 상대적으로 어렵잖아요. 그래서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디자이너들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 조직 문화에 매우 만족하신다고 들었어요.
트루밸런스에서는 입사하자마자 영어 이름을 만들어요. 영어 이름은 인도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할 때도 쓰이지만, 한국에서도 직급이나 직함을 붙이지 않고 이름만 불러요. 한 예로 찰리가 저희 CEO 이름인데 “찰리, 실화냐…...” “찰리,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쉽게 부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존중을 바탕으로 업무 효율을 내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출퇴근 문화도 유동적이에요.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자기가 업무 시간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어요.
또 ‘함께 하는 점심’, ‘함께 하는 저녁’이라는 문화가 있어서 회사에서 달마다 같이 점심을 먹을 사람, 저녁을 먹을 사람을 정해주고 돈을 지원해줘요. 보통 일할 때 타 부서와의 교류가 많이 없는데 이 문화 때문에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경영지원팀 같은 다른 팀과 밥을 먹을 수 있어요. 업무가 아니더라도 회사 내 있는 다른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서 팀 빌딩(building)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 트루밸런스 직원은 몇 명이예요?
한국에 80명, 인도에 30명 정도. 합치면 백 명이 넘어요.
▶ 최근 트루밸런스가 250억 투자를 받았어요. 축하드려요!
(관련 기사: 연합뉴스 ‘핀테크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 250억 원 추가 투자 유치’)
감사합니다. 정작 사내에서는 엄청 큰 이슈는 아닌데요, 이전에 투자를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 글로벌 서비스다 보니까 출장을 자주 갈 것 같아요.
맞아요. 작년에는 일 년 중 반 정도 인도에 있었던 것 같아요. 각각 두 달, 두 달 반, 한 달 동안 장기 출장을 갔었거든요.
▶ 한국과 인도를 번갈아가며 살았네요.
네. 그런데 사실 처음에만 설레고 재미있지, 생활 자체는 힘든 점도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재밌고 뜻깊었어요. 인도는 한국보다 전통문화 같은 것이 잘 보존되어 있고 국경일이 있거나 하면 온 동네의 사람들이 다 함께 그것을 축하해요. 길거리의 사람들을 비롯한 모두가 그 문화를 즐기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어요. 그런 경험이 특별했던 것 같아요.
▶ 기억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해주세요.
인도에 봄을 시작하는 것을 축하하는 ‘홀리’라는 행사가 있어요. ‘컬러런’의 원조가 이 인도의 ‘홀리’예요. 컬러를 뿌리면서 봄의 시작을 알리는 거죠.
한국에서 SNS로 친구들이 ‘컬러런’ 하는 것 보면 젊고, 경쾌하고, 활기찬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내심 기대했는데 인도에서 막상 그것을 하려고 하니 너무 위험한 거예요. 저는 당시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당일에 아파트 담벼락 너머로 보니 무서워서 못 나가겠더라고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컬러를 주의 없이 던지고 있었어요(웃음). 그래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하기로 했어요.
아파트 단지에서 컬러를 던지라고 나눠줬거든요. 그런데 컬러가 파스텔톤인 거예요. 알고 보니 장미나 라벤더 같은 천연 파우더로 만든 컬러였어요. 제가 살고 있던 아파트가 고급 아파트라 그랬나 봐요.
결과적으로 제가 인스타를 보며 상상한 모습과 달리 아저씨, 어린이들과 함께 아파트 단지에서 총천연색 파우더를 뿌리면서 놀았죠. 줌바댄스 같은 이상한 춤도 추고(웃음). 인도 사람들이 춤추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상상하던 것과 달랐지만 그래도 재밌었던 경험이에요.
▶ 인도 출장 중 갔던 타지마할이 그렇게 좋았다고요.
타지마할은 ‘인생에서 꼭 한 번 가봐야 하는 곳’이에요. 저도 가기 전에는 왜 모두가 그렇게 얘기하는지 몰랐는데 가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인도는 갈색 흙먼지가 많아서 보통 삭막한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타지마할 혼자 하얀색 대리 벽이에요. 그게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주변 환경도 멋있었고요. 타지마할이 사실 무덤인 것 아시죠? 무덤에 들어갔을 때 마침 살짝 안개가 깔렸는데, 비현실적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실 델리에는 타지마할보다 더 세공이 잘 된 유적지도 있어요. 그리고 두바이에도 타지마할보다 더 깨끗한 사원이 많고요. 그런데 타지마할은 역사적으로도 상징적 의미가 크고, 또 오래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봤을 때 기분이 남달랐어요.
타지마할에 가는 건 서비스를 잘 만들기 위해서도 중요해요. 인도에서 저희 회사가 있는 데는 인도의 판교 같은 데라 구글, 페이스북, 삼성 같은 대기업들이 몰려 있는 곳이에요. 그러다 보니 막상 인도에 출장을 가도 진짜 유저를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타지마할이나 갠지스강 같은 곳에 가면 ‘우리 앱을 써야 하는 유저들은 여기에 있구나’라는 것을 느껴요.
▶ 체험하고 현지 사람들의 시각을 습득하면 일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그렇죠. 입사 초기에는 특히 마케팅을 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도의 문화나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게 중요했어요. 출장 가서 보고 느끼는 것들이 업무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 커리어 관련해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글로벌 서비스 디자인의 기준을 만들고 싶어요. UX의 미래는 인도에 있다고 해요. 인도가 뉴 인터넷 세대를 대표하거든요. 그래서 기존의 인터넷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들을 위한 디자인 언어는 어떤 것이 될지,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가 저와 저희 팀에게 가장 큰 챌린지인 것 같아요.
▶ 뉴 인터넷 세대가 뭔가요?
최근 15년 새에 인도와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브라질리아 이른 신흥 국가에서 나타난 인터넷 세대를 뜻해요. 그들은 우리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요. 무엇보다 눈에 띄는 차이는 물리적 환경과 조건인데, 저사양 폰을 쓰고, 데이터 환경이 좋지 않고, 와이파이에 접근할 수 있는 장소도 적어요. 결정적으로 PC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처음으로 접한 세대예요.
구글에 ‘넥스트 빌리언 유저’라는 팀이 있어요. 신흥 국가에서 나타난 인터넷 세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그들을 위한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팀이에요. 작년 구글 I/O에서 그 팀의 디자이너 두 명이 넥스트 빌리언 유저를 위한 디자인은 어떤 건지 발표했는데, 저희가 가진 인사이트와 다르지 않아서 놀랐어요. ‘우리가 글로벌 서비스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게 맞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언젠가는 구글에서 글로벌 서비스의 디자인 사례로 우리 얘기하지 않을까(웃음).
▶ 일을 하며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연차가 쌓여갈수록 디자인 작업은 내 일의 극히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비스는 혼자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전달, 조율, 설득, 협의하는 능력이 디자인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 같아요. 일을 하면 할수록 소통하고 협업하는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일상은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맛있는 와인을 마시러 다니는 취미가 있어요. 옛날에는 와인을 비싼 술이라고만 생각하고 맛을 잘 몰랐는데, 요즘은 그 차이를 알겠더라고요. 좋은 와인 리스트와 그에 걸맞은 음식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게 주말의 일상이에요. 가장 최근에 간 곳은 연남동의 ‘오르조’라는 레스토랑인데 와인도 음식도 훌륭했어요. 연남동에는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이 흔치 않은데 이 곳은 특이하게 대로변에 있고 인테리어도 평범한데 셰프가 있는 레스토랑이고, 무엇보다 맛이 굉장히 좋더라고요(웃음).
▶ 원티드를 통해 합격한 사람과 많이 일했다고 들었어요.
저희 팀의 12명 중 세 명을 빼고 다 원티드를 통해 채용된 분들이에요. 그분들 모두 지금 잘 적응하면서 다니고 계세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원티드에 매칭 서비스가 있잖아요. 반신반의하면서 이용했는데 그 서비스로 매칭 된 분을 만났더니 신기하게도 우리가 찾던 바로 그 사람인 거예요. 그 후 원티드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더 커진 것 같아요.
▶ 지영 님에게 라이프워크란 무엇인가요?
나에게 라이프워크는 ‘삶의 중심’이다.
워라밸이라는 말이 요즘 유행인데, 일과 삶의 균형은 자기 성향에 맞는 일을 할 때 가능한 것 같아요. 자기 성향과 맞지 않는 일을 하면 밸런스를 맞추는 것부터 일이 되잖아요. 저는 일상과 일의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이 제 성향과 잘 맞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원래 IT 트렌드를 쫓는 것을 좋아해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그게 기능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구조적으로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돼요. 그런데 그렇게 새로운 기술이나 툴을 알아가고, 공유하고, 배우는 것이 회사의 일에서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일상에서 추구하는 것 중 회사에서의 일과 얼라인align되지 않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일상의 모든 것을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고, 회사 밖에서도 어떤 일을 경험하면 ‘이건 회사에서 이렇게 풀어주면 되겠다’, ‘팀원들에게 이런 걸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요.
“나는 일을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왕이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 삶의 중심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리는 직업으로 돈도 벌고, 사람도 만들고, 사회에 속해있을 수 있으니까요.
원티드가 윤지영 님의 라이프워크를 찾기 위한 여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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