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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암댁 Jan 31. 2016

인도네시아어 배우기

Delu의 인도네시아 여섯 번째 이야기

  인도네시아어는 대부분 초반 배우는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보통 3개월 정도면 어느정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까지 올라갑니다. 단어들이 꽤나 명확하게 들리기도 하고, 착한 인도네시아인 분들의 친절함으로 어느 정도 대화가 되면 우쭐해질 때도 있는데 "Minta maaf, saya belum lancar bahasa Indonesia(미안해요, 아직 인도네시아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해요)"라고 말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간지럽군 @Eunha Ko 2011

  아직 인도네시아어의 A(아)도 시작하지 않았던 사람이 "인도네시아어 배우기 쉽다는데?"라고 말하면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이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 배우는 속도가 다르기도 하고(당연히!!!)... 사람에 따라 시작은 쉬우나 배우다 보면 어렵기도하고 처음엔 어렵지만 나중에 배우다 보면 쉽기도 하지 않을까요? 저는 특히 누구와 함께 언어를 배우고 무엇 때문에 이 언어를 배우고 싶은지의 요소들이 학습 속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깨달은 것은 최대한 많은 단어를 외우는 것이 좋다는 정도입니다.  암기력이 좋다면 문법상 변화를 모두 다 통째로 외워서 경우에 따라 쓰기도 했습니다. (예: cinta사랑, bercinta, bercintakan, mencinta, kecintaan, percintaan 등)

@Eunha Ko, Soojin Jang 2009

  하지만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큰 벽을 느꼈던 때는 숲 속에서의 일상적인 대화와 행동연구에 필요한 단어 중심으로 계속 사용했기 때문에 소위 ‘도시어’를 접할 기회가 매우 적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bacet(거머리 *lintah가 맞음)은 알지만 macet(교통체증)은 한참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bacet도 사전을 찾아보니 나오지 않는 걸로 보아 순다어이거나 잘못 외우고 있었나 봅니다. ^^;)


Eunha Ko, 2011

  저의 인도네시아어는 1. 찾기와 생존 2. 세부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단어들 3. 먹을 것 등의 순으로 확장되어 나갔고 이후 식물 이름들, 날씨 등 세부적인 단어들을 꾸준히 외워갔습니다.


(예)

1. 찾기와 생존

 owa(긴팔원숭이), ada(있다), cari(찾다), kiri(왼쪽), kanan(오른쪽), nomor(숫자), betina(암컷), jantan(수컷), naik(오르다), hati hati(조심), lapar(배고프다), pulang(돌아가다)

 2. 세부적인 행동(perilaku)에 대한 단어들

 nongkrong(쭈그리고 앉다), tidur(자다), bermain(놀다), makan(먹다), ribut(싸우다)


  한국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홀로 공부를 해보았지만 부족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실험에 필요한 필수단어들 외에 Aris, Nui, Sahri가 했던 말들을 한국말로 적었다가 저녁에 인도네시아어 사전을 뒤적이며 다 적어 넣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피곤한 날은 주말로 미루기도 했지만 새롭게 듣게 된 단어들은 꼭 사전에서 찾아서 알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후잔"이란 말을 들으면 H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찾아보면서 그 단어를 말했을 상황들을 생각하며 적합한 뜻을 찾았습니다. 찾은 단어들은 Nui의 도움을 받아 확인하며 정정해 나갔습니다.

  현재는 멀리 떨어져 있고, 야생 영장류 연구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갈 일은 없지만 수마트라에 가 있는 Aris, 똘똘한 Nui와 신문물(SNS)을 받아들여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처음 구눙 할리문 쌀라크에 방문했을 때, 누이에게 받은 편지는 인도네시아어를 더 확실히 배워야 하겠다는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초심과 인도네시아에 있는 동안 항상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던 Nui에게 저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Nui가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학교를 가도록 시간을 빼주고, 한국의 부모님께 받았던 용돈을 나눠 장학금 명목으로 주었습니다.  cecep박사가 할리문을 방문한 경우, 연구에 무리가 가더라도 Nui는 cecep을 따라다니면서 식물에 대해 더 배우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저의 이러한 행동들이 다음 연구자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곤 했지만 연구(일)보다는 사람이 우선이지 않을까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누이의 편지

  세 친구들이 만들어준 Delu라는 이름도, 한국에 들어온 한참 뒤에 들린 세 친구에 대한 저의 평가가 "관심, 흥미, 관찰"이란 단어의 perhatian이었다는 점, 후배를 통해 살짝 전해준 '가장 좋았던' 연구자로 기억해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함께 하지 못하지만, 현재는 더 멋진 사람들로 가득한 할리문, 수마트라에서 각자의 행복한 꿈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Keti & Kumkum @Eunha Ko 2011

인도네시아어 배우기와 개인적인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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