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기기와 User Experience (1)
이번 콘텐츠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분야인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rtics; DTx)'를 'UX(User eXperience)' 관점에서 해석하고 인사이트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정리한 글이니, 객관적으로 비교해 생각해주세요.
작년에 제가 공부했던 연구실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중점적인 연구분야로 선정하여 집중적인 스터디를 진행했어요.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질병을 치료한다는 컨셉이 무척이나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웰니스 서비스랑 뭐가 다른거야?', '실제 B2C 시장에서 적용이 되는 컨셉일까?', '그래서 디지털 치료기기를 만들면 뭐가 좋은데?' 등의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수 차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해결된 의문도 있었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강연을 듣고 질문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질문도 있었어요.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돈이 되는) 디지털 치료기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여전히 위와 같은 질문을 꾸준히 던지며 디지털 치료기기 비즈니스에 대한 나름의 체계를 구성하고 있는데요, 디지털 치료기기와 UX 간의 관계에 대한 정의에서 부터 출발하여 디지털 치료기기 비즈니스의 가치와 방향성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탐구하며 시리즈 콘텐츠를 발행해보려고 합니다. 우선적으로, 디지털 치료기기 분야에 대해 소개하고, 디지털 치료기기 분야에 UX가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 바를 공유할게요!
우선, 디지털 치료기기는 약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지칭하는 말이예요. 이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게임, 가상현실, 챗봇,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활용해 당뇨병, 정신질환 등을 치료하게 되는데요, 기존 약에 비해 개발 비용이 현저히 낮고,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으로 급부상하고 있어요. 또한 기존의 웰니스 서비스와는 다르게 의사의 처방과 함께 제공되는 형태의 모델을 가지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약물중독을 치료하는 Pear Therapeutics의 reSET과 아동의 ADHD를 치료하는 Akiliinteractive사의 EndeavorRX 등이 대표적인 디지털 치료기기로 주목받았어요.
디지털 치료기기 분야는 UX분야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해요. 현재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시장에서 UX리서치는 적절한 가치제안에 기반한 프로덕트를 제시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고요, 의사, 환자의 역할이 혼재하는 '치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의사, 환자의 역할을 정의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에 기여할 수 있어요.
저는 UX를 (1) 사용자의 잠재적인 목표를 파악하고, (2) 해당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성취할 수 있도록 최적의 경로를 설정하는 일 이라고 정의합니다. 자세히 설명하면, (1) 사용자의 잠재적 목표는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해당 서비스를 통해 얻어야하는 가치이고, 건강한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핵심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을 연결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한 (2)번에서 언급한 수단의 우월성을 확보할 때, 다른 서비스와 다른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디지털 치료기기는 시장에서 완전히 그 가치가 검증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보다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관점에서 디지털 치료기기가 갖춰야 하는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고, 수단의 적합성에 대해 끊임없이 반추하며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디자인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치료기기의 프로덕트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면 첫째, 여러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있어요. 또한 이해관계자 간에는 위계와 역할이 있다는 점이예요. 디지털 치료기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치료'이며 해당 목표는 아마도 의료진, 환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궁극적인 목표일 거예요. '치료' 라는 궁극적인 가치를 실현함에 있어서 의사는 적절한 진단, 사정 및 계획을 수립하고 적절한 치료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라면 환자의 역할은 의사가 제공한 치료지침을 꾸준히 참여할 때 최고의 치료효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맞추어 각 이해관계자가 느끼는 문제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서비스 및 인터랙션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고객가치 사슬 관점에서의 분석을 통해서 전통적인 의료 전달체계의 단점을 디지털 치료기기를 활용해 어떻게 증강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저는 치료의 목적에 기여하는 정도에 있어 의사가 환자에 비해 더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를 제 1고객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의사의 고객여정을 분석하여, 충족되지 않은 문제/기대 목표를 파악하고, 의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환자의 역할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UX를 설계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두 단계의 UX 설계 원칙을 적용한 사례라고 생각해요.
둘째, 디지털 치료기기는 다른 제품/서비스에 비해 긴 인터랙션을 요구하는 프로덕트예요. 커머스나 금융 서비스처럼 상품을 중개하는 식의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단기간의 고객의 기대-충족을 만족시키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 아무리 치료에 대한 의지가 분명한 환자라 하더라도,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며 해당 서비스의 치료 효과를 의심하거나, 인터랙션의 빈도 때문에 번거로움을 느껴 서비스를 지속하지 않을 수도 있죠. 지속적인 치료적 협력관계에 있어서 환자의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는 터치포인트를 찾고, 여러 UX전략을 활용해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러한 관점 아래서 저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설계함에 있어서 '의사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환자의 관점에서 UX를 설계하라!' 는 지침을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디지털 치료기기 기획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이후의 컨텐츠에서 자세히 다룰게요!
고민을 거듭하며, 추상적이고 장기적인 '치료'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보다 의료체계의 생산성의 증강 관점에서 실질적인 효용(접근성, 비용) 등에 대한 고려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해관계자별로 핵심고객의 순위를 구별하고, 가장 높은 순위의 고객 목표를 우선 달성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디자인한 후, 제 2,3고객의 니즈에 따라 조정 혹은 참여를 이끌어 낼 때, 좀 더 시장이 요구하는 바와 가까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죠. 디지털 치료기기 제품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의 구조를 파악하고 접근할 때에 현재보다 더 나은 임팩트를 만들어내며, 받아들여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