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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Aug 05. 2024

살다 보니 굿도 하게 되네!

인생은 역시 다이내믹하다!

굿을 한다 하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장면을 많이 떠올렸다.

오늘 나는 굿을 하고 왔다.


아니 갑자기 왜? 지금 하는 일도 잘 풀리는데 왜?

이혼은 했지만 어머님, 아버님의 간절한 부탁이었다.


그냥 글로만 보면 이혼했으면서 남남 아니야?

그 부탁을 들어준 내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


오늘의 굿은 바로 이전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한 영혼을 달래기 위한 의식으로 하게 되었다.

애기아빠 얼굴도 못 보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셨기에 많이 억울하셨을 거다.

그리고 우리가 이혼하기 전부터 아버지 제사를 제대로 지내지 못했다.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자식으로서 잘한 건 없다는 것 인정!


굿이 뭔지 한번 찾아봤다.

굿은 한국 전통 무속 신앙에서 중요한 의식으로, 주로 사람들의 건강, 안녕, 재앙 회피 등을 위해 행해집니다. 굿은 신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조상이나 자연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의식으로 여겨집니다.

굿을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신적 위안: 어려운 상황에서 굿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고, 희망을 가지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재앙 예방: 질병, 사고, 재난 등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도움을 청합니다.


조상에 대한 감사: 조상에 대한 감사와 기도를 통해 가정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사회적 연대: 공동체의 일원이 함께 참여하며,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굿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중요한 문화적 의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사람들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신앙을 통해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일종의 피그말리온효과라고 생각한다. 굿을 하고 나서 내 마음이 좋으면 그건 좋은 거다.

500만 원을 내든 1000만 원을 내든 아깝지 않다.


심리적 치유역할로도 굿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나는 어느 종교도 믿지 않는다. 모든 것은 일체유심조.

하나님이 주고 부처님이 그렇게 해주는 게 아니라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부처님을 믿어서 이 상황이 좋아진 게 아니라 내가 마음을 잘 먹어서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발언일지 모르나 인간은 나약하기 때문에 신에게 의존한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을 신에게 기도하게 된다.


나도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신에게 빌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그에 앞서 지금의 내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제일 크다.


신랑이 사고 쳤을 때 "나는 왜 이렇게 힘드나..?"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에서 지나고 보니 위기를 넘겼고 지금에서야 전화위복이며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얻은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신랑이 사고 친 걸 수습 못했다면

그러고 나서 안 좋은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면

나의 노력과 열심히 사는 것과 상관없이 바로 신에게 의존했을 것 같다.



어머님, 아버님이 굿을 결심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1. 스님에게 듣다 보면 굿을 하면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님을 편안하게 보내드리려고

2. 아버님이 앞전 할머니 굿을 통해 만나고 보내드리면서 생긴 지금의 변화들(술, 담배다 끊고 더 좋아졌다고)

3. 두 분 다 말씀은 안 하셨지만 재결합을 바라시는 것 같다.


내가 이 굿을 참여한 것은 이혼을 했어도 한번 연이 닿았기 때문에

그리고 아이 아빠로서 계속 우리는 만나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려면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굿을 할 때도 계속 우리의 재결합, 헤어질 수 없는 사이라며

잘 살기를 염원했지만 현재는 그럴 마음이 없다.


난 돈 때문에 이혼한 것보다 이 사람과의 신뢰가 없어져서 했다가 맞다.

돈이 없어진 것은 견뎠다. 참았다.

그런데 이 사람과의 신뢰가 없어지는 건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했다.

난 그 불안을 견디지 못해 이혼했다.

이후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그 신뢰가 다시 막 올라올 것 같지는 않다.

처음 하는 굿이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 저런 생각으로 쉽사리 잠이 들지 못했다.

아침에 아이들까지 챙겨 바닷가 근처까지 한 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스님과 무당, 장구 치는 사람 3분이 계셨고, 묘한 분위기 속에 시작되었던 굿은

저녁이 다되어서 끝이 났다.


굿을 했던 내용은 언급하지 않지만

굿에 대한 믿음이 애초 없었던 나로서

오늘의 굿을 보며 드는 생각은?


1. 돈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2. 혼을 빙의한다라고 했는데.. 역시나 그런 건 없었어!

3. 사주에 나오는 내용 및 좋은 말씀들만 쏙 빼서 새겨야지!


굿을 한 번 하면 기본 1000만 원 정도 든단다.

그 돈이면 차라리 애 잘 키우라고 내 양육비로 주겠다는 생각도 든다.

혼자 고생해서 아이들 보는 나를 더 생각해 주지.


1000만 원을 벌려면 얼마나 열심히 일해야 하는가...?



아버님 혼이 아이아빠에게 들어간다고 해서 솔직히 무서웠다.

정말 빙의해서 얘기하면 난 어떻게 받아들일까?

반신반의로 지켜보는데 역시나 빙의는 없었다.


무당은 귀신이 들어와서 영접 여러 조상님들이 우리를 반겨주셨다.

그렇지만 일반인 우리, 특히나 나보다 더 안 믿는 아이아빠는 빙의는커녕 다리가 아팠다고 한다.

그걸 보고 있으니 더욱! "점이나 사주에 의존하지 말고 나를 잘 믿어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주 태어난 시, 년, 월, 일, 이름까지 다 넣었기에 어느 정도 사주의 흐름을 보신건지

정말 할머니가 와서 얘기를 한 건지 현실적인 나의 부분을 맞춘 것 같다.

"부모 때문에 좀 그렇고 성격이 곧다. 마음이 착하다. 고집이 세다. 동서남북 움직이는 대로 돈이 된다.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다. 계속 일할팔자 ㅋㅋㅋ"


생각이 많고 신경을 써서 50대 넘어서 신경쇠약증? 같은 거 조심하라고 했다.

암튼 좋은 것은 앞으로 돈을 많이 주신단다. 내 쇼핑몰과 온라인세상이 더 커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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