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장마

그것은 눅눅한 마룻바닥이었다.

비가 거세게 들이닥치기

전까지 창문을 닫지 않는다.

휘이 전쟁통같은 바람이 마룻바닥을 치고

벽을 치고 돌아

할머니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테레비 소리도 좋았을 것이고

가만한 선풍기 소리여도 상관없다.

노곤하여도 무료하여도 죄일리 없었을 것이고

약간의 애환이 섞여있었던들 아무 상관없다.


할머니 무릎에 누워 있으면

온 우주가 날 안아주는 듯 했다.

그 땐 내가 아는 우주가 곧 할머니였고,

모든 의미의 이유가 할머니로 치환되었었으니.


휘익 쌔앵

거센바람이 정점에 이르자

타닥타닥 굵은 빗방울이

아스팔트 바닥을 내리꽂는다

"창문 닫자"


그것은 눅눅한 마룻바닥이었다.

눅눅하게 깊게

침전된

나의 어릴적 장마.



2017062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