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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 May 01. 2024

왜 하필 '버추얼 아이돌'이었나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성공과 블래스트 (2)

플레이브의 무대 영상과 뮤비 등을 몇 개 보고 난 후, 유튜브 알고리듬이 내게 추천한 영상은 2023년에 진행된 언리얼페스트에서 블래스트 CTO 이현우 님이 진행하신 발표였다.


https://youtu.be/NAmnD-8NXvI?si=tZrGfCvlI-EftHVq

블래스트 CTO 이현우 님의 발표 영상

이 영상을 통해서 왜 블래스트가 플레이브를 만들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돌을 만들자!'가 아니라, 블래스트의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론이 '버추얼 아이돌'이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블래스트가 플레이브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점이라 생각한다.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캐릭터를 연기할 아티스트를 모집하는 과정,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를 대중에 선보이고 아이돌로서의 활동을 하는 과정에 있어 블래스트에 소속한 임직원 모두가 진심을 다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목표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목표가 '아이돌을 성공시키자', '스타를 만들자'가 아니라 '우리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자', '회사의 미션과 비전을 실현하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에 속해 일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과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특히 스타트업에 재직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회사의 성공이 자신의 커리어와 이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사의 성공에 자신이 기여핶다는 사실의 체험은 성취감과 연결된다.


게다가 플레이브는 블래스트의 첫 번째 버추얼 IP이다. 그들에게는 성공 방정식도 없고 성공 경험도 없었다. 블래스트는 플레이브를 통해 모든 것을 처음 해본다. 처음 시도하는 자신들만의 IP이고,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첫 시도이다. 자신들이 직접 만든 기술로 실현시키는 '웹툰 스타일의', 'K-POP' 아이돌.


플레이브의 성공은 곧 블래스트의 기술력과 블래스트의 비전의 실현이다.




블래스트는 MBC 사내 벤처로 시작해 2022년 1월 21일 분사해 독립했다.

사내 벤처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들은 '버추얼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연기하고 이를 송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어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독립했다. 그 후 2차 투자 유치까지는 언리얼엔진을 이용한 시네마틱 영상 제작에 힘을 쏟았다.

블래스트의 비전과 목표는 언리얼엔진을 이용한 시네마틱과 라이브를 동시에 진행하는 파이프라인의 구축이다. 언리얼엔진 기반의 시네마틱 영상 제작과 버추얼 캐릭터의 라이브 방송 두 가지를 증명한 플레이브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할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자신들만의 버추얼 IP 제작이다.



블래스트가 만화 스타일의 K-POP 아이돌이라는 버추얼 IP를 제작하게 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타겟에게 매력적이어야 한다.

일단 버추얼 IP를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타겟을 선정했다. 타겟이 기존에 좋아하는 대상 보다 더 매력적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가정을 세우게 된다.

버추얼 휴먼 제작의 기술에서 엄청난 발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실제 사람과 차이가 없이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알 수 없다. 상당히 주목을 받고 광고도 촬영했던 로지, 루시 등을 생각해보면 쉬울 것이다. 그들이 과연 '인기'가 있었나? 그리고 다른 연예인들만큼 계속 활동하고 있나? 사람들은 버추얼 휴먼을 신기해하고 관심을 갖지만 실제 연예인만큼 좋아하거나 빠져들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어색해한다.


이런 관점에서 블래스트는 만화 스타일의 버추얼 휴먼을 제작하는 방법을 택한다. 서브컬처 장르를 좋아하고 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말하고 움직이는 2D, 나와 직접 소통 가능한 2D는 '향상된 경험'이다.

(그래서 플레이브의 최초 타겟은 K-POP 팬이라기 보다는 버추얼 아이돌과 서브컬처에 익숙한 팬들이다)


둘째, IP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대중적 인기가 필요하다.

만화스타일의 버추얼 장르는 이미 포화상태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버튜버는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플레이브 이전에 이미 버추얼 아이돌도 있다. 이들은 누구나가 접근 가능한 저렴하고 보편적인 기술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했다. IP 하나 하나가 섬세하거나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빠르게 시장에 공급해 성공한 모델이다.


블래스트의 강점이자 약점은 높은 기술력으로, 하나의 IP를 생산하는 데에 많은 인적/시간적 자원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기존의 만화 스타일의 버추얼IP가 물량공세라면, 반대로 블래스트는 하나의 IP로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버추얼 IP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야 한다. 블래스트가 찾은 답은 웹툰과 K-POP이었다.


기존의 만화스타일 버추얼IP가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대표되었다면,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익숙한 만화 스타일은 '웹툰'이다. 블래스트는 그래서 꼭 '만화 스타일'이 아닌 '웹툰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플레이브를 설명한다. 처음엔 '웹툰'도 만화인데, 그게 그렇게 다른가? 하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이나 웹툰을 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표적인 버추얼IP 제작사인 홀로라이브나 니지산지의 캐릭터 디자인을 보면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떠올릴 것이다. 반면 플레이브의 멤버들의 사진을 보면서 만화, 애니메이션 그림이라고는 느껴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K-POP은 버추얼IP가 사랑을 받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버추얼IP가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그들이 전달하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무엇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지를 생각해보면 쉽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추는 등 자신이 가진 콘텐츠로 어필한다. 그중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K-POP이 가진 콘텐츠적인 매력도는 상당하다. 성공했을 때의 보상도 무척 클 것이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블래스트는 K-POP 아이돌 '보이밴드 플레이브'를 론칭하며 5명의 멤버, 즉 캐릭터*를 (당연하게도) 매력적으로 보여주고 싶어했다. 기존에 라이브가 가지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배우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이지만 블래스트는 '문제들이 기술 공백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그 해결 역시 배우의 노력이 아니라 기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에서 성공한 K-POP 아이돌을 떠올려보면 그룹의 멤버 개개인의 매력과 그룹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매력과 실력,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세계관 등이 종합적으로 소구된다. (물론 이를 알릴만한 소속사의 대중적 인지도와 자본력도 한몫하지만...) 플레이브가 성공적으로 대중에게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기술이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반감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배우는 본인이 어떻게 움직여도 방송에 문제 없이 보여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방송에 집중할 수 있다. 블래스트는 이점을 아주 잘 알았고, 각 캐릭터와 배우가 서로의 매력을 보완하고 상승시킬 수 있도록 기술적인 노력을 해왔다.


플레이브의 성공에는 블래스트의 노력과, 이 노력에 대한 플레이브 멤버들의 이해와 인정 간의 좋은 상호작용이 역할을 했다고 본다. 플레이브의 공식 데뷔 전, 다섯 명의 멤버가 연습생의 이름으로 라이브 방송을 먼저 진행했다. 멤버 예준의 방송을 시작으로 그래픽도, 모션도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방송이 거듭될 수록 확인할 수 있다.

아이돌 그룹을 성공시켜서 돈을 벌거야!가 아닌 플레이브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일 그 자체가 멤버들과 블래스트 임직원 모두의 목표였기에 지금의 모습이 가능했던 게 아닐까.

블래스트 임직원들은 플레이브 멤버 개개인의 실력과 매력을 잘 알고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플레이브 멤버들은 임직원들이 자신들을 믿고 물심양면으로 노력한다는 점을 안다. 멤버와 블래스트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플레이브'임을 느끼고 있기에 지금의 모습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특히 저희 멤버들이 춤을 정말 잘 추시는데, 방송 초반에는 저희 기술이 부족해서 저희 멤버들의 춤 실력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 면이 있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이런 멤버들의 춤실력도 놓치지 않고 여러분들께 라이브로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여전히 멤버분들이 여전히 불편을 감수해주고 계십니다.

저희 목표는 멤버들이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나와 버추얼을 이어주는 기술은 모두 저 뒤편으로 숨겨두는 것입니다."




*플레이브의 경우 이미 캐릭터와 캐릭터를 연기하는 본체가 완전히 결합되어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여느 아이돌과 다름 없이 팬들에게 소구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캐릭터와 배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현 시점이나, 팬들에게는 적절하게 들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버추얼IP인 플레이브와 블래스트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캐릭터'와 '배우'라는 표현을 썼음을 밝힌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와 제작사 블래스트의 성공에 관한 개인적인 견해를 정리한 글을 시리즈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2편이고, 1편은 아래 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3편은 플레이브가 '아이돌'로서 성공한 이유에 대해 적을 예정입니다.


1편. 버추얼 아이돌이라고요? 음방에요?

시리즈: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성공과 블래스트

[이전 글] 1편. 버추얼 아이돌이라고요? 음방에요? 
[현재 글] 2편. 왜 하필 '버추얼 아이돌'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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