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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ssine Mar 02. 2019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3

루까(Lucca)가 내게 준 선물

그냥 네가 좋아, 루까 Lucca


이탈리아는 소도시 여행이 참 매력적인 나라이다. 이탈리아에 살 때, 주말이면 유럽의 도시들과 이탈리아 중북부의 도시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하지만  루까처럼 며칠 더 있고 싶다고 생각한 곳은 많지 않았다.

난 그냥 루까가 좋다. 나와 '결'과 '색깔'이 잘 맞는 도시 같다. 그래서 하루 더 이 도시에 머물고 싶어 졌다. 

루까의 주말 아침 골목 거리. Via Fillungo 쇼핑거리 풍경


#루까에서 즐기는 주말의 여유

브런치도 하고 맑은 날씨도 즐길 겸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레스토랑을 찾았다. 나는 여행 다닐 때 맛집 투어를 하는 편이 아니지만 한두 군데 정말 유명한 맛집이라면 가보긴 한다. 대부분 발길이 닫는 곳으로 그날 그 시각의 기분에 맞는 분위기를 찾아간다. 복불복이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대체로 다 괜찮은 선택을 했었다.

오늘 역시 직감을 믿어 보기로 하고 San Michele 성당이 잘 보이는 곳, 식당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Turandot Caffetteria

토스카나식 lasagna를 먹으며 샐러드가 먹고 싶어 Insalata Caprese를 시켰다. 큰 토마토에 Mozzarella di bufala 그리고 그 위에 약간의 올리브 오일과 소금을 뿌리면 그 맛이 정말 좋다. 지금 다시 먹고 싶을 만큼!

식후에 돌체(케이크류)를 먹지 않더라도 Cafe (에스프레소) 한잔은 이탈리아에서 필수다. 나 역시 Cafe로 식후의 입맛을 가셨다.


#루까의 하늘은 참 맑다

식사를 마치고 San Michele 성당 광장으로 걸어갔다. 하늘이 참 맑다. 덩달아 햇살마저도 따뜻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첼로 연주 소리가 너무나도 듣기 좋다. 양복을 입고 연주하는 첼로리스트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연주를 들으며 나도 이탈리아인들처럼 일광욕도 즐겼다. 

바쁜 서울에서의 생활이 잊힐 만큼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내가 이곳에 있음이 잠시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왜 나는 그동안 하늘을 보거나, 벤츠에 앉아 식후 커피 한잔의 여유도 없었던 걸까?!'

지금 순간에 감사하며 멍을 때리고 햇살을 느껴본다.

광장 돌바닥에 앉아서 바라본 루까의 하늘은 참 예쁘고 맑았다.

San Michele 성당은 다른 이탈리아 성당들과 좀 다르게 생겼다. 독특한 외형에 눈길이 갔고 그 다음으로는 성당옆면에서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탈리아식 미니 디저트(pasticceria)

날씨가 좋아 계속 구도심 시내를 돌아다니기에 딱 좋았다. 루까의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고 음료를 한잔하고 일어서려는데, 그녀가 나에게 작은 상자를 선물해주었다. 꺄악~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돌체(Dolce*)들이었다!!! 

(*돌체는 이탈리에서 식후 또는 간식으로 먹는 케이크들)

센스 있는 친구가 맛있는 카페 제과점에서 만든 거라며 좋은 여행 되라고 얘기해주는데 너무 고마웠다. 

나는  Basilica of San Frediano 성당 근처 벤치에 앉아서 블루베리맛을 집어 들고 한입에 쏙 넣었다. 

이럴 때 이 표현이 맞는 거 같다. "아! 인생은 아름답다! La vita è bella!"

Basilica of San Frediano 성당 근처 벤치에 앉아서 먹은 돌체들


#다시 Via Fillungo를 찾다

날씨가 좋아, 루까 구도심의 성곽(Mura di Lucca)을 산책하고 잔디밭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다가 석양이 질 때쯤 다시 Via Fillungo로 왔다. 나의 글 토스카나 1편에서도 나온 곳인데 루까에서 오래된 골목길이자 쇼핑거리이다. 몇일 전 이곳에 왔을 때 지나갔는데 궁금했던 몇몇 가게들이 있어 다시 찾게 되었다.

옛것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루까 Via Fillungo 거리

다과점(RISTORI)이라고 크게 쓰여있는 이곳에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가게 이름이 따로 없다. 그리고 재미난 건 PROFUMERIA라고 쓰여 있다. 앞 뒤 정황상 추측해보길 이곳은 예전에는 향수점이었는데 지금은 업종을 바꿔 다양한 이탈리아 전통 다과와 케이크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가게 내부를 보면 향수 가게였던 흔적들이 천장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처음부터 이곳이 과자점이었다면 이런 장식과 벽장식이 아니였을 거다.

시대가 변해도 남길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남기고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그대로 쓰는 이곳 사람들.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불편하여 바꾸려고 했는데, 나도 그 불편함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아끼고 고스란히 간직하여 사람들에게 추억을 남겨주는 사업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게에서 맛있는 과자가 많아 보였는데, 영업 마감이라 구매가 어려웠다.


#다음에 또 만나자 Piazza dell'Anfiteatro

처음 루까를 구글로 검색했을 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건 바로 원형 형태의 Piazza dell'Anfiteatro였다. 이곳에서 루까 여행의 마지막 기억을 남기고 싶었다. 수백 년이 지나도 보존되고 방문객들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해 주기에 고마웠다. "루까! 내가 죽기 전에 꼭 다시 너를 보러 올게! Arrivederci!"

Piazza dell'Anfiteatro의 밤은 악사 연주와 함께 동화 속 같은 분위기 같았다



오늘 숨은 그림 찾기

나는 어수룩하고 행동이 느리며 멍을 잘 때리는 아이였다. 그리고 시인 또는 작가가 되고 싶어 글을 많이 쓰며 공상을 즐겨했다. 그런데 24세, 첫 사회생활을 하며 내 성격은 인정받기 위해 경쟁하며 일을 하고, 진급을 하면 할수록 팀원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선배이자 상사로 변해갔다.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으로 사회구조와 환경에 치열하게 나를 적응시켰다. 성공이라는 열차를 잠시 세우고 나를 바라보니 선천적으로 가진 나의 진짜 좋은 모습의 일부를 잃어버리고 살았던 것 같다.
14살 때의 나처럼 멍을 때리고 자유롭게 잔디에 누워 루까의 파란 하늘과 구름들을 바라봤다. 그 안에 진짜 나의 숨은 그림 조각의 일부를 오늘 찾았다고 생각한다. 

CiaoCi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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