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가끔 '내가 사는 세계가 현실일까?'라는 의문이 드는 나와 누군가에게
일하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꿈속에 있는 것 같았다. '지금 꿈이지?'라고 동료에게 물었다. 동료는 웃으면서 무슨 소리냐며 비웃는다. 스스로 따귀를 때려보았다. '아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좀 차리려고 사무실 밖을 나가는데 예전에 퇴사한 직원과 마주쳤다. 꿈이었다. '에잇 꿈이었네' 하면서 꿈에서 깼다. '현실감 있는 꿈이네'라고 생각하며 운전을 했다. 길이 엉망이었다. 우연히 백종원 선생님을 만나 길 안내를 받았다. 한참 안내받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아 이것도 꿈이구나.' 그러고는 정말 꿈에서 깼다. 적어도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꿈이 아니라면 꿈에서 깬 것이다.
꿈에서 현실이라고 생각했는데 꿈임을 알고 깼다. 깼다고 생각했는데 또 꿈이었다. 어제 '우리의 현실은 존재하는가?'에 관련 내용을 읽고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철학자 닉 보스트롬은 우리 인류는 알고 보면 시뮬레이션 속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아래 제시한 세 가지 중 적어도 하나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지적 문명은 현실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의 시뮬레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할 수 없다. 이론상 불가능하거나 도달하기 전에 멸망했을 수 있다.
지적 문명은 실제 시뮬레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한다. 그러나 실행하지 않기로 한다.
우리는 이미 시뮬레이션 세상 안에서 살고 있다.
철학자 닉 보스토름이 주장한 가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구 환경오염이나 세계 대전 혹은 소행성과의 충돌 등으로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현실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두 번째 주장은 이제까지의 인류를 되돌아보건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한 기술을 만들고도 사용하지 않을 리 없다. 법으로 금지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신빙성 있어 보이는 주장이 세 번째이다. 인류 혹은 지적 존재가 멸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미 시뮬레이션 세상 안에서 사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한 기술이 도달했다면 아마 타임머신같이 시공간을 여행하는 기술에도 도달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미래의 누군가는 우리가 사는 이 시점으로 돌아와서 무엇인가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타임머신의 증거는 없다.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오히려 시공간을 왜곡하는 타임머신과 같은 변수는 제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플라톤과 같은 고대 철학자부터 매트릭스와 같은 영화 속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불교에서의 가르침도 어느 면에서는 비슷하다. 현재라는 것이 정말 존재할까? 우리는 전원을 내리면 언제든지 사라지는 시뮬레이션 속은 존재는 아닐까? 아니면 난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에 비트코인 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미국의 민간 우주 개발기업 스페이스 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2016년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현실일 확률은 10억 분의 1에 불과하다"
오늘따라 유난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