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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캐쳐 Aug 23. 2020

자소서만 10년째 쓰는 중 1회. 지원동기

내 꿈은 ---입니다.

귀사에 지원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 기술해 주십시오.






나의 지원 동기는 이다.







내 첫 번째 꿈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생겼는데

영어 선생님이었다,


그땐 영어를 참 잘했다,

나는 아직 중학생도 되지 않았는데

학원에서 고3 수능 영어를 풀고 있으니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크나큰 착각이었다.

그 학원 다니는 친구들 다 같은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말이다.


고등학교 배치고사에서 전교 5등을 하고 나선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나는 공부 안 해도 반에서 1등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나는 천재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문과, 이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나는 어.영.내(어차피 영어 선생님은 내가 한다)니까 당연히 문과를 선택했다.

 

당시 교내 방송부가 위계질서라는 핑계로 선배들이 후배들을 괴롭혀서

후배들의 부모님이 학교를 찾아오는 등 발칵 뒤집어져 방송부가 해체하게 되었다.

하지만 방송부가 없는 학교는 있을 수 없고

새로운 부원으로 구성해야 했나 보다.

그때 방송부를 맡은 선생님이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었는데

반에서 까불고, 말 잘 듣는 나를 부르더니

봉사시간 full로 채워줄 테니 방송부원을 하라는 딜을 걸었다.


이게 웬 개이득?

냉큼 제안을 받아들였고

부원도 네가 구성하라는 말에

친한 친구들로 꾸렸다.

마침 게 중 두 명은 중학생 때 방송부를 해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 나이부터 조직 구성 능력이 뛰어났달까?

 


그렇게 우연히 하게 된 방송부 생활은 너무 재밌었다.

장난을 좋아하는 나에게 방송실은 놀거리 가득한 놀이터였다.

최애 플레이스!


아침에 오자마자 영어 듣기 방송을 틀러 출근해서 정작 나는 영어 안 듣기.

점심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러 방문

야자 시간에 공부하기 싫을 때 몰래 가서 <거침없이 하이킥> 시청

타종 시간을 1분 앞당겨 울리게 해 전교생 빨리 하교시키기

우리 반에만 방송을 해 선생님께서 찾으신다는 교무실로 오라는 뻥을 치며

교무실 옆 방송실에서 방긋 웃으며 친구 기다리기

등등


이래서 자격 안 되는 사람에겐 '자리'를 주면 안 된다.

참 재밌게 잘 놀았다.


놀이라 생각하고 다니던 어느 날,

학교 축제를 준비하는 일도 해야 했다.


아무리 좋아하는 책, 영화, 드라마라도

두 번 이상 보는 건 딱 질색인 난데.


한 달 내내 리허설 준비를 했다.

똑같은 멘트를 하는 사회자, 같은 순서로 진행되는 장기자랑 시간을 여러 번 보면서 지겨움보다는

더 완벽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생방송과 다름없는 축제를 준비하며 이리 뛰어다니고, 저리 뛰어다니며

변수가 생길 때마다 임기응변으로 능청스럽게 잘 대처하는 나를 보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사건, 사고들은 나의 도전정신을 더욱 자극했다.


그리고 축제가 끝나는 날.

불이 꺼지고 혼자 장비실에서 정리를 하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고생을 해서 서러웠다는 감정보다는

무사히 잘 끝내서 뿌듯함에 흘린 눈물

처음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나는 PD가 되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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