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섯, 가장이 되다

by 동자

스물 여섯, 아빠가 내 이름으로 계약한 집에 우리 가족이 살고 있었다. 아빠 이름으로는 계약이 안되서 내 이름으로 계약한 것 같은데, 어쨌든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있었다.

아빠는 "한방"에 내겠다며 모든 공과금을 밀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월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살던 집 월세도 늘 그랬듯이 어느날부터 미납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내 이름으로 계약되어 있다는게 문제였다.

처음 계약한 건 아빠지만, 집주인과 거래한 법적 주체는 나였다. 어느 날 부터인가 나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아빠가 월세를 내지 않고, 계속해서 전화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답답한 나머지 집주인 할아버지는 집에도 찾아와서 할머니와 나를 괴롭히곤 했다. 집주인에게도, 나와 할머니에게도 잘못은 없었다. 쓸데없는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었다. 집주인은 견디다 못해 나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집주인은 월세를 안내면 월급을 차압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 이름으로 계약된 집에 대한 법적 책임은 나에게 있었다. 나는 월세를 내야 했다. 어느날은 울면서 냈고, 어느날은 아무 생각 없이 냈고,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냈다.

어느 날 부터인가 새 살림을 차린 아빠는 집을 나갔다. 자연스럽게 생활비도 내가 부담하게 되었다. 가끔씩 와서 10만원씩 주는 돈이 생활비의 전부였다.

그렇게 기껏해야 300만원인 월급에서 50만원은 월세로, 30만원은 공과금으로, 50만원은 생활비로 들어갔다. 기본 생활비가 그랬다. 결국 170만원이 내 월급인 셈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아빠는 가끔씩 돈을 빌려갔다.

삶이 가끔 지옥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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