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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자 Mar 05. 2023

할머니가 죽던 날

여느날처럼 할머니는 내가 주는 간식을 잘 받아먹었다. 오늘따라 잘 드시네. 생각하고는 이내 잠이 들었다. 새벽녘 눈도 뜨지 못한채로 화장실에 갔다가 침실 문을 여는데, 할머니 얼굴을 보고 알았다. 할머니가 이미 돌아가셨다는 것을.

할머니의 핏기가 전부 사라진 창백한 얼굴. 차가워진 몸. 그게 믿기지가 않아서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할머니 얼굴을 쓸어내려보았다. 따뜻하기만했던 이마가 차가웠다. 차가워진 할머니의 육신이 낯설었다. 끅끅거리며 작은 울음을 참았다.

정신을 차리고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돌아가셨다. 라는 말을 뱉기가 어려워 토해내듯 말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악. 악.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질렀다. 아악. 아악.

아빠는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했다. 이미 사망하신 뒤에는 경찰에 신고를 해야한다나. 집에서 돌아가시면 변사사건이 된다. 그러면 집에 같이 있던 가족은 조사를 받아야 한다. 용의자 같은 게 되는 것이다. 형사들이 인터뷰 형식의 조사를 하고, 시신의 옷을 다 벗긴 채 검안 하고, 마지막으로 사망진단을 해야한다고 했다. 형사와 국과수와 검안의가 차례로 다녀갔다. 그렇게 삼십분.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 내 손에는 검안의가 발행해준 사망진단서 10여장이 들려있었다.

운구 차가 도착했다. 운구를 위해서는. 시신을 흰 천으로 덮어야 한다. 내내 할머니의 육신을 계속 어루만지고 있던 나는 할머니가 죽은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할머니의 육신이 내 곁에 있었으므로. 그가 여전히 내 곁에 있다는 생각에 그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았다. 흰 천이 그와 나를 갈라놓는 것만 같았다.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질렀다. 안돼요. 안돼. 안돼. 악. 아악. 안돼. 싫어. 싫어. 소리를 빽빽 내질렀다.

그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했으므로.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했으므로. 싫다고 안된다고 받는 이 없는 떼를 있는 힘껏 썼다. 이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싫어서. 패악을 있는 힘껏 부리고 싶었다. 신이 있다면 신에게. 그게 없더라도 이 운명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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