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승진이 가능했던 건
그렇게, 한국 기업, 외국계 기업 둘 다 면접을 진행했다.
한국회사는 오피스 분위기부터 classic 그 자체. 권위적인 느낌이었다. 인테리어로 따지자면 고가구 앤틱가구 같은 느낌이랄까.
외국계 기업은 삐까번쩍한 빌딩에 있었고, 의도된 것인지 굉장히 좋은 뷰의 방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 외국계 회사의 1차 인터뷰어가 좀 독특했다. 1차부터 영국인 대표 인터뷰를 진행했기 때문.
나름 영어를 못하는건 아니라 생각했는데 영국식 영어는 낯설었던 지라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사장님 인터뷰를 끝냈다. 다행히 다음으로 넘어가 바로 매니저 인터뷰도 나쁘지 않게 마무리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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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쯤 지났을까.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연락을 해 봤다. 혹시 결과 언제 나오냐고.
그랬더니 1차 인터뷰를 진행한 영국인 대표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니가 마음에 들었는데, 지금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나중에 연락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렇게, 아 이건 굉장히 나이스하게 리젝 통보를 주는거구나. 나 떨어졌구나 생각하고 다른데좀 알아봐야지.. 하면서 다른 공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어쩐지. 너무 좋은 빌딩에 멋져 보이는 오피스더라. 이렇게 쉽게 붙는게 이상하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다 한 2주 정도 지났을까.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와서 전화를 받으니 영어가 흘러나왔다.
"Hi Serena, this is 사장. Are you free to talk?"
정말, 잠결에 보이스 피싱인줄 알았다가 사장님 이름 XXX 듣고 아차 싶어서 방으로 호다닥 들어가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했던 그 순간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가 말한 내용은 이러했다.
"늦어져서 미안하다. 이전에 말했듯 너가 마음에 들어서 다음 프로세스로 진행하고 싶은데 혹시 너 화학 산업군도 괜찮겠니? 너는 헬스케어쪽 백그라운드를 살리고 싶다고 했었어서."
당황스러웠지만 내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Um.. I don't know even C from Chemical but I'm fine if you think I can do well :)
케미컬의 C 자도 모르지만 니가 괜찮다면 괜찮아."
그랬더니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웃음소리. 그러면서 다시 면접 보자고.
다시, 새로운 매니저랑 인터뷰를 봤고 내 언변이 나쁘지 않았는지 사수와의 인터뷰 단계로 넘어갔다.
(나중에 알고보니 회사 내부에 큰 일이 있어서 업데이트가 늦었던 건 사실이더라.)
아니 근데 이 회사는 인터뷰 절차가 왜이렇게 많은지.
또 오라는 이메일.
심지어 인터뷰 시간을 3시간 블락하고 오라고.
그래서 마지막 인터뷰를 하러 갔는데, 마지막은 인터뷰라기보다 프로젝트를 주고 그걸 어떻게 하는지 보는거였다. Assessment test라는 절차로.
실제 업무하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매니저 바로 옆자리에서 task를 하는데. 1시간이 좀 넘었을까?
갑자기 짐 싸서 미팅룸쪽으로 나오라는 매니저.
"나 아직 1시간밖에 안지났는데.. 떨어진건가?" 하면서 짐을 싸서 미팅룸으로 들어가서 매니저와 대표와 함께 인터뷰는 어땠는지, 과제는 어땠는지에 대해 wrap up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영국인 대표님이 갑자기 종이를 내밀었다.
세레나: ????
대표님: Congrats Serena, here's the offer!
세레나: ???????!!!!!!
대표님: ....??? H... how do you feel? ^^?;;
당연히 떨어졌다 생각했던 나는 오퍼라고 하니 이게 무슨 말인가 장난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어이없음 &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반대로 영국인 대표와 내 매니저도 당황하는 듯 했는데.
연봉도 괜찮은거 같고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오퍼를 주다니 마음에 들어서. 그리고 나의 Ideal 회사의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회사라, 입사 하기로 결정했다.
엘레베이터를 내려와서 1층으로 가는 길에 엄마한테 전화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엄마, 나 합격을 한 것 같긴 한데. 출근을 해 봐야 알 것 같아. 이상해... 인터뷰 보는데 갑자기 오퍼를 줬어.사기 회사 아니겠지?"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회사는 여전히 모 증권거래소에 잘 상장되어 있고 아직까지도 잘 다니고 있다.
커리어 히스토리를 짧게 풀어보자면;
- 신입급으로 입사해 입사 2년만에 팀장 승진
- 입사 후 4년 반만에 임원으로 승진해서 다니는 중.
(7년동안 명함이 8번 넘게 바뀌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인턴을 하고, 첫 직장을 찾고, 이직을 하고 - 그 다음 직장을 가면서까지의 스토리를 정말 가감없이 아주아주 솔직하게 다 풀어놨다. 이 글을 작성하기 시작한 계기는, 커리어 상담때문에 찾아오는 주니어 분 중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는 문과라서'
'저는 학벌이 안 좋아서'
'저는 ~~~~라서..'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 본인의 무한한 가치를 깎아내리는게 아쉬웠다. 하지만 또 너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요즘 느끼는 건, 10년 전의 나는 절대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는 거. 막연히 소망하고 희망하는 정도였다는 거.
내가 남들과 다르게 했던 3가지를 꼽으라면 다음과 같다.
남들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던 용기
스스로에 대한 질문 - 앞만 보고 달리다가, 잠시 pause 하면서 정말 내가 장기적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하는 시간 & 질문
그를 통해 만든 나만의 기준 - 남들이 이해 못해도 상관없는, 나의 행복의 기준
라떼같지만 나도 그랬다. 그랬기 때문에 진심으로 여러분들의 커리어 고민에 용기를 내보라고 코칭해 드릴 수 있는 거 아닐까.
현재, 지금의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내가 정해지니까.
지금 작다고 가진게 없다고 미래에도 같으리라는 법은 절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