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글생각 Apr 06. 2021

코로나 이후, 교육의 틀은 어떻게 바뀌는가?

언택트 비즈니스


코로나19로 모든 학교의 수업이 중단되었다. 초·중·고등학교 뿐만이 아니다. 대학교와 기업교육까지. 수업이 중단되면서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 학습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태는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초·중·고 선생님과 대학 교수님은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고, 온라인으로 하더라도 오프라인과의 너무나 다른 분위기에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온라인 수업 초반에는 화상회의 솔루션 줌(Zoom)이나 구글클래스룸 등의 사용에 익숙치 않아 수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과제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교육에 있어 ‘콘텐츠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이 콘텐츠를 전달할 것인가다’, ‘학생들의 몰입 상태를 어떻게 파악하고 소통할 것인가’이다.



코로나19가 안긴 이런 과제는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의인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2006년 설립된 비영리 교육 서비스 칸아카데미(Khan Academy)는 무크의 시초다. 살만 칸(Salman Khan) 조카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기 위해 만든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이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칸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빌게이츠(Bill Gates)가가 아들과 함께 이용해서 유명세를 탔다.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이 후원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수학, 과학, 컴퓨팅, 인문, 경제, 시험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들이 있다. 이 강의는 1만8000개 이상으로 9천만명(2019년 11월 기준)이 넘는 학생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강의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제작하고 선생님과 학부모를 위한 학습관리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어 아이의 수준 파악을 통한 맞춤 학습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칸아카데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칸아카데미 이후 2011년에는 스탠퍼드대 세바스찬 스런 교수가 설립한 유다시티, 2012년 코세라(Coursera)’, MIT와 하버드가 공동출자 한 에드엑스(edX) 등이 나왔다.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2013년 오픈유니버시티(Open University)의 ‘퓨처런(Futurelearn)’, ‘오픈업에드(OpenUpEd)’ 등이 있다.



코세라는 스탠포드대, 펜실베니아대, 구글, IBM 등 190개 이상의 대학,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이에 기반해 기업, 대학, 정부를 위한 차별화된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과 관련해서는 인문, 경영, 컴퓨터 과학, 데이터 과학, 기술, 헬스케어, IT와 클라우드컴퓨팅 등의 주제가 있다. 이와 관련 3900개 이상의 강좌, 13개 이상의 자격증, 20개 이상의 학위 과정이 있고 현재 4500백만명 이상이 학습하고 있다. 퓨처런은 경영, 인문, 의료, IT, 언어, 법, 문학, 정치, 심리, 과학, 수학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제공한다. 이런 강의는 단기 과정, 전문 과정, 학위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신이 원하는 교육의 깊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한국에도 ‘K-MOOC’가 있다. 이 서비스는 2015년 서울대, KAIST 등 국내 10여개의 대학이 참여로 시작되었다. 현재 인문, 사회, 교육, 공학, 자연, 의약, 예체능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800여개의 강좌가 있다. 또 경영혁신, 설득커뮤니케이션 등 20여개의 학점은행제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무크 서비스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집에만 있어야 하는 학생과 선생님들을 위해 무료 온라인 교육을 이용하도록 홍보하고 있다.



이처럼 언택트 시대, 온라인 교육은 강세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향은 단순히 온라인의 확대가 아니라 장소의 소멸, 그리고 교육의 혁신을 불러온다. 특히 주어진 형태의 교육이 아닌 학생이 직접 자신의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을 듣고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과정이 올 것이다. 미국의 애리조나주립대는 2015년 에드엑스와 함께 ‘글로벌 프레시맨 아카데미’(Global Freshman Academy) 과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대학은 90여개의 전공에 대해서 온라인 강의만으로 학위를 주고 있다. 그래서 등록금도 오프라인의 30% 수준이다. 이런 혁신으로 애리조나주립대는 2002년 5만명 수준의 학생은 2019년 온라인 과정 등록생을 포함 24만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정부보조금에 기대던 대학 재정이 현재는 연간 예산의 9%만이 정부지원금이다. 그 결과 US뉴스가 2020년 1월 발표한 온라인 학사 과정 순위는 6위로 Top 10에 들었다.



해외 대학들은 상위권 대학도 온라인 교육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국내 대학은 온라인 교육의 비중이 5% 미만에 불과하다. 이런 교육의 현실은 코로나19가 앞으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여실히 보여줬다.



무크가 ‘온라인’ 교육 과정에 두었다면,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s)은 학교가 물리적 장소 없이 어떻게 운영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학교는 2012년 미국의 벤처투자자 벤 넬슨(Ben Nelson)이 설립한 학교로 1억2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아 KGI(미국 대학 연합체)의 인가를 받았다. 이 학교는 하버드보다 들어가 어려운 학교로 유명세를 치렀다. 2017년 70개국 2만3000명이 지원했는데 합격률이 4.6%인 하버드보다 낮은 1.9%였기 때문이다. 2014년 29명의 학생을 모집한 이 학교는 전체 학생수가 600명에 불과하다. 등록금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비 매우 저렴한 3만900달러(2020-2021학년도 기준)이다.



미네르바스쿨은 인문학, 경영학, 계산과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의 전공이 있으며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1년차에는 학문의 토대를 위한 공부로 비판적·창의적 사고, 소통, 협업 능력 개발을 위한 코너스톤(Cornerstone) 과정에 집중한다. 2년차는 방향성 설정으로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고 3년차에는 전공에 대한 더 깊이 알아간다. 4년차에는 스스로 캡스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금까지 배운 것으로 통합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캠퍼스 없이 4년 동안 미국, 영국, 독일, 아르헨티나, 인도, 대만, 한국 등 7개국을 돌아다니며 기업, 비영리단체, 공공기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19년 9월 미네르바스쿨의 학생들이 5G 배우기 위해 SK텔레콤을 방문했으며 애플, 아마존, 구글과도 협력 중이다.



미네르바스쿨은 자체 온라인 교육 플랫폼 포럼(Forum)을 활용해 20명 내외의 학생이 실시간 토론을 하는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 장려한다. 온라인 수업은 이러닝처럼 녹화된 영상, 사전에 계획된 활동, 콘텐츠 중심이 아니다. 그래서 미네르바스쿨은 온라인 학습에 대한 우리의 가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무크, 미네르바 스쿨은 언택트 시대, 학생과 선생님간의 소통, 학생간의 소통, 교육과정, 교육기간, 학습방법,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교육 플랫폼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공교육의 위기, 대학교의 위기는 수년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향후 10년간 전 세계 대학의 절반가량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단기적으로 온라인 교육 운영이다. 어떻게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 중에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게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를 위한 교육방법과 교육콘텐츠 구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히 오프라인 교육을 온라인으로 전환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학습’이라는 게 무엇인지, 학습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새로운 지식은 계속 출현하고 과거의 지식은 빠르게 소멸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습에서 중요한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마이크로대학, 마이크로러닝 등 빠르게 소멸되는 지식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크의 교육 과정을 보면 과정은 점점 세분화되고 짧은 기간에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학습 변화를 반영하고 학생간의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 마련이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의 핵심은 교사나 교수에서 학생으로의 완전한 주도권 이전이다.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학습 목표와 학습 과정을 선택하고 이를 통해 미네르바스쿨처럼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을 수행하는 것이다. 정해진 틀 내에서의 교육을 벗어나서 말이다. 선생님의 역할은 학생의 관심사를 이끌어내고, 장려하는 것이 될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본 온라인 교육 외에 로봇 교사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로봇 교사는 분명 선생님 보다 더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고 학생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대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선생님의 역할은 지식전달자에서 지식촉진자, 동기부여자, 상담사로 바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결합한 에듀테크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역할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통적 교육 시스템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언택트 비즈니스>는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위협을 다룹니다. 홈 블랙홀, 핑거 클릭, 취향 콘텐츠, 생산성 포커스 등의 4가지 비즈니스 코드를 중심으로 언택트 비즈니스를 이야기합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957316?scode=032&OzSrank=1





작가의 이전글 디지털 네이티브, 코로나19로 홈스쿨링에 빠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