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손수건, 어쩌면 가까운 미래
※손수건으로 일본과 도쿄를 여행하는 무료 전시회 '도쿄의 손수건' 입니다. 2월 23일 토요일 연남동 453-29 에서 열립니다. 지난 1월에는 에코백을 소재로 '런던의 에코백'을 기획했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어떤 삶을 살아왔든
이곳에 있는 동안은 행복할 수 있다.
-도쿄의 손수건 in 연남
며칠 전 인상 깊은 뉴스가 있었다. 신선식품 배송이 편하지만 과대 포장이 많아 불편함과 죄책감을 느끼는 사용자가 많다는 내용이었다.
요즘 가장 핫한 '마켓컬리'나 쿠팡이 거론됐다. 전날 오후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집앞에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게 마켓컬리의 콘셉트.
분명 소비자가 불편해하던 문제를 해결했지만 또 다른 문제와 맞닥뜨렸다. 사실 신선 식품이기에 상하거나 모양이 망가지지 않게 배송하는 게 중요하다.
그걸 소비자가 원했다. 하지만 이 편함을 불편해하는 소비자도 늘어간다. 모순 같은 문제를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까?
환경 문제. 어떻게 보면 "별 게 다 불편하네"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환경친화적(eco friendly)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믿는다.
eco friendly는 무턱대고 시작했던 첫 번째 전시 '런던의 에코백'에 이어 두 번째 '도쿄의 손수건'을 기획한 이유와도 통한다.
짧지만 도쿄 여행을 하면서 불편한 게 있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불편한건데, 비닐봉투를 너무 많이 준다는 거다. 식당마다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정성을 다해 환대한다는 뜻으로 일본 서비스 정신의 근간이다. 제품을 자연스럽게 비닐에 담고, 한쪽 끝을 접은 접착 테이프를 붙여주는 것. 기본 중 기본일 것이다.
그래도 불편했다. 한 번 쓰고 버려질 것들이. 10초면 수명을 다할 것들이.
그래서 에코백을 접어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꺼냈다. 그리고 다급하게 외쳤다.
부쿠로((비닐)가방) 다이죠브데스((안주셔도) 괜찮습니다).
뭔가 미묘하게 불편한 마음을 해결할 수 없을까.
처음 도쿄의 손수건 아이템을 떠올렸을 때는 그냥 그랬다. 보통 일본에서 손수건을 사오는 이유는 명품 브랜드에서 나오고 예쁘고 싸기 때문이다.
활용법은 주로 스카프나 핸드백 끈을 감싸는데 쓴다고 한다. 길게 접어 머리에 둘러 반다나로도 사용한다. 주로 패션 아이템이다.
손수건 한 장으로 할 수 있는 게 의외로 많았다. 땀이나 눈물, 콧물을 닦는 건 기본이고 더러운 곳에 앉을 때에도 유용하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일회용 종이 타월 대신 쓴다면 자원도 절약할 수 있다.
일본 손수건 문화에 대해 찾다보니 흥미로웠다.
1. 덥고 습한 기후 탓에 땀을 닦는 손수건은 필수다.
2. 아직도 최소 1인1손수건을 쓴다. 매너를 나타내는 아이템.
3. 손수건 3장을 들니면서 한 장은 다른 사람이 손수건을 필요로 할 때 줘야한다는 속설도 있다.
4. 일본 손수건 문화는 나라시대(710-798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손수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테누구이 2)후로시키 3)손수건. 각각 모양과 주된 쓰임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실용적 목적이고, 여러번 재사용 할 수 있고, 수건 자체는 아름답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 전통 수건부터 현대 손수건까지 50종이 넘는 수건을 전시한다.
전시용이라 대부분 종류별로 한 장 밖에 없지만, 전시한 수건 중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구할 수 있다.
-너비 30cm, 길이 90cm 직사각형 모양. 소재는 무명천
-오래 전에는 제사의식에 사용하던 천. 당시 천이 귀했기 때문에 가마쿠라시대(1180년대)부터 조금씩 일반인에게 알려졌다.
-에도시대 사치금지령이 내려지고(비단으로 기모노를 만들지 못해 천으로 대신) 목화 재배가 늘면서 짜투리 천을 사용한 테누구이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됐다.
-옷감을 만들고 난 짜투리 천에서 시작했기에 지금도 가장자리에 마감을 하지 않아 올이 조금씩 풀린다.
요즘 도쿄에서 굿즈로 만들어진 테누구이를 보려면 https://brunch.co.kr/@kam/64
테누구이는 길이가 너비의 3배 정도라는 걸 이용해 활용할 수 있다. 시접 처리를 안했기 때문에 빨고 나서 2-3시간 만에 마른다.
1. 두 개를 겹쳐 병을 감싸봤다. 와인처럼 병으로 된 물건을 포장해 선물하기 좋다.
2. 있는 그대로 펼치면 그림 역할을 한다.
3. 식탁매트나 수저 받침대를 만들 수 있다.
4. 따로 칸막이를 하기 어려운 공간이나 가게 입구에 걸어 가리막으로 쓸 수 있다.
5. 천이 얇고 금방 말라 부엌에서 행주로 쓰거나, 일할 때 머리에 둘러 두건으로 쓴다. 일식당에 가면 자주 보는 머리 수건이 테누구이다.
-너비가 50-100cm인 정사각형. 소재는 천, 비단, 레이온 등 다양. 한국 보자기와 가장 비슷하다.
-오래 전 보물 등을 감싸는 용도로 시작됐으리라 추정. 나라(710년~) 혹은 헤이안시대(795년~)부터 목욕하고 난 젖은 물건을 챙기는데 쓰기 시작. 후로(風呂)는 목욕이란 의미.
-에도시대 공중목욕탕이 생기면서 후로시키도 함께 퍼져 나갔다. 상인들이 쓰면서 용도도 다양해졌다.
-테누구이와는 달리 천 끝부분을 모두 시접 처리해 올이 안 풀린다. 천 재질에 따라 건조 시간이 다르다.
1. 후로시키용 손잡이에 후로시키를 감싸면 30초만에 가방이 된다.
2. 위아래를 한 번씩 접어 겹치면 수저를 꽂는 냅킨 역할을 한다.
3. 어떤 형태 물건이든지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다.
-메이지시대(1868년~) 서양 문물이 들어왔고 행커치프 문화가 퍼졌다. 그래서 일본어로 손수건을 한카치(ハンカチ)라고 부름.
-일본 전통 문화인 테누구이, 후로시키가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손수건 사용을 하게 됐다.
-일본은 손수건 수요가 많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의 라이센스를 따와 자체 제작한다. 그래서 일본 백화점에서 파는 명품 브랜드 손수건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없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만 구할 수 있는 셈이다. 짝퉁이 아니라 일본 손수건 문화가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
가방에 손수건을 하나 넣어다니면 하루에 한 번 이상 쓸 일이 생긴다.
1. 목이 허전할 때 두르면 멋스러운 스카프가 된다.
2. 길게 접어 머리에 감으면 반다나가 된다.
3. 어디든 펼치면 방석이나 받침 역할을 한다.
사실 세 가지 수건을 각 용도별로 섞어 써도 된다. 포장법도 물건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테누구이나 후로시키를 방재에 활용하기도 한다.
부드러운 물건을 넣어 머리에 쓰거나(물건이 흔들려 떨어질 때를 대비),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마스크로 만들 수 있다.
무거운 물건을 넣어 해머로 쓰거나 여러장을 묶어 로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다양한 손수건을 전시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려고 한다.